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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콩 Dec 20. 2021

하브루타식 책 읽기? 아니 글쓰기!!

 아이들과 일기 코칭을 할 때 첫 작업은 질문을 하는 것이다. 글은 본인이 좋아하는 것 또는 관심 분야에 대해 적어야 하는데 나는 상대 아이에 대한 정보가 없다. 그래서 그 아이에 대해 알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그런데 보통의 아이들은 이런 질문을 힘들어 한다. 내 질문은 좀 집요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뭔가를 좋다고 말하면 그게 왜 좋은지 그것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자꾸 물어본다. 아이가 뭔가를 싫다고 말하면 그게 왜 싫은지 어떻게 달라졌으면 좋겠는지 자꾸 자꾸 물어본다. 사실 그래야 그 아이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가치관이 나오고 그것이 그날의 수업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아이와 눈을 맞추고 대화해요. 낯선 어른 과의 대화는 쉽지 않을 거예요.


 그러나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런 집요한 질문을 받는 게 처음인 경우가 많다. 매우 당황하고 일부는 울어버린다. 아이가 울면 내가 뭘 잘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겉으로는 ‘그럴 수 있지’라고 말하지만 속은 요동친다. 유나를 만났을 때도 그랬다.     


 1학년 여자아이 유나(가명)는 낯선 사람과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타입이 아니었다.

      

 “유나는 뭘 좋아해? 뭘 하는 게 좋아?”     


 라는 질문에 아이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나는 덜컥 겁이 났다. 이런 반응을 보이다가 울어버린 아이가 벌써 두 명이다. 유나도 울어버릴까 봐 겁이 났다. 나는 질문을 멈추고 유나가 그동안 썼던 일기를 들여다 보았다. 유나는 일기를 잘 쓰는 편이었다. 자신이 그 순간 느낀 생각이나 감정을 잘 써내려 가고 있었다. 아직 1학년이니 기술적으로 완벽한 글이 나올 수는 없는 법이다. 하지만 그만하면 중상(中上)은 되는 수준이었다.     

 

 그때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방송 댄스에 대해 적은 일기였는데 글 속에 ‘어쩌지?’라는 말이 있었다. 유나는 방과 후 수업으로 방송 댄스를 하고 있다고 했다. 아무래도 수업을 마치면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는 모양인데 그럴 때 ‘어쩌지?’라는 마음이 든다고 적혀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어쩌지?’의 마음은 부끄러움이었다. 춤추는 모습을 찍히는 게 부끄러울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유나의 마음속 ‘어쩌지?’는 걱정이었다. 실수할까 봐, 틀릴까 봐 걱정하는 마음이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써보자고 했다. 유나의 마음속이 궁금했다. 왜 유나는 본인의 실수에 걱정을 하는 것일까. 남들 앞에 완벽한 모습만 보이고 싶은 걸까? 뭐든 잘하고 싶은 일종의 승부욕인가? 아니면 방송 댄스가 유나에게 특별한 것일까? 소중해서 그런 것일까? 글을 쓰며 질문을 하고 그 속마음을 끄집어내고 싶었다.      


유나의 마음을 더 끄집어내고 싶었지만, 다 담을 수 없었던 그 날의 일기



 그러나 결과적으로 속마음을 꺼내놓게 하지 못 했다. 일기도 평소 유나가 쓰던 것 보다 못 한 수준으로 나와버렸다. 만족스럽지는 못 했지만 수업을 끝내야 했다.

     

 유나 어머니와의 코칭 시간에는 유나가 조금 더 자신의 속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시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단계를 밟아 가면서 계속해서 ‘왜 그럴까? 이 마음은 뭐지?’ 생각하고 짚어나갈 수 있게 도와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유대인의 전통적인 교육법 중에 ‘하브루타’라는 것이 있다. 하브루타는 히브리어인 ‘하베르’에서 유래한 말인데 ‘우정’, ‘동료’ 등을 뜻한다. 학생끼리 또는 스승과 제자 등이 짝을 이루어 서로 질문을 주고받고 논쟁하는 교육법. 지식을 주입식이 아닌 창의적으로 받아들이는데 탁월한다. 그리고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으면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되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논리를 더 강화할 수도 있고 새로운 논리를 도출해낼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독서와 결부지어 많이 언급된다. 책을 읽고 내용을 파악하거나 주인공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 '하브루타'를 사용한다. 그러나 나는 글을 쓸 때 하브루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글은 자신의 고유한 생각과 주장이 담겨야 하는데 그걸 담기 위해서는 수없이 질문해야 한다. 엄마가 아이에게 질문하는 것도 필요하고, 아이가 본인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도 필요하다. ‘왜 그럴까? 왜 그런 생각이 들까?’ 그런 질문 과정을 거쳐야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의 근원을 깨달을 수 있다. 그것이 바로 그 아이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함이고 좋은 이야깃거리가 되는 것이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아이가 글을 잘 쓰기를 원한다면, 끊임없이 질문하자.




아이들 의견을 자주 물어봐주면 좋겠어요.


아이와 대화를 많이 하시나요? 사실 아이의 생각이나 의견을 듣는데 우리 어른들은 참 인색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보면 아이도 어른만큼 생각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아이만의 생각과 논리가 있고, 영화 기생충의 유명대사처럼 '넌 다 계획이 있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아이와 대화를 하면 아이를 또 다른 인격체로 대할 수 있습니다. 저절로 존중이 되고, 나의 소유로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습니다. 아이와 자주 대화를 나누세요. 똑같은 상황에 대해 아이는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 물어봐주세요. 때로는 정말 아이로부터 배우게 된답니다. 참 신기해요.


 

상기 내용은 코칭 수업 당시의 느낌과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므로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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