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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마드 노을 Jun 02. 2023

30대 비혼백수 내향인의 인간관계

사람에게 지쳤지만 그래도 사람을 만난다


 주말에 대학 선배를 만나러 대전세종에 갔다. 선배 근무지가 대전이라서 대전구경도 하고 오랜만에 얼굴도 볼 겸 겸사겸사 대전 가는 KTX를 탔다.     



 비슷한 나이에, 사회생활 경험도 비슷하고, 10년 넘게 다른 지역에 살면서도 가끔 연락하고 만나고, 현재까지 연락리스트에 살아남은 지인이다 보니 꽤 말이 잘 통하고 편한 사이라고 할 수 있다. 뭐 팩폭을 가하자면 결혼 못하고 남은 얘들끼리 노는 거긴 하다. (-_-ㅋ)



 지인들 만나면 거의 어쩔 수 없이 사회생활 이야기를 많이 한다. 깨어있는 시간의 주된 일상이 바로 회사이기 때문이다. 

 선배는 들으면 다 알만한 회사를 몇 번 이직했고, 현재 회사는 나름 만족하며 다닌다고 했다. 항상 유쾌하고 극 외향인인 사람이라 대인관계가 정말 좋은 편인데도 회사에서 인간관계에 시달려서 이직했던 이야기를 털어놨다. 대인관계 좋은 사람도 회사에서의 사람스트레스는 어쩔 수 없구나 싶어서 인간관계가 항상 어려운 극 내향인인 내게 위로가 되었다.     



 웃고 떠들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했다. 

 사회생활, 회사, 재테크, 연애, 결혼, 집, 자기개발, 여행, 요새 트랜드, 취미 등등 30대의 이야기 주제는 주로 이정도로 추려지는 것 같다. 이제 나이가 30대 중후반으로 밀리다보니 건강도 관심사 카테고리에 추가가 됐다. 난 그래도 내가 아직 젊다고 생각하는데, 20대부터 알던 지인을 만나서 그런지 언제 이렇게 세월이 흘러 나이를 먹었나 하며 늙었다고 반농담식의 한탄을 했다.     



 이야기 주제는 결혼으로 이어졌다. 

 가끔 친구들 만나서 결혼이야기가 나오면 “너 주변에 결혼 많이 했어?”하고 서로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내 친한 친구들은 꽤 많이 결혼을 했다. 친한 친구도 일단 결혼하면 소원해지기 마련이라 결혼한 친구들과는 연락을 자주 못하거나 거의 끊겼다. 책임질 가정이 생겼기에 충분히 이해는 되지만 아쉽기는 하다. 그래서 나의 인간관계는 결혼제도에서 살아남은 싱글들 아니면 20대 중후반의 어린 애기들하고 어울리게 되는 게 현실이다. 안 그래도 좁은 인간관계가 더 좁아지는 이유이기도 하고 내가 혼자 놀게 된 계기이기도하다.     



 인간관계에 지치고 사람에 치여서 인지 퇴사하고서는 한동안 사람을 많이 만나지 않았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사회에 찌들고 나이가 들수록 자의로 만나는 사람은 편한 사람을 찾게 되는 것 같다. 그래야 크게 꾸며서 이야기 하지 않아도 되고, 원래 성격대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어서 편하다.     



 그리고 사람인연도 인생처럼 정말 알 수 없다는 걸 항상 느낀다. 예전에 죽고 못 살던 친구와는 소원해지고 또 이름하고 얼굴만 알던 사람과 가까워지기도 한다. 그래서 언젠가 부터는 인간관계에 집착하지 않게 되었다. 멀어지면 멀어지는 대로 가까워지면 또 가까워지는 대로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때그때 맘에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즐겁고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다. 사람만나는 직장을 오래 다니면서 인류애는 사라졌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시간을 보낼 수 있음이 즐겁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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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u8GcoLfnrc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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