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씨름고등어씨름, 황새다리뱁새다리, 소외양간놀이, 오징어게임
황소씨름 고등어씨름/
어디서 배웠나?/ 학교에서 배웠지
누구한테 배웠나?/ 선생님한테 배웠지
뭘 먹고 배웠나?/ 돈까스먹고 배웠지
어떻게 넘기나?/ 요렇게 넘기지
위는 아이들이 둘이둘이 손이나 어깨를 맞잡고 운율에 맞춰 좌우로 흔들다가 옆으로 넘기는 노래놀이 가사입니다. '꿩꿩장서방'처럼 서로 협력하여 장단에 호흡을 맞춰 주고받는 문답 놀이로 아이들이 즐거워합니다. 그런데 황소씨름은 우리나라 민속놀이 중 유명한 청도소싸움이 있어서 알겠는데 고등어가 씨름을 한다고요? “고등어가 씨름을 어떻게 하지?” 필자는 이게 궁금하여 책이나 인터넷을 뒤져봤지만 만족할만한 해답은 찾지 못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바다에서 고등어가 씨름하는 걸 목격했다는 말도 하는데, 제가 보기엔 일상생활에서 황소의 행동적 특성과 고등어의 형태적 특성을 보고 놀이 이름을 만들지 않았을까 추정됩니다.
위 동영상을 보면 씨름계의 전설인 이만기선수가 자반뒤집기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씨름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고 화려한 기술인, 자반뒤집기는 허리를 뒤로 젖히면서 자신이 넘어질 듯하면서 상대방을 뒤집어넘기는 기술입니다. 여기서 자반은 바로 국민생선인 고등어자반을 말합니다. 날생선을 보관하여 먹기 위해 소금으로 간을 한 것을 자반이라고 하는데 안동의 간고등어가 유명합니다. 이걸 구워 먹으려고 고등어를 앞뒤로 뒤집어가며 익히는 모습을 빗댄 게 자반뒤집기입니다. 자반=고등어라는 등식이 성립하므로 아이들도 알아먹기 쉬운 고등어씨름으로 명칭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풍물판에서 소고잽이가 몸을 공중에 날리며 비스듬히 원을 그리며 도는 춤사위를 또한 자반뒤지기라고 하는데, 씨름판에서는 뒤집기로 통용되고 풍물판에서는 뒤지기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놀이에는 어떤 사물이나 동물을 빗댄 명칭이 많은데 예를 들면, 지난 2021년 전 세계를 강타한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은 놀이판이 오징어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돌면서 달려가 상대방 집을 차지하는 달팽이놀이도 마찬가지로 놀이판이 마치 달팽이 모양입니다. 황새뱁새놀이, 소외양간놀이, 비빔밥놀이 등도 이에 해당됩니다. 기능 중심의 다리찢기놀이보다는 황새뱁새놀이라고 하면 아이들이랑 황새가 어떤 새인지 그리고 뱁새는 다리가 얼마나 짧은지 즐겁게 얘기하며 놀이를 할 수 있어 더 재미있을 겁니다. 소외양간 놀이를 통해서는 옛날 시골 외갓집의 외양간에 살던 소가 다른 집 외양간으로 들어가는 걸 상상하며 놀이할 수 있고, 비빔밥 놀이에선 밥과 고추장, 콩나물, 달걀, 참기름이 뒤섞이며 맛있는 비밤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맛볼 수도 있으니 아이들은 마냥 즐거울 것입니다. 서양식의 인아웃(In Out)게임이나 체어게임(Chair Game)보다 열배 백배 상상력이 발휘되는 놀이 명칭이라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