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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다이어트 그게 먼데? 먹는 건가?

<달콤한 간택일지 1>

by 노란까치

꿀복이가 우리 집에 온 지 3개월이 지나 7Kg 조금 안 되는 키로수에 접어들었다.

5kg 고양이였는데, 내가 애잔한 마음이 들어서 그런지 밥을 먹는 것을 그냥 자율배식으로 뒀더니 꿀복이는 눈에 보이면 먹는 푸드파이터였다. 길고양이 특성상 언제 밥을 또 먹을지 모르기 때문에 아무거나 뒤져서 눈앞에 보이면 닥치는 데로 음식물을 먹어치우는 습성이 생겨서 그런 거 같다.


혼자 있는 외냥이였지만 사료를 참 전투적 으로 잘 먹었다. 어느 정도로 먹냐면,

토할 때까지 먹고 토사물까지 다 먹어치워서 걱정이 되었다. 사람눈에만 토한 토사물이 더러운 분비물로 보이지만 고양이들 눈에는 맛있는 따뜻한 음식으로 인지한다고 하니, 거침없이 먹어치우는 꿀복이였다.


꿀복이는 토할 때 꿀렁꿀렁 거리는 소리를 내며 구토를 하는데, 문제는 내가 집에 없거나 일을 하고 있을 때에는 그 소리를 놓치는 경우가 발생 한한다. 24시간 밀착마크를 하지 않는 한 꿀복이가 토하고 있는지 토한 걸 먹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다만 이미 거사를 다 치른 후 토사물의 흔적이 뒤늦게 여기저기 발견되면 진짜 답답할 노릇이다.

그래서 최대한 식탐을 줄여갈 수 있게 자율배식에서, 자동급식기로 변경을 하기로 결정했다.


인터넷에서 보니 고양이는 조금씩 소량을 나눠서 여러 번 주는 곳이 좋다는 수의사 말을 듣고 일단 사료먼저 다이어트 사료로 변경을 해보았다.

더러는 사료가 바뀌면 자신의 기호가 아니면 안 먹는 고양이들도 많다고 들어서 걱정을 했는데 다이어트 사료도 맛이 있는지 약간의 맛보기 사료도 한입에 다 먹어 치웠다.




다행히 사료를 가리진 않는 거 같아서 자연스럽게 다이어트 사료로 변경한 뒤 자율배식이 아닌 자동급식기로 변화를 주었다.


인터넷에서 자율급식기를 검색하고 가장 괜찮아 보이는 것으로 구매를 하였다.

목소리 녹음도 되어서 "꿀복아 밥 먹자" 이 소리와 함께 사료가 일정량 쏟아져 나오는데,

괜찮은 기능인 거 같았다.


신기하게도 고양이들은 청각이 정말 많이 발달되어 있어서, 이 소리가 그렇게 크지 않는데 자동급식기에 목소리녹음과 쏟아져 나오는 사료 소리에 0.1초 만에 반응하고 달려 나간다.


코로 계속 킁킁거리며 자동급식기 주변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퍽 퍽 퍽" 거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거실로 달려 나가 보니 꿀복이가 자동급식기를 냥냥펀치로 때리고 있었다. 때린다는 표현보다 계속 팬다는 표현이 맞는 거 같다.


꿀복이가 늘 제한 없이 밥을 먹다가 자동급식기로 제한을 두고 한번 먹을 때 양껏 나오지 않으니 화가 난 거 같다.


어린 시절 가끔 음료자판기가 나오지 않을 경우가 있었다. 그럴 때는 자판기를 퍽퍽 때리면 음료도 나오고 운이 좋으면 두 개가 나오던 랜덤 한 자판기 시절도 있었다. 그처럼 꿀복이는 자동급식기를 찹쌀떡주먹으로 집요하게 패고 있었고, 주먹으로 칠 때마다 사료가 한 알씩 나왔다.


그걸 계속 먹으려고 끊임없이 집요하게 앞발로 자동급식 안쪽도 파고들고, 안 나오면 자동급식기를 패대기치며 흔들고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저 웃음만 나왔고, 일단 사건현장을 몰래 촬영해서 남편에게 보내주었다.

