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간택일지 1>
꿀복이의 커팅된 (TNR) 귀를 볼 때마다 여전히 같은 생각을 한다.
'왜 이렇게 커팅부위를 넓게 잘랐을까? 조금만 잘라도 되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든다.
또 중성화 수술 단계 중 수컷 고양이를 잡아다가 수술시키고 다시 방생하는 과정에 대해 고양이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았다.
암컷 고양이들은 수술을 하려면 개복해서 수술을 하기 때문에 실밥도 풀어야 하고 회복하는 기간도 좀 오래 걸린다고 한다.
반면 수컷 고양이들은 땅콩을 떼어낸 뒤 일주일 정도면 호전되기 때문에 주로 수컷을 잡아다 수술을 시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수컷고양이는 갑자기 자신의 남성성(?)을 잃은 거나 마찬가지 이기 때문에 중성화수술을 당한 고양이는 고양이들 무리에서 가장 낮은 서열로 전락하게 된다.
동네 우두머리 고양이였더라도 중성화를 한 고양이는 가장 낮은 서열로 떨어지기 때문에 무리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그 고통을 어떻게 참고 순응하며 적응해야 할지 고양이 입장에서는 말할 수 없는 수치심과 고통을 안겨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꿀복이와의 동거가 2주가 넘은 시점에 점점 고환도 다 나아가고 원래 상태로 돌아간 거 같았다.
꿀복이는 여전히 아침마다 밖에 나가고 싶은지 문 앞에서 우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내가 근무를 하는 동안 내내 울기도 했다. 그때마다 사냥놀이로 관심을 끌어주고 했는데 이거보단 더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했어야 했다.
그래서 혹시 몰라서 고양이도 보는 tv가 있는지 유튜브에 검색을 했는데 [cat tv] 콘텐츠가 정말 다양하게 많았다. 1시간짜리, 4시간짜리부터 시작해서 8시간짜리까지 하루 종일 고양이가 tv를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다양했다. 처음엔 새와 오리 등을 위주로 보여줬는데 큰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쥐가 나오는 영상을 틀어주니 꿀복이가 미친 듯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tv에 가까이 가더니 급기야 tv모니터에 발을 치면서 사냥놀이를 시작했다.
빠른 쥐들이 지나가는 영상과 쥐들의 소리가 꿀복이의 사냥본능을 깨웠고 아주 흥미로워했다 그렇게 tv를 틀어주며 꿀복이의 바깥생활에 대한 갈증을 조금씩 해결해 주고 싶었다.
광고제거 귀찮아도 유튜브 프리미엄으로 바꿀 생각은 없었는데, 오롯이 꿀복이가 유튜브 TV시청할 때 중간광고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큰맘 먹고 프리미엄으로 변경을 했다.
남편은 캣맘이 다 되었다며 유난스러운 사람 욕하더니, 내가 더 유난이라며 놀렸다.
그러던 도중 산책하는 고양이 영상을 보았는데, 얌전히 주인과 산책하는 것을 보고
'그래. 우리 꿀복이 하루 한 번, 밖에 나가게 해서 좀 갈증을 풀어주면 좋겠다' 싶다는 생각을 했고
24시 무인용품점에서 고양이용 목줄은 없길래 작은 사이즈 강아지용 목줄을 구매를 했다.
그런데 목줄과 하네스를 꿀복이에게 착용시키는 게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계속 싫다고 반항했고 몸에 닿는 느낌이 싫었던 거 같다. 어찌어찌 꿀복이를 목줄을 채워봤고 같이 산책을 나가보았다.
내가 상상했던 것은 산책을 하는 강아지를 생각했던 거 같다. 하나씩 훈련을 시켜가며 적응시키려고 했는데 고양이는 강아지가 아니라는 것을 체감하기 시작했다. 일단 엘리베이터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꿀복이는 갑자기 주저앉아서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평소에 맨날 나가고 싶어 하더니, 오늘따라 왜 그래?"
하며 끌어봤지만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꿀복이를 안고 밖으로 나가보았다. 늘 꿀복이가 다녔던 환경이라 좋아할 것 같아 나갔는데 내 예상을 계속 빗나갔다. 개들도 신나면 여기저기 냄새를 맡으며 영역표시도 하고 배변을 보기도 하고 냄새도 맡고 활기를 치며 산책을 하는데...
우리 집 꿀복이는 나무에 올라타는 것이었다. 개들과는 달리 고양이들은 활동범위가 더 다양하고 수직본능이 있다는 것을 다시 간과했던 점이 있었다.
그리고는 꿀복이가 좋아하던 모래사장이 있는 장소가 있는데, 그곳으로 데려가니 미친 듯이 모래에 뒹굴러 샤워를 하기 시작하고 모래를 파기 시작했다.
그 순간 또 아차 싶었다. 꿀복이를 다시 씻길 생각에 말이다.
우리는 꿀복이가 그때까지 수속성 고양이인줄 알고 오해했는데, 난이도가 괜찮겠다 싶었어서 집 가서 후딱 씻겨야겠다 생각을 해봤다. 잠깐 10분의 산책이었지만 컨트롤은 아무것도 되지 않았고, 산책은 더 이상 안 되겠단 결론이 내려졌다.
그리고 목욕을 하러 씻기는데 말도 안 되는 반전이 일어났다. 꿀복이가 울고 불고 난리를 치는 것이었다. 극도로 싫어하는 느낌이 강했고 '개구호흡'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처음 봐서 너무 놀랐는데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모양이었다. 그래도 두 번을 샤워시킬 수가 없어서 최대한 빠르게 구석구석 씻기기 시작했다.
꿀복이는 첫날 물에 대한 경험이 처음이라 큰 반응을 안 했던 거 같고 지금은 완전히 싫어하는 느낌이 강했다.
그 과정에서 나도 피가 나서 상처가 생겼고 날카로운 발톱에 손을 좀 다치기도 했다.
겨우 목욕을 마친 채 밖으로 데리고 나오니 여전히 젖은 털을 구르밍 하며 1시간 넘게 혼자 관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 예방접종을 위해 병원을 방문했고, 갑자기 남편과 함께 드라이브가 떠나고 싶어 꿀복이와 함께 드라이빙을 했다. 조금 울긴 해도 차 안에서 크게 스트레스를 받아하지 않았기에 집 근처 서해안으로 바다를 구경하러 갔다.
그날따라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꿀복이와 진정한 식구가 돼가는 거 같아서 우리는 나름의 즐거운 데이트라 생각을 하고 드라이브 마치고 집으로 귀가했다.
그때부터였을까? 나와 남편의 무지함은 실로 엄청났다. 꿀복이를 정말 오해하고 있었던 거 같다.
개냥이라고 해서 이 친구가 개는 아닌데.
자꾸 우리는 우리가 아는 기준과 생각하는 고양이의 기준을 만들어서 우리의 귀여운 전리품처럼 대하려고 하는 거 같았다.
결국 무지함으로 비롯된 오해는 큰 사건으로 직결되는 계기가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