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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낯선 손님의 방문, 그리고... 눈물

<달콤한 간택일지 1>

by 노란까치


길 생활 하던 성묘 고양이를 입양하는 사례와 다른 수의사들의 관점도 궁금하여, 인터넷을 계속 찾아보기 시작했다. 유튜브에서 유명 수의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길고양이 평균 수명이 2~3년이라고 한다.


길에서 죽음을 맞이하는데, 끊임없이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기도 하고 아무 음식이나 먹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나트륨 함량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여 질병에 걸려 죽기도 한다고 들었다.


그리고 운전자들은 한 번쯤 경험이 있을 텐데, 로드킬로 죽은 고양이를 만나기도 한다.


고양이들이 많은 활동영역을 넓혀가면서 살아가지만, 고양이 세계에서도 서열이라는 것이 존재하다 보니 마음 편히 모든 영역을 돌아다니는 것은 아니다.


쪽잠을 자기 위해서 좁은 담벼락 같은 곳에서 잠을 청하기도 하고, 주차장 차 밑에 숨어 더위와 추위를 피하기도 한다. 늘 예민하게 주변경계를 하며 평생을 살아간다.


고양이들에게 영역은 너무 중요한 곳이지만 넓은 영역이 중요한 게 아니라 영역의 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 영상들을 보고 나서, 내 마음의 짐이 덜어졌다.


나는 고양이의 행복을 뺏은 사람일까?

하는 죄책감에 시달리곤 했는데, 나의 선택이 꿀복이의 수명을 조금 더 안전하게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난번 만난 수의사가 했던 말은 잊기로 했다.

서로의 가치관이 다르기에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고 생각을 했으나, 그 의사 선생님에게 가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쿨한 생각으로 정리를 끝냈다.


창문구경 중인 꿀복이


꿀복이를 입양한 지 일주일이 넘어가는 시점이었고, 점점 고환은 가라앉기 시작했다.

다행히 피가 터지거나 하는 응급상황이 생기지 않아서 안심이 되었다. 일주일 동안 동거를 하면서 나름 규칙도 생기며 고양이를 알아가는 공부도 열심히 하고 무엇보다 꿀복이가 이 생활에 만족감을 느끼는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해주고 싶었다.


고양이나 강아지를 주변에서 입양을 할 때 가족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리고 애완견, 애완묘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이제는 반려견, 반려묘라는 호칭으로 바뀐 것만 봐도 사람과 한 집에서 크고 있는 동물은 동반관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그런 말을 좋아하지 않았다.
'개 좋아하는 사람치고는 나쁜 사람이 없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의 말도 싫었다.


개를 좋아하고 사랑하고 케어를 잘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인성이 좋다고 일반화할 수 있을까?

연쇄살인범 강호순도 대형견을 키웠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에니멀호더들도 있고, 그리고 캣맘이라는 이름하에 아무 장소나 공공장소 및 사유지에 간식함과 물그릇을 두고 집주인에게 피해를 주며 적반하장인 케이스도 보았다.

그렇게 길 고양이들이 애잔하면 본인이 양육자가 되면 되는데,

책임지기는 싫고 길 고양이 위한다는 명분으로 자기만족을 위해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행동을 일삼는 사람들을 보면 과연 그게 맞는 것인지 생각이 들고는 했다.


그래서 나는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좀 유난 떠는 것을 지극히 싫어했고, 나 역시 개나 고양이는 귀여워 좋아는 하지만

'내 자식', '내 새꾸'

하면서 자식처럼 돌보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했던 거 같다.


남편에게 늘 했던 말이 있다.

만약에 우리가 고양이나 강아지를 키우게 된다면 조건이 있었다.

반드시 안방은 들어올 수 없게 막아둘 것, 그리고 옷장도 털이 날리는 게 너무 싫었던 터라 절대로 오픈하지 않기로 이야기했던 거 같다.


또 나는 고양이와 함께 같은 침대에서 자는 것은 납득이 안 되므로 우리가 자는 구역은 반드시 고양이 청청구역으로 놔두며 살 것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꿀복이가 자는 곳이라면 어디든 내어주고 있는 상황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람은 절대 경험하지 못한 것을 함부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내가 "내 새꾸"

하면서 애지중지 여기면서 고양이를 자식처럼 키우게 될 줄 상상도 못 했으니깐...


꿀복이가 온 지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도 여전히 어려웠다. 성묘라 그런지 내가 많이 케어할 일 없었고 물과 사료를 제공해 주며 가끔씩 사냥놀이 그리고 간식정도 주는 일...

가장 중요한 화장실 모래를 치우는 일! 이 정도가 항상 상시업무처럼 적응이 되어 어렵진 않았다.


걱정하던 것만큼 내가 특별히 밀착해서 케어를 하지 않아도 되고, 낮잠도 혼자 잘 자고 스크레쳐도 하면서 꿀복이도 나름 잘 적응하는 거 같았다.


제일 좋아하는 바나나 스크레쳐


그런데 어느 날 초인종 소리와 함께 누군가 우리 집에 벨을 눌렀다.


나가보니 낯선 여자가 큰 봉투를 하나 건네주었다.


