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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마드 노을 Jun 05. 2023

나이 먹고 결혼을 못?안?한 건 이유가 있다

30대 여자사람의 비혼현실과 비혼이유


 나는 비혼을 유지 중인 30대 여자사람이다. 비혼주의나 독신주의는 아니다. 결혼하지 말아야지 마음먹고 산건 아니었다. 그냥 이렇게 저렇게 흐르는 대로 살다 보니 자연스레 비혼 상태를 유지 중이다. 언젠가부터는 꼭 뭐를 해야지, 절대 하지 말아야지 등의 확정언어는 잘 쓰지 않으려 한다. 인생은 알 수 없고 단정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누가 내게 독신주의, 비혼주의냐고 물어보면 ‘좋은 사람 있으면 결혼해야죠’라고 대답한다. 이 말이 정말 진심이기도 하고 저렇게 대답해야 잔소리 폭격을 피할 수 있다. 결혼 안 한다고 하면 엄마포함 어른들에게 항상 일장연설을 들었다.



| 혼자 살면 늙어서 어떡하려고 그러냐. 고독사 하는 사람들 봐라.

| 나 : 1인가구가 많아지니 저 늙었을 땐 사회시스템이나 제도가 잘되어있겠죠.

    단지 내 노후를 위해 애를 낳는다는 건 좀 이기적인 것 같아서요.   

  

| 너 닮은 애 낳아봐라, 엄청 예쁘다.

| 나 : 저 닮은 애요 ? (절레절레...) 굳이 좋은 세상도 아닌데 안 낳아주는 게 제일 좋지 않을까요?      


| 국가 출산율을 위해 결혼하고 애는 낳아야지

| 나 : (당신은 국가를 위해 애 낳았나요...-_-?)

    한 인간의 인생이 달린 일인데 출산율 때문에 낳는 건 너무 무책임해요.   


  

 이런 식이다. 인생 경험도 있으니 내 말이 맞다는 말을 덧붙이며 결혼과 출산을 회유한다.  


 나도 30대 초반까지는 예쁘게 꾸미고 데이트도 하고 연애도 하고 싶어서 사람도 자주 만나고 소개팅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만남의 종착은 결국엔 결혼인 건가 싶어서 너무 뻔하게 느껴졌고 결혼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살다 보니 여러 가지로 결혼하지 않은 지금이 편하긴 하다. 굳이 지금도 나쁘지 않은데 결혼이란 선택을 해서 얻는 효용이 확연히 크고 좋을 거라는 확신이 들지 않으니 그냥 현상을 유지하게 된 것 같다. 능동적으로 결혼을 하려고 움직이는 것보단 그냥 가만히 는 수동적인 선택을 받아들인 것이다. 자연스레 안 하고 안 갖는 쪽으로 말이다.  

    

 또한 시간이 갈수록 나의 모든 에너지와 감정을 회사에서 소모하고 나면 남는 힘이 없었다. 나이가 드니 체력이 달려서 그런지 나 스스로 돌볼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남는 시간엔 누구를 만나기보다는 내 시간을 갖고 싶은 마음이 커져서 혼자가 편했다. 인간은 배신해도 돈은 배신 안 하지 라는 생각으로 내 앞가림하기에 열중했던 것 같다.    

       

 난 결혼도 하나의 사회생활이며 인간관계라고 생각한다. 인간관계는 기브 앤 테이크가 기본이다. 일방적인 관계는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 상대가 아무리 잘해주고 죽고 못 살아도 의견충돌은 불가피하며 서로 맞춰가야 한다. 회사 다니느라 바쁠 때는 그 자체가 너무 지치고 귀찮았다. 혼자 살면 신경 안 써도 될 것을... 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애초에 결혼제도를 만든 것도 인간이고 완전한 제도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이 본성에 반하는 제도 같다. 남자들의 이상형은 ‘처음 보는 여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간은 금방 싫증을 내는 동물이다. 그런 인간이 한 사람과 평생 살아야 한다니... 난 여자지만 자신이 없었다.      


 또한 우리나라 특성상 결혼은 반려자만 생기는 게 아니라 집안의 결합느낌인 게 너무 부담스러웠다. 결혼하나 했을 뿐인데 해야 할 일과 책임이 중해진다. 뭔가 버거운 1+10 행사에 당첨된 기분이다. 나는 책임감이 강하고 남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이라서 내 선택으로 가족이 생긴다면 잘하려고 애쓰고 있을게 뻔했다. 특히 아이에 대한 부담이 컸다. 나 키우기에도 정신없는데 타인을 케어하고 키울 엄두가 나지 않는다. 현재는 나에게 집중하며 그냥 나를 위한 삶을 온전히 살고 싶은 마음이다.           



 난 누가 결혼하고 출산했다고 하면 진심으로 축복해 준다. 일단 결혼과 출산은 축하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누구의 선택에 잘했네 잘못했네 하고 싶지도 않다. 나도 인연이 닿아서 결혼이란 걸 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난 ‘혼자 살게 되면 나중에 실버타운에 가면 되지! 근데 누구 만나게 되면 또 만나는 거지!’ 하고 그냥 마음 편히 산다. 어떤 모양이든 그때그때의 내 삶의 방식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사는 것이 정답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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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3stOOGWw8B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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