엄마는 성교육도 한다.

by 노콩

요즘 사회적으로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 검색해보니, 성별 간의 불균형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갖춰, 일상생활 속에서의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해 내는 민감성을 말한다고 결과가 나왔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최근 성범죄 관련 사건 사고를 많이 접하게 된다. 강력범죄, 미성년 범죄, 일상에 퍼진 미투 운동까지 다양하다. 그러다 보니 아들, 딸 할 것 없이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이들 성교육에 더욱 관심을 높인다.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단단히 일러둔다.


나도 도서관에서 성교육 책을 찾아보고, 전문가 강의를 들으며 아이의 성교육을 준비해왔다.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이라 언제쯤 시작해야 하나, 시작할 때는 어느 범위까지 얘기해줘야 하나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아들 둘이서 자동차에 남겨진 일이 있었다.


그날은 여행을 가기 위해 짐을 잔뜩 실었는데,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오는 순간 내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온 게 생각났다. 차를 돌려 다시 지하 주차장에 주차하고 잠시 고민을 했다. 아이들과 함께 올라갈까, 아니면 나만 빨리 다녀올까. 나는 후자를 택했다. 아이들에게 절대 자동차 앞에 있는 거 만지지 말고, 뒷자리에 얌전히 기다리고 있으라 신신당부를 했다. 그리고 집에 다녀왔는데, 자동차 뒷좌석에 두 놈이 이상한 포즈로 얽혀있었다. 큰 아이는 작은 아이에게 막 뽀뽀를 해대고 있었고 뭔가 기분이 쌔~했다. 자동차 문을 열자 아이들은 크게 놀라는 것 같지도 않았고, 평소 장난하다 멈춘 정도의 모습으로 깔깔대며 각자의 자리에 앉았다. 나는 운전하는 내내 머릿속이 복잡했다. 이 두 놈이 뭘 하고 있었던 걸까. 혹시 서로의 성기를 만지거나, 보여 주거나 그런 행동을 한 건 아닐까.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나는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자마자, 아이들을 나란히 앉혔다.


내 전략은 ‘솔직함’이었다. 솔직하게 뭘 했는지 물어보고, 솔직하게 내가 걱정하는 부분을 말하자고 생각했다. 시간을 늦춰봐야 득 될 게 없을 것 같았다.


사본 -bathroom-gaa0a21dd1_1280.png 출처: 픽사베이


나는 아이들에게 아까 자동차 뒷좌석에서 둘이 뭘 하고 있었냐 물었다. 둘째는 형이 자신을 안고 뽀뽀를 했다고 답했다. 내가 성기도 만졌냐 물으니 그러지는 않았다고 했다. 첫째에게는 왜 그랬냐고 물었다. 그냥 동생이 예뻐서 그랬다고 했다. (그럴 리가 없다. 평소 그러지 않았잖아~) 나는 거기까지 듣고 내가 걱정하는 부분을 말했다.


“엄마는 형제라도, 가족이라도, 서로의 성기를 보여주거나 만지는 건 안 된다고 생각해. 그런데 너희들이 그런 행동을 했을까 봐 걱정됐어. 정말 그런 거 없었어?”


아이들은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표정들을 보아하니 거짓말 같지는 않고, 자칫 내가 오버하는 걸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이대로 멈추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동안 배우고 익힌 대로 아이들에게 성교육을 시작했다.


“네 물건을 다른 사람이 함부로 가져가면 어때? 그러면 돼, 안 돼?”

아이들이 고개를 젓는다.

“개인 영역도 마찬가지야. 화장실에서 볼일 보는데 누가 허락도 안 받고 문 열고 막 들어오면 기분 좋아, 나빠?”

아이들이 나쁘다고 대답했다.

“사람들의 성도 마찬가지야. 네 성기를 보여주거나, 다른 사람 성기를 만지거나 하면 안 되는 거야. 성은 각자 개인 거야. 네가 주인이야. 다른 사람이 네 물건 훔쳐 가면 화나고, 네 영역에 허락 없이 들어오면 불쾌한 것처럼 네 성을 다른 사람이 함부로 대하면 화내고 못 하게 해야 하는 거야. 너희들도 다른 사람한테 함부로 하면 안 되고. 알겠니?”

아이들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네 허락 없이는 누구도 안 돼. 형제, 가족, 엄마 아빠도 안 되는 거야. 알겠어?”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성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할 때는 아이가 태어나는 과정, 성기에 대한 명칭, 제 2차 성징 등등 여러 가지를 고민했는데 그날은 그런 설명 없이도 충분히 아이들에게 성교육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아이가 고학년이 되고, 사춘기를 지나고, 성인이 되면 그때그때 또 다른 성교육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집에서 자연스럽게 배우는 성교육이 가장 좋다고 하지 않던가. 학업, 생활 습관에 이어 아이 성교육도 자녀 성장에 맞춰 준비해야 한다.


하, 엄마 할 일이 또 하나 생겼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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