남편은 마냥 귀여운지 그저 웃기만 하고 별다른 대안을 주는 거 같진 않았다.




그래서 생각한 게 꿀복이의 캣타워 1층에 작은 숨숨집이 있는데 거기에 자동급식기를 넣어두었다.

자동급식기를 넣어 뒤니 꿀복이가 얼굴과 앞발정도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어, 떨어지는 사료만 받아먹을 수 있어 공간활용이 제법 잘되었다.

다이어트 때문에 예민 해진 우리 꿀복이 잘 견딜 수 있을까?


사실 꿀복이의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꿀복이가 살이 찌니깐 찐빵맨 같아 보여서 더 귀여워진 점이다.

고양이는 살쪄도 귀엽다더니, 진짜 통통해지니깐 자꾸 깨물고 싶은 충동이 든다.

약간 88 올림픽 공식캐리터인 호돌이도 닮았고 전반적으로 벌크 없이 된 모습이다.


남편은 인터넷에 뚱냥이 사진이나 짤들을 검색하면서 "나는 이런 확대범이 되고 싶어" 하며

농담조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나는 귀여워도 꿀복이 관절 이라던가, 다른 내부 건강들이 가장 걱정이 되기 때문에

오래오래 함께 하고 싶어서 꿀복이를 위해 다이어트를 계속 감행해 보기로 했다.


6kg 초반대를 유지하는 목표로 말이다.

그래서 최대한 사냥놀이를 많이 해주기 위해 꿀복이가 제일 좋아하는 택배 상자들로 흥미를 유발해 주었다.

꿀복이는 사냥놀이를 할 때 특징이 있는데 꼭 반드시 잠복을 거쳐 잠복을 한참 하다가 갑자기 사냥을 하는

버릇이 있다. 또 거실에 있는 카펫이 있는데 그 카펫은 그냥 꿀복이의 대형 스크레쳐로 전락했다.

꿀복이가 김밥말이 처럼 하고 숨어있을 때 쥐가 움직이는 듯한 느낌으로 빠른 움직임을 주면 상당히 흥분하며 뒷발팡팡에 아주 신나고 흥분한 모습이 보인다.



잠복을 할 땐 본인 눈만 가리면 다 숨은 거처럼 인지하는데, 3살 정도 아이와 놀아주는 눈높이로 대하면서 놀아주면 아주 좋아한다. 보통 성묘들은 고인 물이 되어 사냥놀이도 어느 순간 재미를 못 느껴한다고 하는데, 그래도 꿀복이는 아직 집 생활이 얼마 안 된 상태라 그런지 호기심도 많고, 꾀 놀이에 적극적이다.


한참을 놀아주면, 재미있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꿀복이가 쥐놀이와 놀다가 혼자 잠이 든다.

그럴 때는 귀여우니깐 또 사진을 찍어두고 귀여움을 혼자 남모르게 간직해 본다.


초보집사이긴 하지만 꿀복이와 많은 시간을 가장 보내는 사람인지라 꿀복이가 어떤 행동패턴이 있는지

습관 이런 것들이 너무 자연스럽게 익혀져 갔고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게 되었다.

꿀복이가 나에게 많은 신뢰를 보여주며 점점 집밖으로 나가려는 행동도 없어지고, 우리 가족의 일환으로 써 같은 시간에 잠을 자고 또 같이 일어나고 식사하는 시간도 동일하게 맞춰감으로 비로소 하나가 된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초반에는 우리와 함께 잠을 자지 않았는데, 지금은 침대 하단 왼쪽이 아예 꿀복이 전용자리가 되어

잠을 잘 때 껌딱지처럼 발 밑에서 같이 자곤 한다.


다이어트시켜야 하는데, 이 녀석의 귀여움에 홀려 열빙어 한 마리를 나도 모르게 내어 주고 있었다.


"다이어트? 그거 먹는 거야 꿀복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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