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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단잠자는 꿀복이

<달콤한 간택일지 1>

by 노란까치


8일 동안에 악몽 같은 시간이 흘러, 꿀복이를 찾은 게 꿈만 같았다.

일주일간 밀린 업무를 신나게 처리하고 틈틈이 꿀복이 상태를 보았다. 원래 있던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그루밍을 한참을 하고 긴 단잠에 빠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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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을 끼쳤던 모든 곳에 연락을 돌렸다. 꿀복이를 찾았다는 연락을 돌리고 나니 꿀복이가 내 옆에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유명 고양이카페 게시판에 꿀복이 찾는 글들을 내렸고, 당근에 당진지역 커뮤니티에도 올린 글들을 내리며 하나씩 수습해 갔다.

처음에 200장을 돌림 마음으로 만든 전단지도 더 이상 쓸모없게 되어 정리했고, 꿀복이를 밤새 찾으라 썼던 손전등도 모두 창고 안으로 넣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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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가 지나고 재택근무에서 퇴근으로 마친 나는 곧바로 꿀복이 상태를 확인했는데,

여전히 곤히 잘 자고 있었다.

아까 처음 발견했을 때 꿀복이 배가 이상했다. 울퉁불퉁 뭔가를 많이 섭취해서 늘어난 느낌이 강했는데,

꿀복이가 외목마을에서 어떤 생활을 했을지 어떤 고생을 했을까 마음이 아팠다.

그날 꿀복이에게 사료와 물을 마시게 했고, 화장실을 살펴보니 계속적인 설사를 했다.

꿀복이를 병원에 데려가 상태를 진단받고, 약을 처방받았다. 피검사 및 혹시 어떤 질병에 노출되진 않았을지 간단한 검사등을 했다.


며칠은 설사를 계속할 수 있단 이야길 해주셨다. 아무래도 규칙적인 사료만 먹던 고양이가 다른 많은 일반 음식을 섭취하고 다녔기 때문에, 설사하면서 안 좋은 것들을 다 배출하는 과정이 있을 것 같았다. 냄새도 많이 지독했고 장이 정말 좋지 않아 보였다.


당분간은 모든 간식을 중단하고 며칠간은 사료와 물 외엔 다른 음식은 주지 않았다.

이틀정도 지나니 정상적인 변을 보기 시작했고 지독한 냄새도 많이 줄어들었다.

남편과 나는 며칠간 미뤄둔 일들을 처리하며 열심히 현업에서 집중하고, 주말이 돼서야 당진으로 다시 행했다.


그때 부착했던 전단지 물도 수거하고, 결정적 제보와 함께 꿀복이 찾는데 도움을 주신 횟집사장님 부부께

너무 감사해해서 사례금 30만 원을 꼭 드리고 싶었다. 마음 같아선 300을 드려도 아깝지 않을 분들이었다.


당진에 도착하자마자 전단지 부착했던 곳을 찾아 모두 수거하기 시작했다.

외목마을 어귀 게시판을 부착하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서 전단지를 떼고 있는데 어떤 산책을 하시던

어르신께서 우리에게 한마디 하셨다.


"이 고양이 실제로 몇 번 봤는데 거기가 주인이었어요?"


멋쩍게 대답했다. "아 네네.. "


"아니 어떻게 하다 여기 와서 잃어버렸데, 그래도 찾아서 다행이네요." 하면

말을 걸어 주셨다.


그 어르신은 해변 부근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펜션을 운영하시는 사장님이셨는데, 강아지를 키우고 계신다고 했다.

펜션밖에서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데, 어느 날 모르는 고양이가 개밥을 먹고 있었다고 했다.

우리 꿀복이가 펜션 앞까지 가서 개밥 사료를 자연스럽게 먹고 있었고 넉살이 좋아 보여서

사장님은 "너 주인 있는 고양이냐?" 하고 물어봤다고 했다.


그러고 두 번 정도 펜션 쪽에 와서 밥을 먹고 갔는데, 한번 더 오면 사장님은 직접 거둬보시려고 했다고 했다. 우리 꿀복이는 마성의 고양이라 사람을 어떻게 홀리는지 아는 고양이니깐!

그 펜션사장님도 우리 꿀복이를 탐내셨던 거 같다.


그리고, 꿀복이 무용담을 여러 곳에서 얘길 들어보니 아침마다 횟집아래 작은 공터 소나무들이 있는데

그곳 나무를 타고 놀았다는 얘길 들었다.


고양이 목숨은 9개란 이야길 들었는데 꿀복이 상황을 보니 틀린 말은 아닌 거 같았다.

본능적으로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잘 판단해서 하고 많은 밥집 중에 그것도 고양이 키우시는

횟집사장님 집으로 골라간 것도 너무 웃긴 상황이었다.


