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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지마 Feb 05. 2020

법원 실무수습(기본) 이야기

2018년 여름 법원 실무수습(기본) 다녀온 후기

*워드프레스의 법원 실무수습 이야기(2018년 여름) 를 약간 수정한 글입니다.


2018년 여름에 갔던 실무수습 후기를 2020년 2월에 다시 쓰려니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한데, 이걸 글로 남겨놓지 않고 트위터에만 남겨 놓으면 그대로 쓸려내려가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남겨놓는 게 낫겠다 싶었다.



1. 법원(기본) 실무수습 간 이유

솔직히 별 이유는 없었다. 빅펌 컨펌받으려면 내신을 잘 관리해서 1학년 여름부터 실무수습을 나가서 열심히~ 해야 한다는데 어차피 나는 학벌으로 보나 내신으로 보나 빅펌 각은 안 섰고 생각도 없었다. 검찰 쪽은 정말로 나랑 안 맞을 것 같았고, 공감이나 희망법 등 공익법단체는 다른 대외활동으로 접해본 적이 여러 번 있어서 실무수습까지 꼭 이쪽으로 나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희망법 가고 싶긴 했는데 4주는 너무 길었다). 그 외에 공공기관 실무수습 공고는 다양하게 뜨긴 했지만 가고 싶은 곳이 잘 안 보였다. 그러다보니 가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건 법제처, 민변, 법원 정도. 왜 법제처는 안 갔나 했더니 자소서 쓰다가 내팽개쳐서였다. 아이고 인간아!

가장 가고 싶은 건 민변이었다. 여긴 민변에서 선발한 후 각 회원 사무실로 파견 비슷한 방식으로 보내준다던데, 개업도 하고 싶고 공익활동도 하고 싶으니 여기가 딱 맞을 것 같은데… (다만 여기는 나가기 전에 민소와 형소 각 한 개 과목을 들어야 한다) 하고 고민하면서 공고를 기다리다 보니 한 번 써본 법원 실무수습 선발이 시기상 더 먼저라서 되어버린데다가 웬만하면 철회하지 말래서 그냥 법원으로 갔다…….


위는 그냥 생각 없이 살면 이렇게 된다는 내 이야기고, 실무수습은 법원/로펌/검찰/공공기관 등으로 나간다. 때가 되면 학교 홈페이지에 공지가 뜨는데, 그게 전부가 아닐 수 있어서 다른 학교 공지를 읽을 수 있으면 그것까지 참고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

일단 실무수습은 졸업요건 중 하나이다. 학교 다니면서 한 번 이상 다녀와야 하고, 다녀온 후 수업을 들어야 한다. 빅펌 컨펌이나 검찰 생각이 없는 경우에는 어디로 나가느냐가 그렇게까지 중요하진 않은 것 같다. 빅펌 컨펌받고 싶은 사람들은 1학년 여름부터 열심히 이곳저곳 도는 것 같았다. 이건 내가 진짜 모르는 분야인데, 애로 같은 곳만이라도 찾아보면 대강 어떤 식으로 되는지, 무엇을 찾아봐야 하는지 정도는 알 수 있다. 검찰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학교별 검찰 설명회에 가거나 검찰 준비하는 선배에게 물어보면 자세히 들을 수 있다. 검찰일반(2학년 여름)보다도 검찰심화(2학년 겨울)가 더 중요한 것 같던데, 그쯤 되면 검심 누구누구 나가냐고 술렁술렁 했던 게 기억난다. 공공기관은 기관 편차가 심하다는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다. 그냥 멍하니 앉아있다 오는 곳도 있고, 제대로 되어 있는 곳도 있고(후기를 별로 못 들어봐서 잘은 모른다). 법원은 법원일반/법원심화 두 가지가 있는데, 일반은 2학년 여름에 2주간 가는 것이고 심화는 2학년 겨울에 3주간 가는 것이다. 로클럭 되고 싶은 사람들은 법원심화도 많이들 나가나본데 그게 로클럭이 되는 데에 그렇게 중요한 요건인 것 같진 않았다. 자소서에 쓰긴 좋았을 것 같다(친한 사람 중에 로클럭 쓰는 사람들은 법원심화보다도 연수원 다녀오는 경우가 꽤 있었던 것 같은데). 내가 나간 건 일반. 이건 로클럭 생각이 있어서라기보단 그냥 법원이 실무수습 프로그램이 잘 되어있겠거니(?) 해서 써본 거였다. 1학년 때 지도교수 면담 중에 하도 할 말이 없어서 교수님한테 법원실무수습은 로클럭 되고 싶어서 나가는 거냐고 여쭤봤더니 그냥 기록 보러 나가는 거라고 하셨다. 딱 그런 느낌이다. 이거저거 많이 보고 올 수 있다.


