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간택일지 1>
꿀복이의 사진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주차장에서의 사진부터 쭉 훑어보니 몸이 정말 많이 벌크업이 되었다.
성묘이긴 하지만 마치 청소년기를 거쳐 성묘로 성장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
꿀복이를 입양하고 나서 양가 어른들의 잔소리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친정과 시댁에서 번갈아 가면서 부정적인 말씀들을 하셨고, 특히 친정엄마는 요물이라고 그냥 갖다 버리라고 그런 말도 서슴없이 하며 상처를 주셨다.
시어머님도 아이를 낳을 생각을 해야지 왜 동물을 키우냐고 한마디 하셨고, 양가 어른들이 우리를 보는 시선은 마냥 좋은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꿀복이가 어떤 고양이냐? 바로 마성의 고양이다!
스트릿 생활에서 5년을 살아남았다는 것은 강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꿀복이가 싸움을 잘하거나 사냥을 잘할 것 같진 않지만, 무엇보다 영특하게 사람을 이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어내는 고양이였다.
가끔 영상 통화나 사진으로만 접하신 어른들은 꿀복이의 실제 모습을 본 적은 없었다.
어느 날 시댁 어른들을 모시고 우리 부부를 포함해서 8명의 많은 인원이 집들이를 하러 방문하셨다.
꿀복이가 스트레스를 받을 것을 고려해서 안방으로 대피시켰는데, 꿀복이는 오히려 처음 보는 사람들을 좋아하면서 다 여기저기 자기 흔적을 묻히며 다녔고 다리 사이를 다니면서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고양이와 만날 기회가 없던 어르신들은 애교가 많은 고양이가 처음이라 그런지 꽤 신기해하셨다.
그리고 실물로 영접하니 생각보다 고양이가 큰 데, 귀여우면서 살갑게 구니 마음들이 슬슬 녹으셨던 것 같다.
식사와 다과를 마치고 모두 자리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혹시 몰라 꿀복이를 안방에 잠깐 분리시켜 두었다. 우리 부부는 어른들 가시는 길 마중을 하려고 1층 로비로 내려가 주차장으로 향했고 그때 마침 어디선가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냐아아 아, 냐아아아 앙" 삼촌께서 우리 집 창문을 바라보시며 말씀하셨다.
"저기 꿀복이가 우는 거 같다. 우리 잘 가라고 인사해 주네"
가족들 모두 동시에 우리 집 창문을 바라보았는데 정말로 꿀복이가 창문 밖에서 우리를 쳐다보면서 계속 수다스럽게 하울링 하며 울고 있었다.
다행히? 삼촌께서 그렇게 해석을 해주시는 바람에 어른들은 모두 꿀복이가 예의 있는 고양이라고 하시며 잘 키우라고 응원을 해주시고 갔다.
그 찰나의 순간, 우리 꿀복이는 왜 하울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다들 서로 행복한 결론으로 마무리 짓고 좋게 좋게 꿀복이에 대한 인식이 풀려 갔던 것 같다.
또 다른 고양이 반대파인 우리 엄마는 내가 어릴 때부터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엄마도 고양이를 안 좋아하셔서 집 근처 길고양이가 다가오려고 하면 화들짝 놀라시며 화를 내셨다.
고양이가 요망하다는 것도 다 엄마에게 학습된 구전이었다.
그런 엄마가 우리 집을 연휴 때 우리 집을 방문하시게 되었다.
말했듯, 우리 집 꿀복이는 그냥 고양이가 아니라, 마성의 고양이다!
사람의 마음을 흔들 줄 아는 고양이가 아닌가!
그런 엄마가 우리 집을 연휴 때 우리 집을 방문하시게 되었다.
말했듯 우리 집 꿀복이는 그냥 고양이가 아니라, 마성의 고양이다!
사람의 마음을 흔들 줄 아는 고양이 아닌가!
별 기대는 안 했지만 엄마는 오자마자 역성을 드셨고 고양이를 키우는 우리 둘에게 훈계를 하시기 시작했다. 그런데 꿀복이가 그 와중에 엄마한테 다가가서 먼저 인사도 하고 아는 척을 하니까, 엄마는 당황해하시면서
"어머, 얘 저리 가, 털 묻어" 하시면서 정색을 하셨다.
그러고 남편과 내가 잠깐 나갔다 와야 하는 일이 있어서 엄마께 잠깐 20분 정도 계시라고 하고 외출을 했다. 그리고 돌아왔는데...
엄마가 갑자기 상기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꿀복이 되게 웃겨, 내가 소파에 앉아서 TV 보려고 자세 잡았는데, 갑자기 내 옆자리에 와서 앉는 거 있지."
처음에 그렇게 말하는 엄마의 의도는 고양이가 털이 소파에도 가득하니 앉지 못하게 하라는 이야기로 말씀하시는 줄 알았는데, 고양이가 옆에 와서 가만히 앉아 있는 게 꽤나 신기하셨던 것 같다.
그렇게 우리 집에 1박 2일을 보내며, 엄마도 강제적인 동거를 잠깐 했는데 간접적으로 고양이에 대한 오해를 조금 푸셨던 것 같다. 일단 고양이가 배변활동 하는 것에 대해 모래로 가서 소변과 대변을 가린다는 점을 기특하게 생각하셨고, 꿀복이가 처음 보는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크게 없다 보니 호기심이 많아 사람을 좋아하고 쾌활해 보여 마음을 여신 거 같았다.
엄마 역시 마성의 고양이에게 홀린 듯. 점심을 드시고 나서 한마디 하셨다.
"저기 꿀복이, 저러고 있는 거 왜 이렇게 귀였냐?"
순간 귀를 의심하는 워딩이었다. 엄마가 입에서 고양이가 귀였다는 소리를 듣는 게 정말 신기한 순간이었다.
"왜, 어떤 자세길래? " 하고 보니
엄마는 꿀복이가 두발을 곱게 모으고 앉아있는 찹쌀떡찹쌀떡 발을 상당히 사랑스러워하셨다.
하얀 두발을 오므리고 있는 자세가 귀여운지 계속 쳐다보고 계셨다.
나도 신나서 tmi를 방출하기 시작했다.
"저기 하얀 발 모은 게 마치 찹쌀떡 같다고, 이거 일본에서는 찹쌀떡 찹쌀떡이라고 하잖아.
그래서 저거 찹쌀떡이라고 불러"
하며 설명해 드리면서 사냥놀이하는 법도 알려드렸다.
처음엔 극구 사양하시더니, 저녁쯤 되니깐 내가 안 볼 때 쥐돌이를 마구 흔들면서 꿀복이랑 사냥놀이를 하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마치 유튜브에 종종 올라오는 '개는 절대 안 된다고 한 아빠의 최후' 이런 느낌의 영상을 내 눈으로 직관하는 중이었다. 이렇게 하나도 아닌 두 개의 산을 다 우리 꿀복이의 마성의 매력으로 쉽게 넘어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이후로 엄마는 전화하자마자
"꿀복이 잘 있니?" 하고 먼저 안부를 물어보신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궁둥이팡팡도 해주시고 고양이 스킨십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워 꿀복이에게 해주셨고 하나의 가족으로 인정해 주셨다.
남편과 나는 꿀복이 매력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오늘도 "꿀며들었다"
스윗한 애교와 귀여운 외모로 사람의 마음을 뒤흔든 고양이가 나를 간택하다니...
감사합니다. 이꿀복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