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오래된 지난 3월의 얘기지만 프랑스에서 자가 격리가 길어지면서 정신과 문의가 많아졌다고 한다. 정신과 전문의가 말하길 “자가 격리 중에 벽이나 식물에게 말을 건네는 정도는 괜찮다. 그러나 말을 걸었을 때 벽이나 식물이 대답을 하면 진료받으러 와야 한다.”고 했단다.
“답답한 일상이 계속되다 보니 나도 모르게 화를 내는 경우가 잦아졌다. 누가 조금만 건드려도 바로 폭발할 것 같다.” 취준생 박영준(27)씨는 "취업이 되지 않는 것도, 마스크를 끼는 것도 정말 답답하다"면서 "이런 현실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아시아경제, 2020.10.4)
코로나19 대유행이 10개월째에 접어들면서 이제는 불안이 줄어드는 대신에 분노와 공포가 늘어나고 있다는 보고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이 9월 25일∼28일 전국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와 사회적 건강'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상황 이후 분노의 감정을 느끼는 이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뉴스에서 어떤 감정을 가장 크게 느끼는가'라는 질문에 47.5%는 '불안'이라고 답했고 분노(25.3%)와 공포(15.2%)가 뒤를 이었다. 특히 지난 8월 초 동일한 설문(불안 62.7%, 분노 11.5%)과 비교할 때 불안이라고 답한 비율은 15.2% 포인트 줄었지만 분노는 2.2배, 공포는 2.81배 증가했다. 강동경희대병원 화병스트레스 클리닉 김종우 교수는 “코로나19 감염병은 나의 잘못으로 생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억울함과 분함을 느끼는 것”이라며 “폐업·실직 등 코로나19로 손해를 많이 본 사람이 특히 분함을 크게 느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코로나 자살률이 늘어나고 있다.
자살 예방 상담 기관들의 상담접수 건이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소득분위 하위계층인 경제 취약층에서 자살을 시도해 응급실에 실려 온 사례가 지난해보다 늘었다는 보고가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특히 수도권 2030 여성을 중심으로 한 자살 관련 데이터가 악화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1~6월 한국의 여성 자살은 1796건 발생했는데 올해 같은 기간에는 1924건으로 7.1% 늘었다. 코로나19 1차 확산 직후인 지난 3, 4월에는 각각 전년 대비 17.3%, 17.9% 늘었고, 지난 6월에도 13.6% 증가했다는 통계가 말해준다. 전문가들은 고용 안정성이 취약한 직업군에 속한 여성들의 어려움이 가중됐을 가능성과 자녀들이 학교나 유치원에 못 가는 상황이 돼 육아 부담 등이 높아진 여성들의 갈등 문제가 증가했을 가능성을 짚는다. 김현수 서울시 자살예방 센터장은 “올해 서울시 20대 자살자 수가 2배 정도 늘었다. 여성 자살시도자 수는 지난 5월까지 1000명에 육박한다. 특히 20대 여성 자살시도자 수는 압도적으로 많다. 다른 세대에 비해 4~5배 이상 많다” 코로나는 ‘불안’에서 ‘절망’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놀이 결핍은 코로나보다 치명적이다.
영국에서 제2차 세계대전 때 있었던 일이다. 전쟁으로 어린이들이 위험에 처하자 정부는 아이들을 안전한 지역으로 이주시키자는 정책을 세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자녀들을 먼 지역으로 보냈고 머나먼 타국으로 아이들을 이주시키기도 하였다. 세월이 흐른 뒤 그들은 어떤 실수를 저질렀는지 몸소 깨닫게 된다. 고향으로 돌아온 아이들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불안, 우울증, 두려움, 공감 정서의 차단, 이기심 등 아이들은 이미 예전의 아이들이 아니었다. 아이들에게 생이별의 고통은 평생 트라우마로 남으며 엄마를 다시 만난다 해도 이전 상태로 회복이 안 되고 이상행동을 하게 된다. 아이들의 생명은 지켰지만 그들은 평생 후유증을 안고 살아가게 된 것이다.
코로나가 2차 대전 당시의 생이별에 비교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은 학교를 제대로 가지 못하고 맘껏 뛰어놀아야 할 시기에 제대로 놀지 못하고 있다. 학교라는 집단 속에서 아이들은 사회성을 익히고 놀이를 통해 공감능력을 배양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의 결핍은 사회적 관계를 잘 못 맺고 상황 파악 능력이 떨어지며 충동조절 능력과 주의력 결핍이 생긴다. 특히 나이가 어린 아이들일수록 학교에 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고등학교 3학년은 학교에 가는데 저학년들은 집에 머물고 있는 정책이다.
