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역 히스테리갑은 나야 나!(2)

회사에 히스테리 부리는 사람 꼭 있잖아요

by 놀마드놀



이 구역 히스테리갑은 나야 나!(1) ◀︎◀︎ 전편 먼저 보기










히스테리갑, 히숙과장의 꿈은 변호사였다고 한다.



학교 다닐 때부터 공부를 잘했고, 일명'사'자 들어가는 직업이 갖고 싶었다고 했다.



남한테 잘난척하는 거 좋아하고, 관심받는 걸 좋아하는 성격에 딱 어울린다고 생각됐다.






본인이 원하는 서울 상위권 대학의 법대에 합격했지만,

딸 고시공부 뒷바라지는 못한다며 빨리 취직해서 시집이나 가라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취업이 잘되는 학과에 진학을 했다고 한다.



집안형편도 좋지 않았고,

딸부잣집 막내딸인 덕분에 아버지가 나이도 많으셨으며, 딸 교육엔 그다지 관심이 없는 분이었다고 한다.



대학이라도 보내주신걸 다행으로 생각하며 울면서 법대를 포기했다고 했다.









워낙 똑똑했기 때문에 일찍 취업을 해서 최연소승진까지 했지만,

사실 이 회사는 그녀가 있기엔 정말 작은 닭장이었다.



대부분의 회사가 그렇겠지만,

내가 다녔던 회사는 기본적으로 직원이 '을 of을'일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었다.


전문직을 갖고 남에게 잘난척하고 아는척하며 뽐내고 사는 게 그녀의 성격엔 훨씬 더 맞을 것 같았다.












넓은 하늘을 날아다닐 날개가 있으나

작디작은 닭장에 갇혀 버린 새,


꺾여버린 날개를 힘겹게 추스르고

케이지 안에 있는 다른 새를 쪼아대며 화풀이를 해대는 게 고작인 처량한 독수리.












이게 내가 느낀 그 여자의 모습이었다.



분에 못 이겨 표출해 대는 히스테리의 근원은 꺾여버린 꿈에서 비롯된 좌절이었다.


그녀는 하루하루 처절한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여자는 꼭 나를 더 사랑해 주는 남자랑 결혼을 해야 행복한 거야."





미혼인 여직원들에게 그녀가 자주 하는 말이었다.

별로 친하지도 않은 나에게도 하소연하듯이 저런 식의 말을 가끔 했다.

좀 의아해서 그녀를 쳐다봤다.





"난 우리 남편, 내가 더 좋아해서 결혼했거든. 프러포즈도 못 받았어."




"아하..."






처음엔 저런 성격을 누가 좋다고 결혼을 했나 꽤나 놀라웠다.

그런데 남편과 전화를 하는 걸 들어보면 애교가 뚝뚝 흘러넘쳤다.

남편한테는 세상없이 잘하는 애교쟁이 아내였다.


회사 직원의 가족이 모이는 연말모임에서

남편과 함께 있는 그녀를 보게 됐는데,

언듯 보기에도 정말 남편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이었다.













애정결핍.


그 관종끼의 근원은 바로 애정결핍이라는 걸 깨달았다.

























처음엔 그녀가 너무 밉고 또 싫기만 했다.




그런데 척박하기만 했던 미움의 마음 고랑에서

새싹처럼 다른 감정이 고개를 내밀었다.








쫌... 안 됐다.







"안되긴 뭐가 안되어요! 아 너무 싫어요! 저 히스테리 정말.

온전한 정신은 자기 남편하고 새끼한테 다 쓰고, 화풀이는 회사 와서 하는 것 같다니까요."





한 사무실에서 친하게 지내던 신주임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전혀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혀를 내둘렀다.





나도 처음엔 딱 저 마음이었다.





본인이 '을'인 집에서는 저자세로 지내다가

회사에 와서는 집에서 못한 것까지 갑질을 해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꽤 오랫동안 그녀를 지켜보며 속사정을 알고 보니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됐다.










좌절과 애정결핍,

그녀의 마음엔 저 두 감정이 깊이 자리한 듯했다.



그녀는 좌절에 허리가 꺾인 들풀이었으며,

항상 사랑이 고픈 어린아이였다.



주기적으로 쏟아내는 악다구니는

해결되지 않은 감정에 짓눌린 채, 살기 위해 내뱉는 가쁜 숨이었다.









저 여자를 이해하게 될 줄이야.


나 스스로도 놀라웠다.

















그 뒤로 부서가 바뀌었고 더 이상 히숙과장과 일적으로 엮이는 일은 없어졌다.





어느 날은 마트에 갔다가 남편과 함께 있는 그녀를 보게 됐다.



마주친 게 아니라 나만 본 거라서 모른 척 피해버렸다.



그 얼굴을 보자마자 예전에 느꼈던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와서 마주치고 싶지가 않았다.





여전히 다시는 어디서도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지만

인간의 행동엔 성격이 영향을 미치고, 그 성격이 형성되는 것엔 어떤 원인이 있다는 걸 알려준 사람이기도 했다.



풀어내지 못한 과거의 감정은 깊이 잠복해 있다가 재채기처럼 수시로 튀어나온다.

마음에 남은 감정자국은 상처로 변하고,

어떤 계기로 인해 치유가 되기 전까지는 그 상처를 꼭 쥔 채로 평생을 살아간다는 걸 그때 알게 됐다.












그녀는 그 이후에도 회사의 실세 라인을 타서 계속 고속승진을 했다고 전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녀가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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