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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자선생 Oct 25. 2024

자치기가 국가대표 체육인 나라가 있다?

2018년 자치기를 소재로 만든 영화 Dandibiyo <단디비요>

    자치기가 언제 어디서 발생하여 어떻게 전 세계에 퍼졌는지를 연구하다가, 2018년 자치기를 소재로 한 영화 예고편을 유튜브에서 보고 매우 신선한 충격과 함께 우리나라에서도 관람할 수 있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단디비요>라는 영화를 만든 나라는 네팔국가로 아이들 놀이인 자치기가 국가 대표체육으로 알려진 나라입니다. 골목에서 놀던 전래놀이가 어떻게 한 나라의 대표적인 스포츠로 될 수 있었을까 몹시 궁금하였습니다. 


   어렸을 적 자치기를 해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긴 막대기와 작은 막대기 하나만 있으면 놀이도구 준비는 끝입니다. 물론 놀 만한 땅(공간)이 있어야겠지요. 긴 막대로 작은 막대를 치거나 튕기면서 노는 놀이로 얼마나 멀리 보냈는지를 긴 막대(어미자)나 작은 막대(새끼자)를 ‘자’로 삼아서 점수를 먹는 놀이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선 <자치기>라고 합니다. 우리 고향(전라도)에서는 땟꽁이라 불렀고 지역에 따라 ‘오둑떼기’, ‘메뚜기치기’, ‘토끼방구’ 등으로 부르기도 하였습니다. 이 놀이는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유럽의 거의 전 지역에, 그리고 북아메리카까지 널리 분포되어 있는 아이들의 보편적인 놀이입니다. 옛날엔 우리나라 어느 지방에서나 흔히 볼 수 있었던 놀이였는데 지금은 거의 사라진 놀이입니다. 네팔에서도 비슷한 상황이었나 봅니다. 


자치기를 영화로 만든 네팔     

    <단디비요> 영화는 2시간 20분짜리로 2022년에 유튜브에 공개되었는데 현재 5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네팔어(원어) 외 지원되는 자막이 없어 내용을 정확히는 잘 모르지만 느낌을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단디비요는 긴 막대가 ‘단디’ 작은 막대가 ‘비요’라는 의미입니다. 

영화는 주인공 다마루의 친구 여친이 단디비요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과거 단디비요의 전설적인 선수였던 주인공 아버지를 인터뷰하고 축구에 골몰한 아이들에게 단디비요를 해보자고 하지만 시큰둥합니다. 단디비요가 사라지고 있다는 건 ‘현실’입니다. 이에 주인공은 객지에서의 직장생활을 접고 단디비요를 살리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완고한 반대에 부딪힙니다. 이미 옛 놀이가 되어버린 단디비요를 복원한다는 건 허황된 꿈이라고 생각한 때문이지요. 다마루의 고집도 만만치 않자, 아버지는 아들에게 단디비요 시합을 제안합니다. 다마루가 이기면 고향에 돌아오는 걸 찬성하고 지게 되면 직장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단디비요는 각각 5명씩 선수들이 30분 동안 공격과 수비를 하는데 경기 규칙과 방법은 야구를 하듯이 선을 그어 놓고 다칠 위험 때문에 수비들은 투구를 쓰는데 크리켓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아버지 편은 과거 쟁쟁한 마을 선수들이었음 직한 노장들로 구성되고 다마루 편은 젊은이들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막상막하로 경기가 진행되는데 마지막 아버지 편 공격을 저지했어야 할 다마루 여친인 말라가 그만 실수를 범하게 됩니다. 이로써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간 주인공인 다마루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시로 가버립니다. 여친과 헤어진 다마루는 문자도 씹고 전화도 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영화가 전개되려면 반전이 있어야겠지요. 얼마 뒤 8시뉴스에 단디비요가 등장하는데 다큐를 찍어 올린 영상물이 떡상을 하여 대박을 쳤다는 소식입니다. 아마 천만 조회수 정도 되었나 봅니다. 네팔 전역에서 단디비요 유튜브를 본 사람들은 다마루를 알아보고 인증샷을 찍자고 하지만 정작 다마루는 영문을 모릅니다. 


단디비요 부활을 꿈꾸며 

    유튜브 떡상과 빅 뉴스 덕분에 단디비요 대회가 열리게 되자, 주인공 아버지도 생각이 바뀌어 다마루에게 돌아오라고 전화하지만 거절당합니다. 마을 어른들 모두가 찾아가서 데려오라고 하여 찾아가지만 그 역시 거절당합니다. 어쩔 수 없이 다마루를 제외한 선수단을 구성하여 훈련을 시작합니다. 이때 짠~ 하고 나타나줘야 영화가 진행될 수 있겠죠? 선수단 대표가 된 다마루와 주인공 아버지가 감독인 빨간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드디어 네팔 단디비요 대회장에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들어섭니다. 파란 유니폼 팀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용호상박의 경기가 펼쳐지는데 다마루 여친 말라는 부상을 당하면서 몸을 던지는 투혼으로 수비를 해주고, 거의 패배한 게임을 다마루가 수차례의 공중 돌려치기 기법으로 홈런을 쳐 우승을 하게 되면서 영화가 끝납니다. 물론 다마루와 말라도 재결합하는 기쁨을 맞이하게 됩니다. 


    네팔엔 단디비요 협회(Dandi Biyo Association)라는 스포츠 관리기구가 설립되어 있습니다. 단디비요는 매년 9월 첫째 주 공공 서비스의 날을 기념하여 대회가 열리고 있으며 네팔의 국가 스포츠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나 근대화 과정에서 어느 나라나 그렇듯이 네팔에서 단디비요는 점차 사라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감독인 쳬탄 구릉(Chhetan Gurung)은 이런 점을 안타깝게 여겨 영화를 만들게 되었는데 단순한 단디비요의 재현이 아니라, 영화에서 다마루가 경기규칙이나 방법 등을 긴 시간 설명하는 걸 보면 네팔 국민들에게 단디비요 복원을 호소하고자 하는 것도 있겠지만,  모든 면에서 근대 스포츠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는 걸 세계에 보여주고자 한 거 같습니다. 

네팔은 2017년에 공식적으로 배구가 국기 스포츠로 선언되었습니다. 그러나 단디비요는 서구에서 수입된 종목과는 다른 유구한 전통과 문화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입니다. 인도의 전통놀이인 카바디가 아시안게임의 정식 종목이 되었듯이 단디비요도 그렇게 아시아를 넘어 올림픽경기에서도 볼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영화 <단디비요> 유튜브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4tmQgsctGp4&t=3086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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