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생활 10년, 어느 영어 선생님의 일기 에세이

- 이 글은 영어 코칭인가, 글쓰기 코칭인가

by 노콩

내가 새봄 선생님에게 영어를 배운 것은 작년 11월부터이다. 그녀에게서 영어를 배운지 벌써 세 계절이 지났고, 이제 곧 1년이 되려 한다. 새봄 샘은 최근 영어에 접근하는 관점이 달라졌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영어를 ‘가르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사람이 보인다’라고 했다. 그 영어를 ‘도구’로써 쓰게 될 그 상대가 보인다고. 그러니 영어를 배우는 것은 그 행위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것을 도구로써 사용할 수 있게 가이드해 주는 것. 요즘 새봄 샘의 고민이 된 것 같다.


그녀가 내게 글쓰기 코칭을 요청한 이유는 ‘집필’ 때문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영어 배우기 방법과 여러 가지를 책으로 내고 싶은데, 그녀도 아이들의 엄마다. 뭔가 배우러 다니고, 시간 내어 글쓰기 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번 글쓰기 코칭도 토요일 새벽 5시 40분에 시작했다. 우리는 줌으로 만났다. 첫 1시간 가까이는 글감 찾기를 빙자한 수다 삼매경이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글감을 찾아냈고, 그녀가 고른 것은 ‘수용성’이었다.


“영어는 다른 나라의 언어입니다. 다른 나라의 문화와 그들이 생각하는 사고방식, 가치관 등이 모두 담긴 거예요. 그것을 그대로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은 영어를 금방 배웁니다. 여기에 왜 to 부정사가 들어가느냐, 이것이 to 부정사의 명사적 용법이냐, 형용사적 용법이냐 그런 걸 묻지 않아요. 그냥 받아들여요.”


생각해보면 나도 영어를 배우면서 영어와 한국어를 끊임없이 비교했던 것 같다. ‘이 영어 단어가 한국어로는 무슨 뜻이지?’라고 끊임없이 번역하고 해석하려 했다. 그냥 그 영어 단어가 가지고 있는 느낌, 에너지, 그래서 주로 쓰이게 되는 모습. 그런 것에 더 집중했어야 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사람을 대할 때나, 육아를 할 때나, 심지어 영어를 배울 때까지도 참 중요하구나 새삼 느꼈다.


나는 새봄 샘에게 지금 우리가 한 얘기를 글로 써보라고 했다.

“지금 당장이요?”

“네 지금 당장이요.”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그녀는 써 내려갔다. 아마 연필과 종이로 글쓰기를 해본 것도 참 오랜만이었을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녀는 서두만 쓰다가 끝내버렸다. 수용성 얘기를 이제 시작하려 하는데, 아이가 깨버렸고, 약속된 시간도 다 되어 버렸다. 나는 그녀에게 ‘숙제’를 내주었다. (선생님에게 숙제 내기라니 ㅎㅎㅎ) 그리고 그녀는 지금도 숙제를 하고 있을 것이다.


사실 서두가 길어지는 것! 글쓰기를 전문으로 하지 않는 일반인들에게 가장 많이 보이는 모습이다. 보통의 경우 자신이 하고자 하는 얘기를 하기 위해 주변 설명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새봄 샘의 글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처음부터 영어를 잘하거나 특출났던 것이 아니고 소위 ‘벼락치기’ 방식으로 공부를 했고, 우연히 가게 된 스페인에서 몸으로 언어를 배우며, 언어 배우기의 새로운 관점이 생겼다는 얘기를 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 나는 한 줄로 요약한 것을 그녀는 거의 2/3 페이지에 걸쳐 풀고 있다.


이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경험을 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그 세세함과 a-b-c-로 이어지는 인과관계를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그것을 말하지 않고는 이야기가 넘어가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길게 써지는 서두를 어떻게 줄일까? 드라마나 영화를 생각하면 쉽다. 예를 들어 여자 주인공이 소개팅을 앞두고 늦었다고 하자. 눈 떠서 시계를 보고 ‘앗 늦었다!’를 외친 후 머리를 감고, 옷을 고르고, 버스를 탈까 택시를 탈까 고민을 하다가 택시를 타고, 겨우 겨우 제시간에 약속 장소에 도착한다는 내용이라고 보자. 아마 연출가는 이 과정을 모두 영상에 담지 않을 것이다. ‘앗 늦었다’를 외치고, 다음 장면은 땀을 뻘뻘 흘리고 숨을 헐떡거리며 자리에 앉아있는 여주인공의 모습을 그릴 것이다. 그렇게만 해도 시청자는(즉 독자는) 안다. 이 여주인공이 얼마나 서둘러 그 약속 장소에 왔는지.


일반인들은 자신이 경험한 일이기 때문에 그 과정 모든 걸 적으려 한다. 마치 여주인공이 겪은 모든 사실을 화면에 보여주려고 하는 것처럼. 그러나 전문 글쓰기를 하는 사람은 뭐가 재밌는 얘기고, 뭐가 이야기 흐름에 필요한 것인지 알고 그곳으로 바로 돌입한다. 그렇게 하면 서두가 길어지지 않는다.

혹시 서두만 쓰다 맥이 풀려 이야기를 길게 쓰기 어려웠다면, 독자를 생각하는 글쓰기를 해보자. 독자는 어떤 부분을 재밌어하고 필요로 할까를 고민해보면 해답이 보일 것이다.




<글쓰기의 서두가 길어질 때>

일단 하고 싶은 얘기와 관련이 없는 것은 걷어냅니다. 그다음은 독자 입장에서 생각합니다. 이 얘기가 재미있나? 필요하나?

그러나 이런 고민을 하다보면 지쳐요. 안 그래도 힘든 글쓰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어요.

체력과 시간만 허락한다면 일단 하고 싶은 얘기를 다 적어보세요. 그러면 대강의 서론, 본론, 결론이 눈에 들어올 겁니다. 그다음 줄여나가세요. 1단락을 1문장으로 줄일 수도 있어요. 어차피 빼버릴 걸 왜 쓰냐고요? 쓰면서 이걸 빼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 보면 진도가 안 나가니까요.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나아질 수 있습니다. 누구나 하는 시행착오라 생각하고 긴 서두라도 수용해주며 글쓰기를 시작해 봅시다.



* 나의 첫 성인 글쓰기 코칭의 상대가 되어준 새봄 샘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그리고 새봄 샘의 ‘마스영(마이 스토리 영어)’ 프로그램도 잠시 추천해 봅니다. 나의 글쓰기 코칭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쓰며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이기에 매우 유용하고 재밌답니다.


새봄 샘의 인스타 그램 : https://www.instagram.com/saebom_global_lee/



새봄 샘~ 숙제 마치면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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