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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자선생 Oct 21. 2020

뛰어놀아야 앉아 있을 수 있다

놀자선생의 놀이의 역설(Nory Paradox)  ⓶

다음 중 아이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무엇일까?

1. 빙글빙글 돌기

2. 앞으로 구르기

3. 거꾸로 매달리기

4. 가만히 앉아 있기     


어른에게 가장 쉬운 게 아이들에게는 가장 힘들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아이들에게 요구되는 행동들은 매우 힘든 가만히 앉아있기, 집중하기, 주의 기울이기 등이다. 따라서 학령기 이전에 아이들에게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그럼 아이들은 가만히 앉아있기를 어떻게 훈련할까? 가만히 앉아있는 연습을 시켜야 할까? 한번 시켜보시라. 아이는 한시도 쉬지 않고 꼼지락거릴 것이다. 왜일까? 바로 제 딴에는 집중하려고 애쓰는데 잘 안 되고 있는 거다. 생각(의지)과 몸이 따로 노는 것으로 아이가 꼼지락거리는 건 선택적 행동이 아니라 생물학적 필요에 따른 것이다.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신체과학적으로 풀이하면 '전정계'가 어느 정도 성숙했다는 증거다. 그럼 전정계를 발달시켜주면 되겠네? 맞다. 역설적이게도 가만히 앉아있는 능력을 키우려면 막 뛰어놀게 해야 한다. 전정계 발달은 놀이활동이 필수적이다. 앞에 말한 얘기처럼 놀이활동은 선택적 행동이 아니라 생물학적 필요에 따른 행동이다. 전정계는 움직임과 중력을 감각(감지)하여 균형감각을 만들어낸다. 나아가 방향감각, 운동감각이 발달되고 자동화되어야 거기(가만히 있는 것)에 신경 안 쓰고 공부할 수 있는 취학준비가 되는 것이다.    


       

물론 초등학생이 되었다고 하여 오랜 시간 가만히 앉아있을 수 있는 능력이 갖춰진 건 아니다. 아직 한참 남았다. 쉼 없이 뛰어놀아야 나중(중고생)에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앉아서 공부에 몰입할 수 있는 주의. 집중력이 생기는 것이다. 아동기에는 전정계가 비약적으로 발달하고 민감하기 때문에 방방 뛰고 빙빙 도는 걸 가장 좋아한다. 세계 어느 나라 놀이터에 가도 이와 관련된 놀이기구가 설치되어 있고 달팽이놀이나 ‘잡기놀이’를 아이들이 가장 놓아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우리 아이가 공부를 잘하길 바란다면 우선 실컷 뛰어놀도록 내버려 둘 일이다.           

놀이는 한마디로 감각을 발달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감각 수단이야말로 '학습의 근원'이다. 왜냐면 모든 정보는 감각을 통해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놀이활동을 하게 되면 전정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금방 알게 된다. 전정계는 머리와 몸의 자세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중력과 운동의 방향을 감지하여 평형유지와 자연스런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역할 또한 전정계의 역할이다. 놀이활동을 활발하게 잘하는 아이들은 뇌가 잘 발달되고 있다는 증거다.          


 

조금 더 설명하면 어린이의 발달 순서는 감각발달, 운동발달, 인지발달 순이다. 감각이 발달되어야 운동능력이 생기고, 운동능력이 발달되어야 인지능력이 발달된다. 중요한 감각기관인 전정자극(달팽이기관)이 충분히 되어야 뇌와 정신발달에 도움이 된다. 어린이들은 전정계가 이미 성장한 어른과 달리 매우 강렬한 이런 자극을 스스로 만들어 즐긴다. 이것은 주로 위아래로 뛰는 동작을 반복하는 행동으로 나타나는데 이런 가운데 평형감각을 익히고 발바닥의 성장판을 자극하여 키가 큰다. 점프를 하면서 공간감각을 키우고 넘어지지 않기 위해 다리에 힘을 주고 버티면서 다리 근육을 키우며 순발력을 키우는 것이다.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방방 뛰는 행동이 꼭 필요하다. 한 아이가 1천 번에서 2천 번 정도 넘어져야 걸을 수 있듯이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는 신체능력도 수천수만 번 뛰고 넘어지면서 생기는 것이다. 



진화적 측면에서 전정 감각은 아주 오래된 감각이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생물이라면 지구중력과 자신의 움직임에 대응하여 몸의 위치를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아들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자신들이 움직이고 있음을 느끼고 싶어 한다. 가볍게 또는 격렬하게 흔들기, 위아래로 흔들기, 안아서 집 주변 돌기 등의 반복적 움직임에서 아기들은 안락함을 느낀다. 이런 움직임을 좋아하는 이유는 몸의 평형과 움직임을 감지하는 여섯 번째 감각인 전정계가 잘 발달된 상태에서 태어나기 때문이다. 단지 흔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아기들을 진정시킬 수도 있다. 아이를 재울 때 가볍게 흔들어주면 편안하게 잠드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토닥거려주거나 쓰다듬어주면(촉각) 아기가 편안하게 잠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정계도 아기들에게 안락감을 제공함과 동시에 뇌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이들에게 뛰지 말라고 하는 건 뇌를 발달시키지 말라는 말이다. 

아이들에게 뛰지 말라고 하는 건 키가 크지 말라는 얘기다. 아이들이 야밤에 방 안에서 뛰는 건 낮에 밖에서 실컷 뛰어놀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가 머리도 좋아지고 키도 크길 바란다면 밖에서 맘껏 뛰어놀게 하라. 그렇게 한다면 최소한 우리 아이가 층간소음의 주범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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