"누구세요?"라고 물어보니


자신은 우리 집 앞 동에 사는 이웃주민이라고 인사를 했고, 본인이 콩이 (꿀복이 전 이름)를 간간히 돌봐주던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고양이 입양이 초반이라 이것저것 필요한 물품 있으실 것 같아 간식과 함께 챙겨 왔다고 하셨다.


호의는 감사했지만 '이 걸 받아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전부터 꿀복이를 케어해 주시고 병원도 데려가 주신 분이라 꿀복이를 나 만큼이나 생각하고 아껴주는 분 같아서 감사하다고 하고 물품을 건네받았다.

그분은 전달만 하시고 바로 가셨다.


선물로 받은 넥카라 (확신의 봄 웜톤)

큰 봉투를 열어보니 귀여운 사냥 장난감 도구와 고양이가 착용하는 앞 턱밭이 같은 것과 츄르 간식을 주셨다.

생각해 보니 그분 성함도 모르고 연락처로 알면 감사 인사라도 할 텐데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며칠 뒤 재택근무를 하던 중 누군가 우리 집 초인종을 눌렀다.

언터폰 확인을 하니 며칠 전 방문했던 앞 동 여자였다. 그리고 또 하나의 봉투를 주셨다. 본인 고양이들 간식을 사면서 꿀복이 간식도 사 왔다고 건네주셨다.


이번엔 그냥 보내드리기 아쉬움에

"저기.. 시간 괜찮으시면 차 한잔하고 가세요."

라고 제안을 하고 집으로 들어오시라고 했다.


그리자 꿀복이가 낯선 여자에게로 와서 꼬리 90로를 치켜든 채 반갑게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꿀복이도 그 낯선 여자를 알고 있는 눈치였다.


현관문 앞에서 둘은 끓어 안고 인사를 했고, 갑자기 폭풍 눈물을 흘리시기 시작했다. 나는 너무 당황스러워 일단 거실 소파로 안내를 했고 시원한 주스 한잔을 조심히 건네어드렸다.


이후 다시 꿀복이를 쳐다보면서 계속 머리와 엉덩이를 쓰담해 주시며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채 울고 계셨다. 아마도 여러 감정이 올라왔는지 계속 울고 계셔서 티슈 한 장 드리며 대화를 건넸다.


"많이 걱정되셨나 봐요?"


"네, 콩이를(꿀복이) 제가 5월에 입주하면서부터 밥 주기 시작하던 아이거든요"


"그럼 피아노 의자에 이불 깔아주고 밥그릇이랑 물그릇 가져다 두신게 본인 이셨어요?"


"네 맞아요. 제가 콩이를 발견하자마자 잘 따르고 이뻐서 밥을 챙겨줬어요. 제가 성묘를 현재 3마리를 키우고 있어서 입양을 할까 말까 고민을 하던 중이었어요."


뜻밖의 전개에 나는 좀 당황을 했지만,


"그동안신경 써주셔서 감사해요, 저희 집에 여러 번 놀러 오면서 저희 집이 좀 편하다 생각했는지 꿀복이가 저를 간택한 거 같아요."


내심 나는 꿀복이의 선택을 받은 집사라는 걸 강조하고 싶었나 보다. 이 낯선 여자가 꿀복이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까 봐 겁이 좀 나기도 했으니깐...


그리고는 본인이 성묘 3마리를 키우고 있고,

새끼고양이 입양이 아닌 길에서 생활한 성묘 고양이를 집으로 들인다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라 본인도 어떠한 선택도 하지 못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합사도 쉽지 않고 이미 3마리가 있기 때문에 늘 꿀복이만 생각하면 가슴 아프고 애잔했다고 하셨다.


그런데 다행히 다른 집에 입양되어 건강히 잘 있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된다고 하셨다.

그래서 이 이웃분에게 꿀복이 소식을 자주 전해드리고 싶어서 연락처를 교환하자고 했다.


흔쾌히 서로의 번호를 교환했고 화성으로 와서는 처음으로 사귀게 된 사람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재택근무를 하고 있기에 갑작스러운 방문은 서로 불편해질 수 있으니 오시기 전 미리 연락 한 번 달라고 요청을 드렸고, 종종 꿀복이 사진을 보내드리기로 했다.


요룡이 꿀복이


생각해 보면 내가 그 심정을 잘 이해하는 게 꿀복이를 만나고 싶어도 매일 볼 수 있는 친구도 아니었고, 어쩔 때는 3일 내내 안보일 때도 있어 걱정이 많이 되었는데, 더 이상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늘 함께 있으니 언제든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웃분도 상황이 안심이 된다고 하셨다.


나는 고양이에 대한 초보집사이기 때문에 낯선 여자에게서 많은 정보들을 듣고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보다 3살 많은 언니라는 것을 안 뒤로는 서로 언니동생하고 편하게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우리 꿀복이가 정말 복덩이인 게,

내가 처음 낯선 환경에서 힘들어할 때 가장 많이 반겨주고 애교를 부려 기분 좋게 해 주더니 이렇게 동네친구도 만들어준 거 같아서 고마웠다.


그날 낯선 여자의 방문 이후 더 활기찬 생활을 할 것 만 같은 기대감이 컸다.


처음 이웃과 소통도 해보고 고양이에 대한 지식도 풍성해질 것 같고, 왠지 모르게 의지 되는 거 같았다.


잘 때마다 먼가 이불을 덮어줘야 할 거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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