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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자선생 Oct 07. 2020

아주 오래된 농담

난닝구와 전설의 고향이 주는 교훈

난닝구호텔


박완서 선생의 소설 『아주 오래된 농담』 얘기가 아니다. 

시골 어느 할아버지가 서울에 있는 친지 결혼식에 가는 날이었다. 그런데 예식장이 메리어트호텔이란다. 평생 처음 듣는 생소한 이름에다가 평소 건망증이 심한 할아버지는 이걸 어떻게 외울지 고민하고 있는데 현명한 할머니 왈 “영감, 속에 입은 메리야쓰랑 이름이 비슷하구만유. 메리야쓰메리야쓰 외우면서 가셔유~”     


메리야쓰를 되뇌이며 고속버스를 타고 가다가 할아버지는 그만 잠이 들었다. 버스는 어느새 도착하여 사람들이 내리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드디어 택시를 잡아타고 기사가 어디로 모실까요 물어보는데 아뿔싸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어? 수없이 외웠던 이름이 생각나지 않은 것이다. 맞아 속에 입은 옷이랑 비슷했지! “기사양반, 난닝구호텔로 갑시다” 의기양양하게 말하는데 빙긋이 미소를 지은 운전기사는 네, 하고 출발하였다. 한참 만에 도착한 호텔을 보니 메리어트호텔이라 쓰여 있었다. “기사양반, 참 용하우! 내가 난닝구호텔이라 얘기했는데 어떻게 여기를 알고 지대로 찾아왔쑤?” 기사 왈 “이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며칠 전에는 전설의 고향에도 갔드랬는데요!”

전설의 고향은 도대체 어디일까?           


매리어트호텔 패러디



사망신고

본인인가요?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한 젊은이가 공무원 연수까지 마치고 드디어 한적한 주민센터로 첫 출근을 하였다. 맨 아래 신참이라서 점심시간에 혼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가 다급하게 찾아왔다. "사망 신고하러 왔는데요." 처음 접하는 민원이라 너무 긴장한 젊은이는 연수교육에서 숙지한 매뉴얼대로 "본인이세요?" 물어보았다. 그러자 급작스런 장례를 치르느라 경황이 없었던 아주머니도 당황해하며 말했다. "본인이 직접 와야 하나요?"     

         

콱 막힌 공무원이 있다면 이제 죽고 싶거든 본인이 사망신고부터 해야겠다. 태어나는 거(출생신고)와 죽는 건(사망신고)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 게 철칙이다. 그래서 두 가지 신고는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하는 게 아닐까? 세상의 문은 모두 본인이 열어야 한다. 남이 열어주는 문은 오로지 감옥문과 관 뚜껑밖에 없다고 한다.      

본인이냐고 물어본 젊은 공무원은 매뉴얼대로만 움직이는 경직성을 풍자한 거고 재치 있는 택시기사는 반대로 눈치코치 좋은 융통성을 풍자한 것이다. 융통성과 눈치코치는 놀이를 통해서 발달되는데 학술적으로 따지자면 직관을 말하며 이런 지식을 '암묵지'라 한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직관력과 상상력을 키우는데 직관력과 상상력은 감각이 발달되어야 가능하다. 이런 직관력이 임기응변적 대처능력을 키워주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준다. 놀이는 경직성을 깨고 융통성과 열린 사고를 열어준다. 전설의 고향이 예술의 전당이 될 수 있는 걸 논리로는 설명이 안 되는 이유다.      



직관력은 창의성의 원천


인간의 뇌는 직관으로부터 작동한다. 아인슈타인은 책을 많이 봐서 천재가 된 것이 아니다. 숱한 경험들로부터 직관이나 상상력을 떠올려 수학이나 물리학의 언어로 표현해낸 것이다. 에디슨이 말한 “천재는 99% 노력과 1%의 영감으로 이뤄진다”는 말에서 에디슨이 강조한 건 99%의 노력이 아니라 오히려 1%의 ‘영감’이었다. 영감은 바로 직관력을 말하며 영감이 이어져 새로운 창조를 가능하게 한다. 모든 학문분야에서 창조적 사고와 표현은 직관에서 비롯된다. 과학자들도 느낌으로 시작하여 논리적 개념에 이른다. 직관은 '합리적 사고'의 방해물이 아니라 오히려 합리적 사고의 원천이자 기반이다. 창의력의 80%를 차지하는 건 직관력이라는 말이 있듯이 요즘 강조하는 창의적 인재 양성에서 가장 중요한 게 직관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해전사에서 길이 빛나는 이순신 장군은 직관력이 발달되어 있었기에 13척의 배로 133척의 왜적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이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윌리엄 더건 교수가 말한 ‘전략적 직관’이다. 


뇌과학으로 따지면 직관은 우뇌에 해당된다. 한국인의 체질은 우측 대뇌반구형으로 느낌과 직관력으로 사물을 이해하는 영감이 발달되어 있다. 좌뇌를 중심으로 사고하고 연구하는 천재적인 과학자들은 한결같이 직관이 발달되어 있다. 어떤 학자는 우뇌는 좌뇌보다 수십만 배 능력이 뛰어나다고 주장하는데 그 이유는 모든 상상력과 창의력은 우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직관은 놀이 활동을 통해 발달된다. 그래서 필자는 ‘놀이는 지능순’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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