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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수 Aug 10. 2023

19세 겨울의 나에게 말 걸기

40세 교사의 진로 코칭 후기

지난 4월초 호벤님에게 코칭을 받고 좋았던 기억이 있어(https://blog.naver.com/pharmakon13/223062920805) 여름방학 내내 한 진로 고민을 호벤님과 함께하면 좋을 것 같아 80분 세션을 신청했다. 8월 9일 첫 번째 세션(60분)을 하였다. 




호벤님을 만나기 전 이미 4가지 진로 옵션을 세워두었다. 4번째 옵션까지 짰을 때, 반년 동안 고민했던 부분이 (직업 진로와 관련 없는 부분. 이 고민 때문에 개인 상담을 6개월 동안 하였다.) 갑자기 저절로 풀려서 신기한 체험을 하였다. 이와 별개로 나의 메인 이슈는 진로이기 때문에 첫 세션에는 여기에 집중하려고 했다. 각기 다른 진로 방향 4가지 옵션을 말하고 이 것들을 실행하는데 '무엇이 가장 발목을 잡는가?'에 대한 질문에 모두 '경제적 불안'이라고 답했다. 하나같이 경제적인 불안이었다. 부모의 싸움의 단골 이유는 돈이었고 우리 남매는 경제적 불안은 곧 죽음이라는 것을 머릿속에 각인하고 살아야 했다. (그리고 우리 둘은 둘 다 적성에 맞지 않는 분야의 공무원을 하고 있다.) 이미 19세, 고3 겨울의 나는 교사가 내 적성에 맞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1지망에 부산대 사범대, 2지망에 연세대 영문과 을 썼고 둘 다 붙었다. 사실 2지망은 내가 가고 싶은데 아무데나 썼고 엄마가 안 보내줄 것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엄마한테 붙었다는 말도 안 했다. 장녀인 나는 당연히 장학금 주는 사범대에 가야 하는 줄 알고 있었다. (지금 쓰면서 생각하는데, 서울대 인문계열 낮은데 썼으면 붙었을거고 그렇게 그대로 밀고 갔었어도 될 뻔했다... 하지만 나는 그때 힘도 없고 현명하지 않았다.) 호벤님이 지금 40살이 된 내가 19세 겨울의 나에게 말을 걸고 있다고 했다. 그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맞다. 나는 지금 경제적 안정을 이뤘고 (아직 주택담보대출을 다 안 갚아서 목전인지도 모른다), 그 순간 커다란 결핍의 순간인 19세 겨울로 돌아간 것이다. 19세 겨울의 나에게 뭐라고 하고 싶냐고 호벤님이 물었다. 나는 '걱정말라고, 다시 찾아올거라고, 네 꿈을 이뤄주기 위해 더 현명하고 힘있는 어른의 내가 다시 찾아올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정말 그렇구나. 나는 지금 내 어릴 적 꿈을 이루기 위해 어린 나에게 갔구나.




만약 40세의 내가 19세의 나에게 조언을 한다면 뭘 말하고 싶냐고 물었다. '사실 불안일 뿐이야. 네 꿈대로 밀고 나가도 너는 이겨낼 힘이 있어. 지금 걱정하는 건 실체없는 불안일 뿐이야.' 사실 그건 40세의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지금 옵션 1,2,3,4 를 당장 해도 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옵션 1,2,3,4를 얘기하면서 뭐가 가장하고 싶냐고 호벤님이 물었다. 3번(상담 대학원)과 4번(기술이민)이 더 끌리는데, 3번도 그렇고 4번도, '그런데 진짜 하고 싶은 건 아닌데, 진짜 하고 싶은 걸 할 돈과 에너지가 생긴다'라고 답했다. 1, 2, 3, 4번 모두 그 일을 하면서 결국 글을 쓰고 있을 거라고 했다. 그걸 해서 충족이 안되니까 글을 쓸 거라고 했다. 무슨 글인가? 페미니즘이다. 지금 내가 쓰는 주제가 페미니즘, 교육, 레즈비어니즘인데 사실 교육과 레즈비어니즘도 페미니즘이 베이스다. 내 평생의 주제는 페미니즘이구나. 돈도 시간도 에너지도 많으면 페미니즘을 끝까지 파고 싶다. 이걸로 밥벌이 까지 하면 좋겠다. 이건 결국 결핍이다. 폭력적인 아비에서 온, 그리고 학생으로 부터 성폭력 피해로 부터 온, 내 평생의 과제다. 이 것을 돈 벌면서 추구하면 보람차고 행복할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옵션 5가 생겼다. 성평등, 성교육 쪽으로 학교에서 일한다면 그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그것으로 또 결국 글을 쓰겠지. 오늘 교사 친구 2팀을 만나서 내 계획을 말하니, 다들 공감해줬다. 나는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호벤님 라이프코칭 정보 : https://blog.naver.com/danza_de_vida/22311387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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