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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기 May 13. 2024

치킨 맛 커피

주말에는 가족 모두 달달한 늦잠을 잔다.  주섬 주섬 아점을 먹고 햇살이 드는 소파에 앉았다.


“곰곰아 커피 부탁해~”


“오케이!” 그나마 팔팔한 아들은 신나게 커피를 타러 갔다.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아들은 이제 제법 맛있게 믹스 커피를 탈 수 있다. 인내의 열매는 달다. 먹을 수 있는 커피를 탈 수 있게 되기까지 내 혀는 오랜 기간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아빠 내 커피 맛이 어때?” 아들의 표정에는 뿌듯함이 보였다.


“좋아 아주!” 먹을만했다.


“아니! 내 커피 맛이 어떻냐고.”


“음 좋은데? 딱이야.”


“아니! 내~애 커피 마앗!”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는 표정으로 눈을 빼꼼 뜨며 쳐다봤다.


‘아.. 이건.. 회사에서 많이 보던 표정인데..’


‘아하! 이거였군!’ 알아 들었다.


“음 뭐랄까..  초코맛이 나는데? “


아들은 씨익 웃으며 돌아갔다. 얼굴에는 빼빼로를 먹은 흔적이 있었다.


나는 평소 아들이 만들어 온 커피맛이 별로일 때 환하게 웃으며 “음~ 곰곰이의 손맛이 느껴지는군”이라고 했다. 그 손맛의 해석은 각자의 몫.


방에 들어갔던 아들이 나와 말을 걸었다.


“아빠.”

“응.”

“저녁엔 치킨맛 커피를 만들어 줄게.”

“좋아!”


우리는 오늘 저녁에 치킨을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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