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끝(18)
발표 끝나고, A와 선배들이 만나는 자리에 동참했다.
선배들중 3명이 대학에서 철학 강의를 하였다. 들뢰즈에 대해 이야기 했더니, 프랑스 철학한다는 선배 하나가 때마침 화요일마다 들뢰즈 공부하는 모임이 있다며, 시간이 되면 참석해도 좋단다.
각자 그간 자신들의 동향에 대해서 이야기 하며 겉돌다가, 주제는 어느새 ’미움과 싫어함’의 차이로 옮겨 갔다.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것과 싫어한다는 것의 구분은 무엇인가?’ 에 대한 질문이다.
한 선배는 그 상대방에 대해 마음이 남아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라고 하였다. 애증이 그래도 남아 있으면 미워하는 것이고, 그것이 없다면 싫어한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A와는 어때요?”
라고 묻길래, 미소로 답했다.
물론 가끔 싫지 않고 밉다. 마음이 있으니까. 그런데 문득 문득 뭔가 애처로운 느낌이 든다. 나는 이렇게 석사3개에 박사 까지 끊임없이 자아 실현하느라, 바쁜데, 싫든 좋든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밤늦게까지 밥벌이 하느라, 고생하는 A의 모습이 안스럽다.
작년, 나는 주1회 아침 9시 회의에, 1-2틀 자율적으로 상담하는 것도 힘들어 1년도 채 못채우고, 상담 센터를 그만두었다. 그에 비해, 반복의 지리함을 극복하고, 자신도 하고 싶은 것이 있을 텐데, 그래도 묵묵히 생활전선에 임하는 A의 모습은 존경스럽다.
과연 나의 이 ‘진부함과의 지속적인 투쟁’이 무얼위한 노력인지, 가끔 A와 같은 ‘일상의 실천자’들 앞에 현타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