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이네. 잘 지냈어?”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었다. 심장이 저릿해져 오는 것도 같았다. 삐걱거리는 기계처럼 힘겹게 든 고개에 무색하게 앞은 이미 흐려져있었다. 거만하게 서 있는 자세와 자신만만한 표정에도 감출 수 없는 눈빛에서 그간의 공백이 그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읽을 수가 있었다.
말라 버석거리는 입술을 몇 번 달싹여봐도 밖으로 뱉을 말이 없었다. 아, 아…. 바보같은 소리만 입가를 맴돌아 입을 닫아버렸다.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짓는 그 미소가 서글펐다. 예전에, 우리가 함께였을 때 좋아한다 말했던 그것이었다.
손에 닿는 것은 뜨거워 갈라져버린 땅과 곧 날아가버릴 모래먼지들이었다. 자꾸만 힘이 빠져 후들거리는 팔들은 근근히 몸을 유지했다. 코 앞에서 일렁이는 그를 확인하기가 무서웠다. 꿈보다 더 잔인한 신기루라면 살아갈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죽지 못한다는 그 사실이 그렇게도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북받쳐오르는 감정에, 급해지는 호흡에 점점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눈물이 흘러 볼을 적시고 그것을 시작으로 울음이 터져나왔다.
작은 흐느낌으로 시작하던 그것은 소리를 키워 마침내는 그간의 응어리진 고통을 쏟아내듯 사나워져 있었다. 그의 표정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지만 나만큼이나 일그러져 있으리라 확신했다. 흐린 눈 너머로 다가오는 손짓에 심장이 쿵쾅거리고 거부할 새도 없이 차가운 손이 내 등을 쓸어내릴 때 나는 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현실이었다. 커다란 손이 두어 번 등을 어루만지고 나는 두 팔로 그의 목을 휘감았다. 힘없는 웃음소리가 귓가를 스치고 나는 안심했다. 그의 어깨에 턱을 묻고 그대로 정신을 놓았다. 토닥이는 손을 자장가삼아 오랜만에 깊이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