남편과 내가 꿀복이를 찾기 위해 수색했던 7일간 느낀 바가 참 많았다. 일단 이 동네 고양이들이 대략적으로 20마리 정도 되었는데 하도 수색을 다니다 보니 여기 고양이들을 얼굴을 모두 알게 되었다.


20221101_170557.jpg 꿀복이와 닮은 치즈고양이


그중에서 하얀색 암컷 고양이가 한 마리가 있는데, 임신을 한 몸 같았다.


유독 나와 남편을 잘 따라다니면서 우리에게 애교를 부리던 고양이였는데 남편은

"이 친구 우리가 데려갈까?" 그런 얘길 했다.


사실 나도 감정이 없던 건 아니지만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때였다.

"우리는 지금 꿀복이를 찾는 중이고 이 고양이 딱하다고 입양했다가 괜히 우리가 꿀복이 대안으로 이 친구를 선택할까 봐 두려워."


꿀복이 찾는 것에 소홀하게 될지도 모르고, 안타까운 감정은 좀 미뤄두기로 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성적으로 대처를 했다.


안타깝긴 해도 이 친구가 버려진 것인지, 잃어버린 고양이인지는 모르겠으나 이곳에 있을 고양이는 아닌 것으로 보이는 품종묘 고양이였다. 그 친구를 뒤로 하고 간식만 챙겨준 채 우리는 계속할 일을 했다.

그리고 꿀복이를 포획하기 위해 설치했던 포획틀도 정리했다. 참치캔 속 간식들은 모두 다른 존재들이 먹어치운 상태였다.


여기 있던 대장고양이가 성깔도 덩치도 큰 거 같아서 괜스레 꿀복이가 만나게 되면 이 고양이에게

신고식 당하는 건 아닐지 가장 그 부분에서 걱정이 되었다.


전단지를 수습하면서 7일간에 에피소드가 쑥 지나가는데 그것 역시 이제는 웃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고, 너무나 감사했던 횟집주인께 찾아와 인사겸 식사를 하러 향했다.


식당에서 많이 드시는 2인세트를 주문하고 기다렸다. 주변을 살펴보니 그때도 그렇고 단체손님이 항상 많았던 거 같다. 오늘도 큰 룸방에 단체손님을 응대하고 있는 사장님의 모습이 계셨고, 낡은 외관의 횟집이라 정리정돈이 잘되어 있는 곳은 아니었다.

평소라면 오지 않았을 횟집이지만 오늘은 손님이라기보다 뭐라도 팔아드리고, 감사의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은 심정으로 찾아왔기에 먹는 데는 큰 관심을 두진 않았다.


그런데 곁들이찬이 하나씩 나오기 시작했고 그냥저냥 특별할 거 없는 한상차림이었다

.

그런데, 웬걸

곁들이찬 반찬으로 나온 것들이 너무 맛있었다.

남편도 먹어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지는 맛이었다. 미역국도 너무 맛있고 뭐 하나 빠짐없는 발란스였다.

진짜 숨겨진 맛집을 찾은 기분이었다. 우리는 감사해서 한번 방문한 건데 곁들이찬으로 이미 찐 로컬 맛집을 찾아버렸고 왠지 모르게 자연스레 단골이 될 거 같은 느낌을 강력하게 받았다


이후 회도 너무 맛있고, 튀김과 매운탕까지 너무 맛있게 즐겨 먹어서 방문 목적과 상관없이 맛있는 한 끼를 했던 거 같다.

사장님께서 극구 사례금을 받지 않으시는 거 같아, 신랑은 한 가지 묘수를 생각했고 결제금을 계좌이체로

한다고 하고 계좌번호를 알려했다. 그러고 30만 원을 보내드리고 도망치듯 잘 먹었다고 인사 후 횟집을 나왔다.

이후에 사장님께서 다시 한번 연락이 왔고 머쓱해하셨지만 우리들의 작은 성의를 받아주셨다.

너무 감사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니 꿀복이가 우릴 반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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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복이는 8일 동안의 방황을 끝내고, 집으로 온 뒤 3일 동안 내내 잠만 자는 거 같았다.

이제는 더 이상 설사도 하지 않고, 병원에서도 모든 검사에 특이사항 없이 건강하단 얘길 듣고 안심이 되었다. 다만 여기저기 상처가 조금씩 있었고, 이 역시 시간이 지나면 금방 아물 상처들이라 상태를 계속 지켜봤다.

꿀복이가 내 옆에서 종종 잠이 들 때가 있는데 배를 까고 아무 경계 없이 꿀잠을 자는 모습을 보면 현재 이 환경의 편안함과 나에 대한 경계심이 없다는 걸 느낄 때가 많다.

꿀복이가 더 이상 불안하고 위험한 환경에 처하지 않도록 잘 보호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집사로써 아주 호된 값을 치르고 나니 나 역시 조금은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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