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쓰면 까먹겠지
변호사시험이 끝난 지 6개월. 이미 너무 많은 걸 까먹어서 더 잊어버리기 전에 뭐라도 적어보기로 했다. 왜 하필 봤던 책들이냐면 그냥 이런 거 써놓는 거 좋아해서... 다른 분들은 무슨 책 보셨나요?
(*안 봤는데 이야기만 많이 들었던 책들도 약간 포함되어 있음)
1. 기본서
-민법의 맥(윤동환): 나는 17년 입학생이니까 2017년판을 봤었는데, 2018년에 전면개정이 되어서 추록이 없다는 슬픈 말을 들었다... 그렇다고 3학년 올라갈 때 새 책에 옮기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았어서 그냥 적당히 보다 말았다. 크게 바뀐 판례 같은 거 몇 개 정리하고, 최판은 따로 보고. 어차피 사례집/기록형 문제(*학교 자료)를 위주로 공부하고 객 두어 바퀴 돌리다보면 기본서 자체를 열심히 돌리진 않게 되기도 했고.
'얇아서' 많이들 본다는 이야기는 한참 나중에야 들었다. 입학하고 나서 교수저보다는 강사저를 보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주변에 물어보니 윤 아니면 박이 대세라고 하더라고(요즘은 누구 많이들 보나요). 박은 하도 코를 먹는대서 윤으로 들었는데 그냥저냥 나쁘지 않은 선택. 솔직히 강사가 누구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내가 민법을 처음 접할 때 얼마나 당황하지 않고 얼마나 성실히 복습할 수 있느냐가 문제였던 것 같다. 다만 내가 송 사례집을 보기 시작하면서 진작 송으로 갈아탈걸~~ 하는 소리를 자주 했었는데, 그래도 윤이 아니라 송으로 기본강의부터 시작했으면 당황했을 것 같긴 했다. 맥은 어찌저찌 들고다닐 수 있는데(생각해보면 이건 친상이 없기도 하네) 송의 기본서는 도저히 들고다닐 수 없는 데다가 다른 책들과는 구성이 약간 달라서...
-민법강의(김준호 저): 그냥 찬찬히 읽기 좋았는데, 솔직히 처음 접하는 사람들한테 뭐든 쉽지 않다... 모 강사의 밑줄자료가 있었어서 그거 그으면서 읽으면 중요한 부분을 정리하기 나쁘지 않았다.
-로스쿨 민법의 정석(정연석): 나는 안 봤는데, 2-2부터 정말 많이 보였다. 시험 전 날 후루룩 훑을 수 있는 유일한 책이라는 이야기를 어디서 봤는데, 그래서 많이들 갈아탄 거였나? 근데 이걸 기본서라고 봐야 할지 핸드북이라고 봐야 할지...
-통합 민사소송법(이창한): 가까운 선배가 추천해줘서 보긴 했는데, 내 주변은 거의 박이어서 좀 외로웠다. 책이 약간 못생겼을 뿐이지 책 자체는 좋고 강의도 좋은 편. 사시 시절 1타였다는 말도 들었는데 애초에 1타는 누가 정하는 거냐 통계를 냈을 것도 아니고... 개인적으로는 만족한 편. 항상 하는 말이지만 색인이 엄청남.