2. 선발절차

대체로 다른 곳들은 자기소개서를 쓰고 선발 과정을 거치고 하는데, 법원일반은 그냥 학교에 지원서 양식 채워서 내는 게 다였던 것 같다. 1차(7월)와 2차(8월)로 나누어져 있었고. 나는 2차로 나갔는데 1차로 나갈 걸 하는 생각을 했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던데 하는 생각도 들었고, 어차피 방학하자마자 내가 공부를 했을 리 없으니 그때 미리 실무수습 다녀온 후에 방학 내내 공부할 걸(과연?)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2차는 끝나자마자 개강이었으니까.

작성하면서 희망법원을 5순위인가, 6순위까지인가 쓸 수 있었다. 그때만 해도 서부랑 북부는 그쪽 동네 학교들(그왜 서부는 연대 서강대 이대, 북부는 고대나 경희대 등)에서만 별도로 선발했는데 요즘은 통합됐다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중앙지법을 1순위로 안 써서 그런지 그냥 1지망 법원으로 갈 수 있었는데 다들 1순위로 가게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중앙지법 1순위 안 쓴 이유는 그시간에 교대역 부근 가는 게 끔찍해서였을뿐인데 다른 법원이라고 해서 다르지도 않았다. 그냥 광주지법 쓰고 할머니댁에서 다닐걸. 그럼 걸어가도 되는데.

그러고 있으면 학교에서 선발됐다고 연락이 온다.


3. 프로그램

실무수습 전 사법연수원에서 하루짜리 사전교육이 있었다. 메모해둔 걸 찾아보니 기록 보는 법이나 민사절차론 등을 배운 모양인데 '잘 졸았다'라고 적어뒀군. 뭐했냐 진짜.

아무래도 법원이다보니 다른 곳에 비해 다양한 것 같긴 했다. 민/형사 기록 보는 방법, 형사실무, 영장실무, 약식사건, 집행절차, 조정 등의 교육이 있었고, 이것저것 다양하게 참관할 수 있었다. 교육이라고 해도 엄청 자세히 알려주는 건 아니고 각 한 시간 남짓의 짧은 것이긴 한데 어쨌거나 안 듣는 것보다는 항상 낫다는 느낌이었다. 경매법원 참관한 것과 조정절차를 실제로 본 게 가장 기억에 남았다. 실무수습 시작 전에 기록 반출하면 안 되고 여기서 본 걸 밖에 누설하지 말라는 문서에 서명하기 때문에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는 없고.

그리고 정말 많은 기록을 볼 수 있다. 정말 많이.


4. 기록

기록… 많이 볼 수 있다. 법원에 기록 보러 간다더니 그게 뭔 말인지 알 수 있을 만큼 봤다. 이것도 지도관마다 다른 것 같긴 한데 나는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정말 많이 봤다. 주지도관은 딱 신건1 속행1 주셨는데, 부지도관은 정말 많이 주셨다. 우리 조 한 분이 기록 가지러 간다고 하시더니 카트와 함께 돌아오셨다. 그 왜, 병원 같은 데서 쓰는 좀 큰 카트. 그거 보느라 주말출근도 하고… 배석판사님들과 밥도 먹고… 이때 토-일이었나 무슨 행사 있어서 가고 싶었는데 가고싶어요 잉잉 하다가 주말출근한다고 눈물지었다…


5. 과제

법원은 항상 ‘생각보다 과제가 많다’라는 말을 듣는 것 같던데, 정말 그렇다. 특히 2-1 끝난 여름에… 기록을 볼 일이 몇 개나 있었겠나. 내가 민기록을 아장아장 시작한 게 2-2였다. 물론 그 전에 법문서의작성 같은 수업을 듣긴 했지만 그거 듣는다고 뭘 알겠는가. 과제는 많지 보고서 쓰는 법은 모르는데 뭘 써오래지… 조원 중 한 분이 친구한테서 검토보고서 양식이라는 걸 받아오셨는데(뭐였는진 기억 안 남), 그걸 열심히 채워보려는데 이게 뭐가 뭔지 도저히 모르겠는 것이다. 당시 썼던 트윗타래에 따르면 그나마 첫주차에 조금씩 준비해둬서 두번째주에 새벽3시에 잤댄다.

그리고 과제 피드백… 의외로 피드백을 별로 못 받았다. 하다보니까 우리 조(총 3명) 내에서 결론이 2:1로 갈렸는데 셋 다 잘했어요 하고 보내셨다. ??? 판사님 결론은 뭔데요…?


