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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감금당한 꿀복이

<달콤한 간택일지 1>

by 노란까치


남편과 꿀복이의 진료를 위해 어디로 가야 할지 인터넷 검색을 하였다. 다양한 동물 병원이 검색되었는데, 우리는 오후 늦게 진료를 받아야 해서 늦게까지 하는 병원으로 향했다.


남편이 퇴근하면서 플라스틱 이동장을 하나 사 왔는데, 꿀복이를 어떻게 들어가게 할까 고민을 했다. 맛있는 간식을 하나 이동장에 던져주니 자연스럽게 이동장으로 들어갔다.


의사 선생님께 대략적인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집 근처 길고양인데 동네주민들이 중성화 수술을 다른 병원에서 시키고 그 과정에서 피 흘리고 부기가 계속 안 빠져서 봐달라고 말씀드렸다. 의사 선생님도 수술이 좀 잘못되었을 수도 있을 거 같다고 이야기하셨고 피가 꽉 차있기 때문에 생활하다가 갑자기 터질 수 있으니 그때 바로 병원으로 데려오라고 하셨다.


그리고 터지지 않고 가라앉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집에서 잘 지켜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눈과 귀, 이빨 상태를 살펴보셨고,


나는 언뜻 궁금해졌다.

꿀복이는 성묘인데 나이가 몇 살 정도 인지 여쭤보았다.

선생님은 발육상태를 이곳 저것 보시고 나서는 약 4세 ~ 5세 정도로 추정된다 이야기를 해주셨다.


우리는 꿀복이가 너무 얼굴이 아기 같아서 많아야 2살 정도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나이에 놀랐다.

그리고 꿀복이의 몸은 육안으로 볼 때는 고환이 부은 거 말고는 특별히 귀에 진드기나 피부질환은 없다고 말씀해 주셨다.


다만, 고양이들 눈병은 흔해서 집에서 안약을 넣어주라는 처방을 주셨고, 여기저기 살펴보면서 이빨을 봤는데 길고양이라 이빨상태는 좋지 않아서 치석관리를 해줘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나중에 치아를 다 뽑아야 할 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말씀을 하셔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의 첨언이 잊히지 않았다.


"이 고양이 꼭 입양하셔야겠어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나는 순간 황당해서 말을 되물었다.


"이 고양이가 집에서 사는 것이 행복할까요? 밖에서 사는 것이 행복할까요?"


원래 오랫동안 길에서 살아온 고양이라 가정집 적응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을 이어가셨다.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내가 생각한 지점이 그 부분이었다. 이 친구를 입양하는 게 내 개인의 욕심인 건지 고양이의 행복을 위한 것인지 그 기로에서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나를 죄책감에 사로잡히게 했다.


그리고 남편역시 궁금한 점을 물어봤는데

"선생님 꿀복이가 배변냄새가 너무 고약한데, 이거 원래 이런 건지. 아니면 뭐 다른 문제가 있는 걸까요?"

라고 질문했다. 선생님께서는 그게 수컷고양이의 강한 향이라고, 어쩔 수 없다고 그 냄새에 적응을 하시던지 아니면 우리에게 어떤 제안을 하셨다.


"한몇 달 키워보시고 이 냄새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으면, 날 따뜻해지는 봄에 그냥 원래 있던 곳으로 다시 방생하세요. 얘는 적응하고 다시 살아갈 수 있어요."


꿀복이는 다시 야생으로 가서 적응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순간 나는 2 연타를 맞은 느낌이다.


'키우던 고양이를 배변냄새가 고약하면 그냥 다시 방생시키라고????'


이렇게 말하는 게 수의사가 할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고양이에 대해 무지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병원을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부랴부랴 병원을 나왔다.


너무 화가 났고 다른 병원을 알아보며, 먼저는 꿀복이 예방접종을 시작해야겠다 생각했다. 정말 고민하고 고뇌했던 순간들이 있었는데, 한순간 나는 고양이의 묘권을 침해하는 자로 죄책감을 주게 하는 그 의사 선생님의 말이 계속 뇌리에 박혀있었다.


20220929_125652.jpg 낮잠 중인 꿀복이


어떻게 하면 우리 꿀복이가 우리 집에서 편안하고 잘 적응을 해갈수 있을지 여러 생각이 드는 밤이었다.

남편에게도 이런 넋두리를 하며 "아니! 어떻게 봄에 다시 내보라고 방생이야길 하냐"며 화가 나서 열띤 토론을 펼쳤다. 남편도 그 지점에서 속이 상했던 것 같다.


그 순간 또 지독한 수컷 고양이의 냄새가 올라왔다.변을 본 모양이다. 냄새가 지독하게 코를 찌르며 강한 스모크 향이 올라왔다.


"윽~ 잘 적응해 보자!"

하면서 꿀복이 코를 한번 쓱 만져주었다.


그런데 꿀복이가 병원을 다녀온 뒤 계속 현관문 앞에서 서성이기 시작했다. 꿀복이는 나가고 싶은지 계속 울었다. 그리고 창문에서도 하울링을 하며 밖을 응시했다. 순간 나는 어떻게 할지 몰라서 간식으로 시선을 돌려주었다. 간식을 먹고 나서는 몇 분 간은 잠잠하다가 30분 뒤 다시 하울링 하며 나가고 싶다며 하는 제스처를 보이는 거 같았다.


남편에게 이야길 해보았다.

"여보 꿀복이가 나가고 싶어 하는 거 같은데, 아무래도 밖에는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이 있는데 여기 우리 집에는 놀만 한 게 많이 없잖아 꿀복이 위해서 좀 집안을 바꿀필요가 있을 거 같아"


라고 이야길 한 뒤 요즘에는 24시간 무인으로 운영되는 애견&애묘 용품점이 많이 생겨나는 때여서 밤 10시 넘어서 무인 용품점으로 향했고, 장난감과 스크레쳐 숨숨집등 장난감을 더 사고 꿀복이 발톱을 정리할 클리퍼와 빗질을 해줄 털관리 빗도 구매를 함께 했다.


처음이라 고양이 키우는 모든 용품을 세팅하는데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이 많이 생겨날 거 같았다.

꿀복이가 적응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캣타워도 사야 하고, 흥미요소를 자극시켜 줄 만한 것들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우리 집에 대한 애정이 생길 거 같다는 생각도 들어서 작은 고래인형을 사서 꿀복이 애착인형을 만들어주기로 하고 잘 때마다 근처에 두며 친해지게 해 줬다.


20220929_153923.jpg 꿀복이 애착인형 만들기


남편은 꿀복이가 나가려고 시도를 할 때마다 꿀복이 귀에다가 말했다.

"꿀복아! 너 이제 감금된 거야! 아무 데도 못 가!"


"우리랑 한평생 살아야 해"

하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꿀복이는 알아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신기하게도 나가려는 행동을 멈추곤 했다.


그 말이 마치 최면을 거는 느낌이라 꿀복이가 나가려는 시도를 하거나 하울링을 하며 울기 시작하면 귀에다 속삭여 줬다.


"꿀복아! 너 이제 감금된 거야! 아무 데도 못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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