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시절 오르고 처음인것 같다. 그동안 아이랑 산을 오를 수 있다는 생각은 못해봤다. 무릎이 좋지 못한 신랑을 핑게로 나도 산과 담을 쌓고 있었다. 아이가 사회 수업에서 우리고장 자연, 문화 탐방의 일원으로 등산을 언급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러고보니 초등학교 4학년이 되도록 아이는 한번도 그 작은 산 하나 완주한적이 없었다.
난 어릴적 산을 많이 탔었는데.. 이번기회를 계기로 딸아이도 산을 좋아하는 아이로 만들어보자!
우선 우리는 뒷동산인 관악산을 타기로 했다. 관양시장을 따라 관악산림욕장을 지나 국기봉까지 1시간 반거리를 올라 도시락을 먹고 다시 1시간 반을 걸어 동편마을 카페거리로 내려오는 코스를 선택했다.
평지에서 봉우리로 오를수록 경사가 가팔라지고 바위가 많아 올라가기 힘들었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았지만 그렇다고 중간에 내려가기도 애매한 구간이다.
군데군데 가족단위와 커플, 친구들과 동아리 사람들이 보인다. 강아지도 올랐다. 험한 비포장거리를 지나 지쳐 한발자국도 못 오를 것 같다싶으면 누군가가 계단을 만들어 다시 오르게 채찍질을 한다. 이 깊은 산골까지 어떻게 이 많은 자재들을 운반했을까? 이전에 도착한 사람들의 무수한 발자욱이 모여 길을 만들고, 붙들었던 나무동이는 가시없이 맨들맨들해졌다.
순간 밥 딜런의 ' blowin' in the wind' 의 가사가 생각났다.
"How many roads must a man walk down Before you call him a man?"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야 한사람의 인간이 될 수 있을까?)
나는 또 얼마만큼의 길을 더 걸어가야 하나? 나의 길은 언제쯤 끝이 날까? 내 길은 내 뒷 사람의 쉬운 길이 될 수 있을까?
상념에 젖는데, 딸아이가 더는 못 올라 가겠다고 울먹인다. 그 순간 나는 진달래꽃을 보았다. 너무나도 애띤 연분홍이다. 누가 심지 않아도 누가 일부러 찾아 보지 않아도 그렇게 산등성이 위에 저만치 피어있었다. 내 길을 묵묵히 가다보면 이처럼 선물같은 순간들이 다가올까? 굳이 챙겨서 찾아보려 하지 않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