다른 나라는 코로나19를 맞아 어린이에 대한 정책이 어떤 지 간단하게 한번 살펴보자. 스웨덴은 흔히 ‘집단면역’을 실험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는데 다른 나라와 달리 강력한 정책 대신에 느슨한 방역대책을 펼쳤다가 노인들이 많이 사망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은 유아학교와 초, 중학교는 학교 문을 닫지 않고 우리와 달리 고등학교는 원격 수업으로 대처했다. 카롤린스카 대학병원이 지난 5월 세계적으로 보고된 코로나 감염에서 어린이와 관련된 47개의 연구보고서를 종합적(metaanalysis)으로 분석했는데 그 연구에 의하면 어린이가 감염되고 감염된 어린이가 바이러스를 전파하지만 어린이로 인한 감염 확산은 아주 드물다는 것이다. 즉, 어린이는 감염 확산의 원인이 아니라는 얘기다. 여기서 더 중요한 건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친구들을 만나 같이 공부하고 같이 놀면서 사회성을 키우는 게 매우 중요한데 학교를 닫으면 자칫 이것을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스웨덴에서는 아이들이 평상과 크게 다르지 않게 학교를 다닌다.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에 사회 전체를 봉쇄하는 것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판단에서 나온 조치인 거 같다.
미국 휴스턴대 심리학과 마이클 볼렌스키 교수팀은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더라도 정신건강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은 수년간 지속될 거라는 암울한 예측을 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 백신이나 치료약이 개발되더라도 정신적인 트라우마와 상처는 지워지지 않는 채 우리가 수 세대에 걸쳐 겪어야 될 문제라는 것이다. 160명의 참가자 대상으로 코로나19와 약물 중독 간의 연관성을 조사하였는데 코로나로 인한 심리적 변화는 알콜, 담배, 마약 등 중독성이 있는 물질에 접근하고자 하는 동기를 높인다는 보고가 있다. 코로나 대유행을 육체적인 감염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까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사전 대처가 안되면 지난 2008년 미국 경제위기 이후 자살률 급증 때처럼 심각한 사회문제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코로나 극복에는 놀이와 운동이 효과적
운동은 신체적 움직임을 말한다. 놀이도 대부분 신체적인 움직임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서는 운동과 놀이를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 운동할 때 근육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있는데 일명 ‘운동 호르몬’이라 말하는데 2018년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진이 이리신(Irisin) 수용체를 규명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런데 최근에 브라질 상파울루 주립대 미리아네 데 올리베이라 박사팀이 '분자 세포 내분비학' 학술지에 이리신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14,857개의 유전자 대상으로 이리신 효과를 시험한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신체에서 복제되는 것을 막는 효과를 3배나 높인다는 걸 발견하였다. 올리베이라 박사는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치료의 실마리를 발견한 것" 이라며 '이리신'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어떻게 조절하는지 파악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하였다. 이리신은 뼈를 튼튼하게 해 주고 치매 예방 효과도 있는데 이리신은 해마에서 신경의 성장을 촉진하여 학습과 기억능력을 증진시키기도 하는 호르몬이다.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나면 밖에 나가서 운동을 하면 도움이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운동은 혈중 스트레스 호르몬 농도를 낮춰주기 때문이다. 앞에서 어린이들에게 놀이 결핍은 코로나보다 치명적이라고 말하였는데 정신적 측면과 신체적 측면 두루 살펴볼 때 집안에 격리되어 고립된 생활을 하는 것보다 운동이나 놀이가 오히려 코로나에 대한 면역성이나 치유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스페인 칸타브리아대 의대 연구팀이 코로나19 환자 216명을 조사했는데 82% 넘는 환자가 비타민D 결핍으로 나타났다(2020. 11. 29일자 보도). 코로나 환자들이 비타민D 결핍 때문은 아니라 하더라도 비타민D는 햇볕만 쬐주면 생기는 천연항암제이자 면역성을 강화시켜 주는데 탁월하다. 사상 초유의 돌림병을 맞아 모두 다 힘들다. 너무 불안해하거나 겁먹지 말고 콧바람 쐬러 바깥에라도 나가는 게 상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