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끝(19)
요즘 나의 일상은 평범하다. 강의나 수업이 없는날에는 걷는다. 집에서 출발해서 집근처 재래시장을 돌고 마트까지 걷거나 멀게는 한 정거장 지나, 백화점 서점까지 둘러보고 집으로 오면 대충 만보가 된다. 천을 따라서도 걸어 봤는데 자연 풍광은 좋으나 낮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 혼자 걷기가 좀 무섭다.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한다.
이런 저런 생활과 관련된 자잘한 것들부터 오늘,내일, 이번주 해야할 것들, 중, 장기 미래에 대한 계획들 그리고 사유를 위한 창조적 사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몸을 움직이면 꼬리에 꼬리를 문 생각들이 예고도 순서도 없이 여기저기 터져 흘러 나온다.
뛰는 게 더 운동이 된다고 해서 앱을 깔고 지시하는대로 뛰어도 봤다. 역시 땀을 빼고 나면 운동한 느낌도 들고 실제 살도 빠졌다. 하지만 사색에는 도움이 되질 못한다. 육체가 뛰는데 바빠, 생각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것이다.
변화는 거창한 것에서부터 시작되지 않는다.
평범한 이런 나의 일상들이 모여, 내가 된다. 걷고, 말하고, 이동하고, 쇼핑하고, 독서하고, 정리하고, 요리하는 내가 모여 원하는 내가 되어가는 것이다.
미셀 드 세르토(Michel de Certeau)는 이러한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놀랄만한 창조성을 발견할 수 있으며, 우리 삶의 다양한 제한과 결핍은 ‘일상적 실천’을 통해 권력에 저항하는 ‘전술’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단순히 걷는 것도 언술행위와 같으며, ‘공간적 실천’을 통해서 ‘뻔한 장소’도 누적되고 통합되면 ‘역사’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중요한건 ‘태도’다. 결국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을런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