-논점민사집행법(송영곤): 변시용 민집은 이거 하나면 끝이라고 해서 인강으로 들었었다. 헌데 이걸 적시에 들은 게 아니었던 게 문제였지. 뭔가 민법이 이해갈락말락하고 자꾸 이상한 데서 이해가 끊기고 꼬이는 것 같아서 민집을 들으면 해결되려나? 하고 1학년 겨울에 들었으니 뭘 이해했겠는가. 무튼 책은 좋았다. 1학년 때 들을 게 아니었을 뿐이지... 그리고 송영곤 책답지 않게 엄청 얇음ㅋㅋㅋㅋㅋ
-상법강의(송옥렬 저): 깔끔하고 훌륭한 교수저. 처음 상법 접할 때 이걸로 시작하면 딱 좋다(고 한다). 여기에 이정엽 인강으로 많이들 듣는다. 근데 여러바퀴 돌리기엔 아무래도 교수저다보니 부담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인사이트 상법(이정엽): 아마 이정엽이 송저로 강의를 하다가 본인이 수험서로 책을 냈나? 그런 거였는데, 송옥렬저를 보다가 인사이트로 갈아탈 이유는 없고 그냥 애초에 송저로 시작하냐 인사이트로 시작하냐의 차이인 것 같았다. 어쩌다 생겨서 한 번 봤었는데 좀 많이 두툼한 느낌이 들더라고. 송저로 시작할 거면 교수저 보다가 핵심인사이트상법(인사이트 상법보다 얇은 거)으로 갈아타면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사실 송저 몇 번 본 후에 학교수업 좀 듣고 계속 사례집 돌리기만 해서 인사이트 라인은 거의 모른다. 책만 있었고 그걸로 인강을 들어본 것도 아니었으니...). 상법은 거의 장원석인가 하는 강사로 듣는 분위기였는데 하도 강의를 못 한다고 해서(?) 이정엽으로 들어봤었는데 나쁘지 않았다. 회사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그림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2. 사례집
-AURA 진도별: 학교에서 공구해서 샀었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실제 시험장에서 써야 하는 분량에 맞춰서 답안이 작성되어 있다고 하던데 그게 큰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분량은... 여러 번 써보다 보면... 감이 오는 게 아닌가(?).... 내가 나온 학교가 분량제한을 두는 경우가 별로 없었어서 그렇게 생각한 건가...
-민사법사례연습 1,2(송영곤): 하도 여러번 얘기해서 손가락 아프다. 이만한 사례집이 없었음.
-상법 메가로이어스: 메가로이어스 사례집 특성상 앞은 진도별, 뒤는 회차별로 되어 있는데 그것도 좋았고, 몇몇 사례집이 저자 이름이 없는 것과 달리(~~교수진 식으로) 이건 이정엽이 이름 걸고 낸 거니까 믿고 봤다. 사실 사례집에 저자 이름 없다고 해서 큰 문제가 있는 것 같진 않고 이름 없는 사례집 보고도 잘 본 과목들 있지만 책임감이 떨어질 수 있으니까 뭘 볼지 모르겠으면 이름 있는 걸로 고르라는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아서.
3. 핸드북
-김남훈: 친구가 김남훈 좋다고 해서 최판 인강을 김남훈으로 들었었는데, 엇 정말로 괜찮아서 핸드북도 김남훈으로 사봤었다. 일종의 미니 사례집 형태로 되어 있는데, 나중에 사례집을 따로 볼 필요 없도록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상법>민소>민법 순으로 괜찮았고. 민법이 별로라는 게 아니고 과목 특성상+내 필요상(?) 이 핸드북의 모양새가 상법이 제일 잘 맞았고 민법은 굳이 필요가 없었던 상황에 가까웠다. 상법은 마지막에 후루룩 돌리기 아주 괜찮았다. 상법은 나오는데서만 나온다고들 하기 때문에 미니사례집 형태로 보기에 제일 괜찮은 과목이 아닌가 싶다. 근데 민법을 그렇게 돌리자니 좀 불안한 감이 있어서... 그리고 내가 기본강의를 김남훈으로 들은 게 아니다보니 약간 새로운 느낌도 있고 ㅠㅠ
-엑스칼리버: 나는 안 봐서 모르는데 핸드북이 유행하게 된 게 이 책 때문이었댔나?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4. 객
-유니온: 학교마다 유니온 공구를 하니까 다들 그냥 이걸로 사는데, 나도 고민하기 귀찮아서 그냥 이걸로 샀다. 근데 뭐 엄청 좋은 책은 아니고... 오류가 간혹 발견된다고도 하고...
