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여, 여자의 적은 여자랍니다(2)

과장님, 저 맘에 안 들죠?

by 놀마드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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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상사들을 보다 보면, 저 사람은 어떻게 승진을 한 건지 참 연구대상인 사람이 있다.



여과장도 그랬다.










"노을씨, 이건 어떻게 하면 돼?"





눈코 틀새 없이 바쁘게 일을 하고 있는 나를 부르는 여과장의 목소리에 목덜미가 잡혀서 질질 끌려가보면 정말 사소한 게 많았다.





바뀐 업무프로그램을 잘 몰라서,

이건 이런 게 어려워서,

뭐가 잘 안 되어서,



나뿐만 아니라 수시로 이 사람 저 사람을 불러댔다.

바뀌는 것에 대해 배울 생각은 전혀 없고 꼭 남의 손을 빌려서 하려고 했다.


옷 입혀달라 밥 먹여달라 보채는 세 살짜리 어린애 같았다.







프로젝트나 발표가 주어지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전전긍긍해대기도 했다.

자료 만드는 것을 직원들에게 시키는 건 기본이었고,

심지어는 발표할 대본까지 써서 달라고 했다.


저 정도면 월급을 나눠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능력도 없어 보이고, 직원들을 품고 가는 리더십도 없는 여과장이 어떻게 승진을 하게 된 건가 항상 궁금했다.













그런데 아침마다 그룹장 옆에서 조잘대며 앉아있는 걸 보고 있자면 대충 그 답을 알 것도 같았다.





"어쩜 그렇게 아는 게 많으세요? 진짜 저 같은 사람은 맨날 봐도 모르는 건데, 호호호.

항상 공부하시고 오픈 마인드로 사셔서 그런지 진짜 젊어 보이세요. 완전 오빠야, 오빠!"





간부들 옆에 찰싹 붙어 앉아서 저런 낯부끄러운 멘트를 표정하나 안 바뀌고 하는 게 보인다.









"안녕하세요-"



"어, 그래~"



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두 사람에게 인사를 했더니 그룹장만이 내 인사를 받아준다.

여과장은 '여과장 맘에 들기 면접'에서 떨어진 나의 인사는 가볍게 넘기고 여전히 '그룹장 바라기 모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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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전형적인 강약약강 인간이었다.

강한 사람에겐 약하게, 약한 사람에겐 강하게.










"자기는 혼자만 가는 거야? 자기 선배들 다 퇴근 못하고 있는데 어디서 엉덩이를 떼?"




여과장은 퇴근시간이 지나서 자신보다 먼저 퇴근하는 직원들을 보면 저렇게 정색을 하고 이야기를 했다.



저런 식으로 대놓고 면박을 주는 날도 있었고,

먼저 가는 직원들의 퇴근인사를 일부러 받아주지 않으며 언짢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직원들은 퇴근시간이 되었어도 매 번 여과장 눈치를 봐야 했다.











"여기 다 애엄마야. 유대리만 봐줄 수가 없어."



예고 없이 야근이 생긴 날이었다.

딸아이의 어린이집 하원을 직접 시켜야 한다며 퇴근인사를 하는 유대리에게 저런 말을 하기도 했다.



"너만 애 키우는 거 아니잖아?"



워킹맘들의 설움과 고충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과연 회사는 강한 자와 약한 자를 잘 구별하여

강한 자에겐 손바닥을 잘 비비고

약한 사람을 교묘히 이용해 먹는 약아빠진 인간들이 득세하는 세상인 듯하다.


그걸 알기에 여과장은 책임자급으로 승진을 했겠지만,

뼛속까지 약은 사람은 못됐던 것 같다.






여과장하고 같이 일을 하다가 그만두는 직원들이 조금씩 생겨났고

그녀에겐 여직원킬러, 신규직원킬러라는 별명이 따라붙었다.


그만둔 사람들이 주로 여과장에게 눈치를 받았던 여자 직원들이나

그녀가 업무를 떠넘겼던 젊은 직원들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나 때문에 유대리 그만뒀다고 소문났더라? 아휴 내참."






여과장은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사람들이 그만둔 게 모두 그녀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녀는 단지 하나둘 쌓였던 퇴사의 도미노가 탁 쓰러질 수 있게 살짝 건드려준 것일 뿐.





하지만 회사는 소문이 빠른 곳이었고

다양한 사건들이 일어나고 수습되는 과정 속에서 평판이라는 얼굴이 만들어진다.

그녀는 사람관리에서 낙제를 받았고 그로 인해 평판도 일그러졌다.










왕관을 쓰려면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는 세익의피어의 말이 떠오른다.

자리가 높아질수록 그에 따라 요구되는 역량과 책임은 더 묵직해진다.



그 무게를 견디기 위해선 다양한 힘이 필요하다.

왕관의 무게를 지탱해 주는 든든한 힘 중에 하나는 바로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이다.

남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가치를 알 수 있다.

특히 나보다 힘없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을 대할 때 나오는 말과 행동이 그 사람의 인격이다.




상대에게 예의를 지키고 그 마음을 헤아려주는 일은,

남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타인에 대한 너그러운 마음은 나를 나타내주는 가장 확실한 명함이라는 걸 잊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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