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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콩 Dec 21. 2021

주장하는 글쓰기가 되는 아이는 따로 있다.

  나는 일기 코칭을 가면 주로 수필식 일기 쓰기를 권한다. 수필식 일기 쓰기란 일상에서 느낀 본인의 생각이나 느낌을 담는 것이다. ‘친구란 무엇일까? 그렇다면 좋은 친구란 무엇일까?’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이 있으면 무엇이 좋을까?’ ‘엄마란 무엇일까? 내게 엄마는 어떤 의미인가?’ 그동안의 일기가 경험 위주의 글이었다면 수필식 일기는 생각 위주의 글이다. 조금은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주제로 이야기를 써본다. 아이들이 해보지 않은 글쓰기이고, 앞으로 계속 필요한 글쓰기이기 때문에 종종 시도해본다.     


 평소 책을 많이 읽는다는 희정(가명)이에게도 그런 접근을 해보았다. 3학년이고 여자아이였기 때문에 충분히 잘해 낼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그러나 희정이는 어려워했다. 그날의 주제는 ‘나에게 책이란 어떤 의미인가?’였다. 희정이는 틈만 나면 책을 본다고 했다. 책을 읽으면 늘 새로운 것을 알 수 있어 좋다고 했다. 희정이는 몰랐던 것을 알게 됐을 때 즐겁고, 익숙한 것보다는 새로운 것에 흥미를 느낀다고 했다. 나는 나와 대화한 내용 그대로를 적자고 했다. 어려울 게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희정이는 모르겠다고 했다. 어떻게 써야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으로 두꺼운 해리포터를 들고 왔다.


 희정이는 평소에도 글 쓰는 게 어려웠다고 말했다. 일기를 쓰거나 독서록을 쓸 때 뭘 써야 할지 막막했다고 했다. 내가 느끼기에 이 아이는 왜 이런 글을 써야하는지 그 의미를 찾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날 했던 일을 기록하고 내가 읽은 책의 내용을 기록하는 게 왜 필요한지, ‘이 글을 어디에 쓰려고?’ 라는 의문이 충분히 들 수 있다. 그래서 희정이에게 그동안 어떤 종류의 글쓰기를 해봤냐고 물어봤다. 수업 시간에 ‘주장하는 글쓰기’를 해봤다고 대답을 하기에, 그건 어땠냐고 물었더니 재밌었다고 대답을 했다. 퍼뜩 이 아이는 감성적인 글쓰기보다 논리적인 글쓰기가 더 어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하자면 소설이나 동화보다는 칼럼이나 논설 형태의 글이 더 맞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희정이의 글쓰기 주제를 바꿨다. ‘나는 책이 좋다.’ 그리고 그 이유를 적자고 했다. 아이는 줄줄줄 글을 써내려 갔다. 희정이는 어쩌면 실용주의 성향일 수도 있다. 어디에 써 먹혀야 의미가 있지, 그냥 전시하거나 꾸미는 게 뭔 의미가 있나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니 ‘나에게 책의 의미?’ 이런 건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이고, ‘책이 왜 좋은지 써라’이건 좀 의미 있게 다가갔을 것 같다.     


첫 의도는 수필이었지만, 결과물은 주장하는 글쓰기로 나왔다.



 나는 희정이에게 이렇게 말해줬다.     


 “희정아. 그동안 해왔던 글쓰기는 네 스타일 아니었던 것 같아. 앞으로 고학년 되면 주장하는 글쓰기를 훨씬 많이 할 텐데, 그게 이제 네 스타일이 될 거야. 앞으로 쓰는 글은 별로 어렵지 않을걸?”     


 희정이가 웃었다. 희정이 어머니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해줬다. 희정이에게 감상적인 글쓰기 말고, 주장하는 글쓰기를 시켜보라고. 자신의 논리와 주장을 담는 글쓰기가 희정이에게는 훨씬 재밌을 거라고.     

 

 희정이와의 수업은 내게 독특한 기억을 남겼다.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는 날 때부터 정해지는 것처럼, 논리적인 글을 쓰는 사람과 감성적인 글을 쓰는 사람은 타고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훈련을 통해 양손잡이가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더 편한 쪽이 있기 마련이다. 이 세상은 아름다운 문학작품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주고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칼럼과 논평도 분명 존재한다. 어느 글이 더 좋고 나쁘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아이가 타고난 특성 그대로의 글쓰기를 할 수 있게 돕는 것. 그것이 우리 어른들이 해줘야 할 일인 것 같다.     




주장하는 글쓰기는 어떻게 지도하면 좋을까요?     


예를 들어 ‘게임의 중독성’에 대해 글을 쓴다고 해봅시다. 아이의 성향이 감성적이고 공감하는 쪽이라면 이런 글이 나올 겁니다. ‘내 친구가 찻길 건널 때 핸드폰 게임을 하는 걸 봤습니다. 너무나 위험해 보였습니다. 게임은 어린이에게 중독의 위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성향이 논리적이고 자기 중심적이라면 이런 글이 나올 겁니다. ‘어린이는 아직 통제력이 부족합니다. 게임은 너무나 자극적입니다. 그것을 아이가 스스로 통제하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니 아이에게는 게임을 금지해야 합니다.’ 이처럼 감성적인 아이는 경험에 빗대어 글을 쓰게 하고, 논리적인 아이는 자신의 주장에 빗대에 글을 쓰게 하면 ‘주장하는 글쓰기’도 훨씬 쉽게 쓸 수 있을 겁니다.


논리적인 글이라면 이제 훨씬 편하게 글을 쓸 수 있을거야^^


상기 내용은 코칭 수업 당시의 느낌과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므로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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