-메가: 편집은 이게 제일 좋았던 것처럼 보인다. 왼쪽에 문제 두 개, 오른쪽에 해설 두 개 있는 식이었던 것 같다. 유니온은 문제 보고 있으면 아래에 바로 해설이 달려있다 보니 문제에 집중하기가 좀 어려운 느낌이 있어서;
-레인보우: OX 형태인데, 객관식(지문5개)도 있나...? OX로 공부해야 한다, 객관식으로 공부해야 한다 같은 논의가 있었는데 난 귀찮아서 유니온을 샀...어서... 2학년 때 민법 OX 한 바퀴 돌릴 땐 이걸로 했었다. 괜찮았음. 근데 우리 때부터였나? 객이 전개년 다 안나오고 최근 몇개년만 나오는 식으로 바뀌어서 괜찮냐 안괜찮냐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근데 어차피 해가 갈수록 변시1회부터 가장 최근 것까지 볼 수는 없을 테니 괜찮지 않나 싶다...
5. 기타
-상법 조문(이정엽 책+인강이었던 듯): 상객은 조문문제가 많으니까 친구가 듣자고 해서 인강 들었었다. 아마 유용할텐데 내가 봐야 유용하지 대체 왜 이런 것까지 알고 있으면서 객 대비를 이렇게 안 한 걸까... 이것만 제대로 했어도 민객 점수가 어... 대체....
-상법 어음수표법(김남훈): 이거 보면 어수 잘하게 될 줄 알았다. 물론 잘하게 되겠지만 내가 공부를 안 했던 게 문제였다.
-고시책사랑: ...친구가 하는 말이 '선배가 *** 강사 진모 사례형 보라고 했다'라는데, 시간 없는데 인강까지 듣기는 부담스럽고 추천받았다고 하니 자료는 보고 싶은데 대체 그걸 어디서 구하냐 싶어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누가 알려줬다... 이런 곳에서 복사 자료 판다고... (*그러고 흥분해서 10만원어치 진모 자료 샀다가 한개빼고 새책 상태로 10기 친구한테 가 있음) 이런 얘기 해도 되는 건가.... 근데 남들은 다 아는데 나만 몰랐던 거 같아서 왠지 쓸쓸하구 응...
-사법연수원 요건사실론, 민사실무2: 학교에서 요건사실론 강의는 안 들었다보니 그냥 사법연수원 요건사실론 책 좀 보고, 학교 교수님이 주신 요건사실론 자료 보고 대강 공부했다. 민사실무2는 민기록 청구취지 처음 쓰기 시작할 때 제일 편하게 봤던 것 같고. 사실 학교 수업으로 민기록 다 해결했다보니 다른 민기록 책을 본 적이 없어서 다른 사람들은 뭘 보는지 모른다... 송영곤 민기록 강의나 그런 게 있었던 것 같긴 한데 본 적은 없어서.
-최판: 친구가 김남훈(5개년) 추천해줘서 들었는데 괜찮았다. 아마 이 사람이 민법 민소 상법까지 쫙 다 했던 것 같은데, 그래서 더 수월하게 봤던 것 같고. 다만 민사법 특성상+5개년 분량상 오래 걸리긴 한다. 근데 민사법이 분량이 많을 수밖에 없지 뭐 어떡해...
-서울대 천 모 교수님 회사법 특강자료: 이거 왜 구해서 보나 했더니(애로 같은 데서 천교수님 특강자료 구합니다 같은 글이 실제로 올라옴) 정말 훌륭하다... 아마 5~7시간 정도 되는 특강일 거고 책자 자체도 얇은데, 어느 정도 회사법을 공부한 상태에서 이거 한 번 들으면 수험적으로 회사법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내가 회사법을 잘한 건 아니었지만 무튼 다른 걸 주력으로 하고 상법 중간은 하는 선에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