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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마드 노을 May 28. 2023

내 성격이 내성적이라 걱정된다고?

그리 걱정되시면 돈으로 주세요


 퇴사통보를 하고 마지막으로 오너에게 인사를 갔는데 그 분이 말했다.


“내가 볼 때 너는 성격이 상당히 내성적이다. 네가 여기 있으니 이만큼이나 일하는 거지 밖에 나가서 적응 못한다. 네가 활발했으면 걱정 안하는데 정말 걱정되어서 하는 얘기다. 한 번 더 생각해봐라”     



 띠용...? 저건 뭔 소리야 왜 저래 진짜...


“지금 뭐라시는 겁니까? 이 회사 덕분에 성향이 더 극단적으로 내성적이 된 건 아시나요?” 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일단은 잠자코 있었다. 오너의 지시에는 항상 yes로 대답하며 반항하지 말라는 명령이 나의 머리엔 잘 입력이 되어 있었고, 나는 그때까지도 그 명령이 오류 없이 잘 수행되는 로봇일 뿐이었다. 감정의 힘보다 이성이 조종하는 힘이 더 강했다.


 또 거기서 반론해 봤자 이사람 생각을 바꿀 수도 없고 바꿀 필요도 없었다. 그 말대로 ‘내성적’인 나는 누구랑 싸우거나 갈등상황에 있는 걸 극도로 싫어 했다. 말싸움을 잘 못하기도 했고 쓸데없는 곳에 기운 빼고 싶지도 않았다.     



 내성적이라는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나쁜 뜻은 아니었으나, 그 상황에서 그 사람이 나에게 말할 때 ‘내성적이다 = 부정적인 뜻’ 이라는 걸 전제로 했기에 기분이 정말 나빴다. 나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남의 성격 들먹이며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는지 어이가 없었다.


 난 평소 회사에서 윗분들과 말을 많이 섞지 않았다. 가치관이 다른 윗사람들과의 대화가 피곤했기에 가면을 써가며 가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고 대화 자체가 소모적으로 느껴졌다. 나에게 회사는, 일하고 월급타가는 곳이었고 굳이 여러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며 맘에도 없는 말을 하며 외향적이고 활발한 사람 행세를 하고 싶진 않았다.               



 나는 내성적인 내향인이 맞다. 퇴사를 하고 MBTI검사를 했더니 내향성향이 90%가 나왔다. 예전엔 70% 정도가 내향 성향이었는데 정말 사람에 치이고 지쳤나 보다 싶었다. 난 코로나시국에 마스크를 착용하며 일하는 게 반가웠던 사람이다. 표정관리가 잘 안되는데 반이나 가려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몰랐다. 마스크 쓰고 욕하는 쾌감 아실라나 모르겠다. 예전엔 나도 내가 좀 활발하고 외향적이었으면 좋겠다고 바라기도 했다. 지금도 내가 나의 성격을 선택할 수 있다면 외향인이 되고 싶다. 앞에 나서서 관종짓을 해도 당당하고 싶다. 그러나 현실은 앞에 나서는 생각만 해도 어디로 숨고 싶은 내향인이다.      


 허나 내가 만난 내향인들은 외향적인 면도 분명히 갖고 있었다. 나도 그렇다. 내향인들도 외향적인 부분이 분명히 있고, 외향적인 사람들도 내향적인 부분을 갖고 있다. 내향인들도 친한 사람한텐 강아지처럼 까불고 수다쟁이가 되어 입이 안보이게 떠들기도 한다. 혼자 노래 틀어놓고 나 홀로 뮤직비디오를 찍기도 하고, 이 옷 저 옷 입어보며 혼자만의 패션쇼도 하고 나름 재밌게 잘 지낸다. 단지 사람들에게 안보여주고 나만 혼자만 보거나 친한 사람에게만 오픈할 뿐이다.


 외향인이 과일이라면 내향인은 채소다. 달달하고 상큼한 과일도 좋고, 아삭하고 본연의 맛이 그대로 느껴지는 채소도 좋다. 외향인이 꽃이라면 내향인은 나무같다. 화려하고 향기로운 꽃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든든하고 단단한 나무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산소와 그늘을 제공한다.


 모든 것들은 각자의 매력이 있고 그만의 색깔이 있듯이 사람의 성향, 성격이란 것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향인이 좋기만 한 것도, 내향인이 마냥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니다. 모든 면엔 장단점이 있듯이 성격에도 장단점이 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외향적이기만 하면 그 세상은 유토피아일까? 내향형도 있고 외향형도 있기에 사회가 균형을 맞춰 다양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너의 말 때문에 외향인이 되도록 노력해야지 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누군가는 내게 약점이라고 지적한 것이 분명 강점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완벽한 내향인도 완벽한 외향인도 존재하지 않고 모두는 저마다의 개성과 매력이 있다. 그걸 믿고 그냥 살아가면 된다. 나는 내가 무조건 내성적이라고 결론내리고 그 틀에 갇히고 싶지 않다. 나는 그냥 그때그때의 내 기질에 맞게 살아가련다. 나의 성격에 맞는 일이 분명히 있을 것이고 내 성향을 좋아해주는 사람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을 것이다. 나를 믿고, 나만이 갖고 있는 장점이 분명히 있음을 안다면, 그로인해 퍼지는 나의 향기는 매우 매력적일 것이다.    


  

 누군가 너 성격 너무 내성적이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살려고 그러니 라고 진심어린 걱정을 해준다면 조용히 이야기 하면 된다.

  "저... 그렇게 걱정되시면 돈으로 주세요. 돈으로 줄 정도로 걱정되는 거 아니시면 그냥 가시던 길 가세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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