6. 출퇴근 기타

9시부터 6시. 9시 출근해서 주지도관 사무실에 비치된 출석부에 알아서 서명하면 된다. 그때 썼던 메모를 보니 '출석부가 안 와서 일단 사법연수생실로 돌아와 일지랑 검토보고서 쓰고 있다'라고 해 뒀다. 좀 늦는다고 별일은 안 생겼다. 왜냐면 주지도관한테 가서 안녕하세요 하는 게 아니고 거기 계신 실무관님(?)한테 헤헤 서명하러 왔읍니다… 하고 마는 거라서. 글고 법원은 조끼리 마음만 잘 맞으면 1시퇴근도 가능하다던데 실제로 불가능한 건 아니다. 내가 못 했을 뿐; 교육 등 공식일정이 오후에 있으면 당연히 안 되는데, 그냥 기록검토라고 되어있는 일정은 그냥 사법연수생실(로스쿨 실무수습생들이 기록 보고 과제하는 공간 이름이 사법연수생실이다. 전부터 쓰던 이름이라 그냥 그런 듯)에서 알아서 할 일 하는 거지 누가 감시하는 게 아니니까. 우리 조는 지도관님이 하도 기록을 많이 주셔서 어버버 하고 그거 보다가 일찍 퇴근해볼 생각을 못 했는데, 다른 조는 첫번째 주에는 다 두어시에 퇴근했었다고 하더라. 근데 기록검토하고 조별로 받은 기록에 관해 논의하거나 할 거면 남아있어야 할 수밖에 없다. 기록 복사나 반출이 안 되고, 애초에 시작할 때 법원에서 본 기록 등을 외부로 반출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에 서명하니까(기억이 잘 안 나는데 그랬던 것 같다).

그러고보니 선배 말로는 로펌으로 가는 사람들은 컨펌받으려고 야근도 하고 그런다면서, 법원으로 가는 거면 야근 안 해도 되서 다행이라고 했다. 법원이야 컨펌을 지도관 판사님이 해주는 게 아니므로 그럴 필요는 없지만 우리 조는 기록 보려고 주말출근을 하고 말았다(부지도관님이셨나 배석판사님이셨나 누가 자기들은 나와있으니까 오고싶으면 오라고 하셨었다. 근데 기록을 그렇게 많이 주셨는데 아뇨 안봐도 돼요 할 수는 없잖아…).주말 동안에는 우리 조 말고는 못 봤던 걸로 봐서는 흔한 경우인 것 같진 않다.

밥은 그냥 구내식당이나 주변 식당에서 먹는다. 별로 기억에 남는 건 없다. 주지도관님이 구내식당 말고 밖에서 사주셨으면 좀 더 특별한 기억이 남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조금 해봤을 뿐…….


7. 그 외

어떤 진로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는 게 따로 없으면 괜찮다. 난 그때로 돌아가면 민변 쓰고 민변회원 있는 사무실 가서 이것저것 물어볼 거지만;

그 외에 실무수습을 2회 이상 나가는 것이 어떠한가에 대해서는, 로펌 컨펌을 원하시는 분들은 그쪽 유경험자에게 문의하는 게 나을 것 같다(난 하나도 몰라서). 검찰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2학년 여름에 검찰일반(혹은 그외 로펌 다녀오기도 하더라), 2학년 겨울에 검찰심화 나가고 검찰실무1, 2 수업 듣는 것 같았고. 로클럭 생각하는 사람들은 2학년 겨울에 법원심화를 나가거나 사법연수원을 다녀오거나 하는 것 같았다. 연수원 이야기는 조금 들었는데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가서 수업 듣고 모의기록 보고 오는 걸텐데 그게 로클럭 본시험 등에 도움이 된다는 것 같다(확실하지 않음).

그냥 경험을 위해 여러 번 나가는 경우는 2번 정도 본 것 같다. 나도 민변 실무수습 못 나간 이야기를 했더니, 2학년 겨울에 민변 다녀오라고 한 선배 동기 교수님도 계셨었다. 아마 그 때 한 번 더 나갔어도 큰 문제 없었을 것 같은데 생각해보니 그때 제일 열심히 공부하긴 했었다.

실무수습하고는 상관 없는 이야기긴 한데, 당시 썼던 트윗타래 중에 혹시 이걸 보고 로스쿨 입시 자소서에 쓸 생각을 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2학년 여름방학에 법원 실무수습을 나가서 실제 기록을 접하고 변시 기록형에 대비하는 연습을 하며 실무 경험을 미리 접해보고 싶습니다…’ 같이 쓰라고 적어놨던데 틀린 말은 아닌데 내가 저런 걸 왜 써놨을까. 그러니까 자꾸 로스쿨 가고 싶은 사람들만 팔로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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