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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수 Sep 07. 2023

9년 간 죽어있었던 교사의 이야기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제 자유 발언 

안녕하십니까. 저는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직 19년  차 교사 입니다.   

제가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은 9년 전 제가 겪은 교권 침해 사건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이와 아울러 우리 교육 사회가 9년 간 아직도 그대로 있으며, 오히려 후진적으로 변하고 있는지 말씀드리러 나왔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제 후배, 동료, 선배 교사들이 사지로 내몰리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교육감과 교육청에 강력히 변화를 촉구합니다.   



저는 교권 침해라는 개념이 생소하던 시절인 2014년 한 남학생에게 성폭력에 가까운 교권 침해를 당했습니다. 저는 당시 한 남자 중학교에 3학년 담임으로 근무 하였는데, 저의 학급 반 학생이 생활지도부장에게 욕을 하였고 반성문을 쓰게 하고 지도하였습니다. 그 이후 앙심을 품은 그 학생은 한 달 넘게 제 개인 핸드폰으로 익명의 전화와 문자로 저를 괴롭혔습니다. 그러나 제가 거기에 반응하지 않자 그 학생은 제가 항상 교실 앞 교탁에 놓아두던 텀블러에 오줌을 쌌습니다. 제가 두 번이나 마셨습니다. 안타깝게도 cctv에 증거가 남아있지 않았으나 컵에 남은 지문과 오줌은 증거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학교 측의 대응 미흡으로 학생은 처벌되지 않았고 저는 그 후 9년 간 우울증과 공황 장애에 시달렸습니다. 2014년 4월 세월호 사건 즈음이었습니다.    



제가 아직도 화가 나는 것은 학교 측의 대응입니다. 저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호소하였고 그 학생과 저를 담임 학급 반과 수업하는 학급에서 분리조치 해달라고 요구하였습니다. 제게 돌아온 답변은 교감이 알아서 처리할 것이니 참고 기다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정확히 1달을 기다렸고 학교 관리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분노하여, 교육청에 사실을 알리고, 제가 속한 노조에 알리고, 국민신문고에 알리고, 학생을 경찰에 신고하였습니다. 당시 저는 증거로 오줌이 든 컵을 가지고 있었는데 경찰은 학생의 오줌 샘플을 받으면 수사를 할 수 있다고 하였으나 학생이 만 16세가 되지 않아 수사를 하려면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부모는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저 혼자 해야만 했습니다. 그 후 저는 병휴직을 내어주지 않는 교감과 교장과 싸우다가 제가 법적 고소하겠다고 하자 겨우 6개월 병휴직을 허가받았습니다. 최근에 제가 안 사실은 그 당시 교감선생님은 지금도 부산의 모 중학교에서 교장으로 잘 지내신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9년 동안 담임을 맡는 3월 2일이 되면 학급 교실에서 그 아이의 망령을 봅니다. 제 심장을 터질 것 같이 쿵쾅거립니다. 그 후에도 담임 학급 반을 가르치는 수업 시간만 되면 숨이 막힙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고인이 되신 서이초 선생님이나 의정부, 신목초 선생님 등 전국의 수많은 교사들이 교권침해, 학부모민원 피해에 시달리고 있지만 9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보호를 받고 있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서이초 선생님보다 조금 더 운이 좋을 뿐이라서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서이초 선생님이 살아계셨다고 해도 그 분의 영혼은 저처럼 오랫동안 죽어있었을 것입니다. 저는 학생, 학부모로 부터 압력도 문제이지만 교사를 보호하지 않는 조직으로부터 대단히 큰 배신감과 절망감을 느낍니다. 담임, 행정 업무 등 모든 책임은 교사 개인이 부담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조직은 교사를 전혀 보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개인 교사를 사지로 내몹니다. 모 웹툰작가 사건에서 보듯이 지난 십 년간 가장 만만한 상대는 교사가 되어버렸습니다. 학폭 등의 문제가 일어나고 학교 내 위원회에서 결정된 사안에 불복할 때에도 학교를 고소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를 고소합니다. 교사가 가장 만만한 동네 북이 되어 버린것은 과연 누구 탓인가요?   



교육감님, 교육청 장학사님 그리고 학교의 관리자 분은 들으십시오. 교사 대부분은 사명감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책임있게 살아가려고 노력합니다. 교육감, 교육청, 관리자 분들은 이러한 교사를 보호할 책임이 있습니다. 책임을 회피하려 하지 마십시오. 책임만 있고 권리는 없이 살얼음판을 걷는 교사를 보호할 대책을 마련 하십시오. 지금 이슈가 일어났을 때 대충 교사 운동회 따위 졸속 사업을 신설해서 교사를 괴롭히지 마십시오. 교사 연수도 필요 없습니다. 연수를 받아야 할 대상은 교사가 아닙니다. 더 이상 교사가 죽고 다치도록 내버려두지 마십시오. 당신들은 책임이 있습니다. 교권 보호법을 제정하도록 노력하고, 민원 창구 일원화 등 제도를 고치십시오. 이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기까지 9년이 걸렸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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