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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마드 노을 May 24. 2023

내가 산 물건의 80프로는 쓰레기가 된다

소비요정에서 절약러가 되었다




 나는 정리정돈과 청소를 잘 못한다. 잘 늘어놓고 잘 못 치운다. 20대 때 내 방은 늘 난장판이었다. 미니멀라이프가 한창 유행할 때 “당신의 집엔 당신이 삽니까, 물건이 삽니까” 라는 영상을 보고 내방을 둘러보니 쓸모없는 물건을 너무 많이 갖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사회초년생 때는 항상 뭘 많이 샀다. 그땐 회사에서 틈틈이 쇼핑하는 게 낙이었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9900원, 15900원씩 부담 없이 지른 카드 값이 나중에 보면 1,2백만 원을 훌쩍 넘었고, 싸구려 옷가지와 자질구레한 물건이 늘어났다. 하루가 멀다 하고 택배가 몇 개씩 왔고, 내가 뭘 샀지? 하고 상자에 붙은 상품설명을 보고나서야 아-하고 생각이 났다. 영혼과 건강을 팔아서 번 돈으로 쓰레기를 사 날랐다. 그 쓰레기 더미에서 허우적거리며 바닥난 통장을 채우기 위해 또 미친 듯이 일을 했다.   


 당시에 나는 스트레스를 소비로 해소하고자 했다. 결핍을 물건과 폭식으로 채우려했고 물건은 살수록 더 목말랐으며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에 늘 굶주렸다.


 결핍을 충족시키는 방법이 소비가 아님을 깨닫고 지금은 물건을 아껴 쓰며 최대한 사지 않으려 한다. 인간이 언제부터 이렇게 많은 물건을 필요로 했나싶다. 우리는 엄청난 물질적 풍요과 과잉 속에서 산다. 그래서 배는 부르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허하고 항상 결핍에 시달린다. 먹고 마시고 즐기지만 채워지지 않는다. 바다에 있는 물은 마실수록 더 목이 마른 것처럼 말이다.


 소유하고 싶은 욕구, 결핍을 물건으로 채우려고 했던 생각, 스트레스를 소비로 해소하고자 했던 마음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쓰지 않는 물건 더미를 보며 깨달았다. 이제는 쇼핑을 하고 싶을 때마다 ‘내가 산 물건의 80프로는 쓰레기가 된다’라고 생각한다며 꼭 필요한 건지 한 번 더 생각한다. 사고 싶은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마음쇼핑을 한다. 그러면 꼭 산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쇼핑욕구가 좀 해소가 됐다.      


 적게 사고 물건을 정리하니 내 공간이 늘어났고 복잡한 머릿속이 정리됐으며 날카로운 기분이 안정됐다. 묵은 변을 시원히 내려 보내고 화장실을 나온 기분이었다. 다이어트를 하면 몸이 가벼워지는 것처럼 묵은 살 같았던 물건을 비우고 나니 정신이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아직도 많은 물건을 소유하고 있지만 적게 사는 습관을 유지하며 차차 비워낼 생각이다. 내 방도, 내 삶도 너무 복잡한 것보단 단순하게 사는 게 답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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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6SIQaIUkG6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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