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남저수지에 지인분들이 계셔서 기회삼아 주남저수지를 방문했다. 조류 AI와 코로나 탓으로 방문을 꺼렸는데 사실 내 게으름이 99%로 미뤄둔 만남이다.
나는 새를 좋아한다. 물론 나에게 있어 자연이 주는 청량과 편함이 우선이지만 새들의 지저귐은 자연에 생기를 더해주는 것 같아 새들을 좋아한다. 새를 통해 정적인 자연에서 동적인 감각을 느낄 수 있달까.
지금은 겨울철이라 겨울 철새들을 볼 수 있다. 재두루미를 볼 수 있다는 말에 설렘 반 흥분반으로 찾아갔다. 재두루미는 대형 조류이니깐 볼 수 있는 환경이 제한돼 있어 나에겐 신기한 조류이다. 그리고 습지는 새들의 좋은 보금자리, 내가 있는 곳 근처엔 주남저수지 같은 습지를 보기 힘들어 설레는 환경이기도 했다.
물론 조류 AI 예방차원에서 주남저수지 둑에선 새들을 볼 수 없다. 또한 새들이 먹이활동을 하는 논 가까이 접근하는 것도 자제된다.
갤럭시20으로 찍은 재두루미 사진
주남저수지에 와서 새들을 보니 나에게 있어선 신기한 광경이었다. 저렇게 큰 새들이 어떻게 우리나라로 온 것일까.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빌딩 숲을 헤치고 어떻게 여기 안착한 것 일까. 얼마나 많은 볍씨를 논에서 먹어야 저 몸을 유지할 수 있을까. 옛날과 달리 기계로 벼를 베어 낟알도 많이 떨어지지 않을 텐데... 나의 걱정스러운 혼잣말에 옆에 계시던 선생님이 철새를 대상으로 먹이주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그 먹이의 양은 새들한테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나는 개인적인 입장에선 자연은 자연 그대로 둬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먹이 주는 걸 좋아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철새에게 있어서 만큼 먹이 급여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계로 농사를 짓기에 옛날과 달리 땅에 흘려진 곡식들이 적어지고, 그 농사를 지었던 논들이 공장지대로 주거지로 심지어 비닐하우스로 많이 바뀌었다. 옛날에 비해 턱없이 줄어든 자연생태계가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철새에게 있어 주남저수지와 철새도래지는 쉼터다. 최종 목적지, 월동지로 가거나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기착점이다.(물론 소수의 새들은 우리나라가 월동지일 수도 있겠지만 더 많은 새들의 기착점이 된다.) 철새도래지에서 잠시 쉬어서 에너지를 보충하고 다시 떠난다. 그 먼 거리를 이동해 힘이 부친 새들이 먹이를 찾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겨울은 혹독하다. 조류뿐만 아니라 날개 없는 짐승들도 먹이를 못 먹고 많이 아사하는 게 이 겨울이다. 철새들도 이를 피하진 못한다. 철새들의 서식지 확보가 제일 좋은 해결책이지만 빨리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새들의 개체수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먹이주기 활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새들의 서식지가 확보되는 것만큼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
나는 옆에 있는 선생님께 말했다.
선생님, 제가 10년 후에 여기를 다시 와도 쟤들을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선생님과 나, 둘 다 알고 있는 답변이었다.
아니요. 개발 앞에서 저들이 지켜질 수 있을까요?
주남저수지에는 새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저 새 사진 찍는 사람들이 한 목소리만 내줘도 충분히 지켜질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실제는 아니었다. 오로지 자기만족으로 사진을 찍는 이들...이었다. 새들의 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논에 접근하지 말라는 안내판이 있어도 기어코 대포카메라를 들고 접근하는 사람들, 그들을 피해 날아가는 새들. 사람들이 사진을 찍겠다는 그 이기심으로 많은 새들의 둥지가 발가벗겨지고 포란을 포기한 어미들도 많다고 한다. 그들이 조류를 사랑했으면 하는 건 나의 어리숙한 바람이었다.
자연이 개발되고 사라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사람들은 새들의 가치를 모르는 듯하다. 시장경제에서 중요한 그 돈들을 새들로 하여금도 충분히 불러들일 수 있다는 걸 말이다. 저들을 볼 수 있는 곳이 얼마나 희귀하고 소중한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돈 주고 봐도 안 아까울 시대가 도래했는데도 말이다.
이 공공재의 가치를 알고 보호해야 할 업무가 있는 공무원들은 오늘도 자기 밥그릇 싸움뿐이다.
누군가는 바다는 고래의 것이었으면 한다고 한다. 나는 저들을 최소한 10년 뒤에 오롯이 다시 여기서 만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