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다니는 딸래미 학교에서 식물의 한살이 과정을 관찰하여 책자로 만들어, 과학 수행 평가를 한다며 강낭콩 4알을 보내왔다.
그런데 학교에서 나눠준 강낭콩이 부실하다. 모두 썩어서 싹이 나는데 실패하였다. 물을 너무 많이 줬나?
조급해져서 나는 그날 바로 시장가서, 강낭콩 한무더기와 다이소에서 강낭콩 키트를 사와 따로 배양했다. 아파트 텃밭에도 3알씩 3동을 심었다.
(하나라도 얻어 걸리면, 싹이 나겠지 하는 심산이었다. )
'세상에 이런 정성이 있을까?'
물을 주고 공기가 통해야 한다며 흙을 뒤적뒤적, 햇빛 쬐라며 지나가는 길목마다 옮겨 놓고 지극정성이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5개싹이 났다.
옛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나땐 숙제로 건성건성 대충 쓰고, 그려서 보고서 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딸래미 수행평가도 평가지만 일단 내가 너무 재미있다.
'어쩜 물만 줬는데 씨앗에서 싹이 이렇게 자라지?'
서로 앞다투어 세상에 눈을 튀었다. 날개를 펼친다.
정말 생명의 신비란, 정성들인만큼 자라는구나!
그런데 또 걱정이다.
5개 모두 다 크고 자라면 이제 그 뒷감당은 어떻게 하지? 어디다가 키울까? 텃밭에 옮겨 심을까? 텃밭도 지금 꽉 차서 만원인데..
갑자기 행복한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