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놀마드 노을 Aug 02. 2023

19만 원으로 12일 진주여행

짠순이지만 여행은 가고 싶다고요

나는 백수이다.

직장인일 때의 여행은 보통 1박 2일, 길어봤자 3박 4일이 전부였기에 나중에 여행을 가게 되면 

꼭 일주일이상 머물며 여행겸 살아보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드디어 나는 백수가 되었고 경남 진주시에서 숙박비와 체험비를 지원해 주는 여행지원프로그램에 지원하여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 7월 중 2주 동안 진주로 뚜벅이여행을 가게 되었다.


국내여행은 항상 유명 관광지만 찾아다니다가 조금 색다른 곳에 가보고 싶어서 경남 진주를 선택했다.

 진주에 있는 내내 ‘비 오고 개고 덥고’의 무한반복이어서 비가 오지 않는 날에 더 열심히 돌아다녔다.



난 여행을 가면 숙소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된다.

 나이가 들다 보니 일정이 빽빽한 패키지스타일 여행보다는

휴식과 관광이 적당히 어우러진 여유로운 여행을 즐기게 됐다.

여자 혼자 다니면서 많은 시간을 머무르는 곳이 숙소이기 때문에

숙소의 안전과 위생이 가장 중요하다.

지원프로그램에서 1박에 5만 원까지 지원이 되어 5만 원 이하의 게스트하우스 위주로 골라 다녔다.

비수기여서 원하는 곳에 예약을 잡을 수 있었고 조용하고 깔끔해서 정말 잘 지냈다.



진주여행 첫 코스는 역시 진주성이었다.

여름이라 그런가 나무들이 엄청 우거져있었고 폭우 때문에 물이 흙탕물이 되었어도 풍경이 정말 멋졌다. 

촉석루에서 바람맞으며 있으니 너무 시원하고 평화로웠다.



날씨가 좋은 날엔 진주시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남강 자전거 라이딩을 했다.

자전거대여소는 진주성에서 버스로 멀지 않아서 쉽게 갈 수 있다.

자전거 타는 걸 꽤 좋아했는데 직장 다니면서는 항상 차를 타고 다니다 보니 자전거를 탄 적이 거의 없다.

시원한 남강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니 여행 온 게 좀 실감이 나면서 정말 즐거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진양호의 멋진 자연과 노을을 볼 수 있는 진양호 전망대이다.

 정말 기대이상으로 노을이 너무 멋져서 역시 자연이 가장 예쁘고 경이롭다는 걸 느낀 순간이었다.

혼자라서 어딘가에 카메라를 놓고 사진을 찍어야 하지만 그것도 몇 번 다니다 보니 꽤 익숙해졌다.



너무 덥지 않고 적당히 흐린 날에 진주레일바이크도 탔다.

총길이는 왕복 4킬로, 약 30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100% 수동으로 페달을 굴러서 가야 한다는 걸 바이크를 타면서 깨달았다.

조금(사실은 좀 많이) 힘들었지만 레일바이크를 처음 타봐서 신기했다.

사람이 나이를 먹을수록 처음 하는 것, 새로운 게 많이 줄어드는데

뭔가를 처음 경험한다는 사실이 은근 뿌듯했다.

단, 혼자 타는 것보단 2인이상이 같이 타면서 번갈아 가며 페달을 밟으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여행에서 먹는 즐거움이 엄청 크다고 생각한다. 

맛있는 건 먹고 싶은데 식비가 좀 부담되어 블로그체험단을 신청해서 이것저것 많이 먹고 다녔다.

여행을 가면 그곳의 유명맛집은 꼭 가보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라

사람들이 유명하다고 하는 곳은 일부러 찾아가서 내 돈으로 먹기도 했다.

 하루의 가장 큰 고민이 오늘은 뭐 맛있는 걸 먹을까였다.


진주냉면부터 해서 진주비빔밥, 콩국수, 김밥도 먹고

 빵지순례다니는 빵순이인지라 진주꿀빵, 도넛, 찐빵 등 빵도 많이 먹었다.


남들은 혼자 먹으면 밥맛이 없다고 하는데 나도 좀 그랬으면 좋겠다 싶게 너무 맛있었다.






진주남강유등축제 등 진주에서 축제가 전혀 없는 시즌인 7월에 방문해서 

정말 저렴한 가격으로 여행도 즐기고 조용하게 쉬면서 충천하는 시간이었다.

축제도 없고, 여름에 바다도 없곳에 가서 뭐 하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덕분에 색다른 지역에서 색다른 경험도 하고 힐링도 하며 

합리적이고 정말 만족스러운 여름휴가를 보낼 수 있었다.

지원받은 금액 덕분에 12일동안 내가 쓴 돈은 약 19만원 정도였다.


혼자 여행 다니다 보면 크게 화려하지 않아도 

맘 편히 밥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고 안전하게 쉴 수 있는 숙소가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해진다.

화려하고 예쁜 것보다 가뿐하고 실용적인 물건에 손이 가고 옷도 가볍고 잘 마르는 걸 찾게 된다.

인생도 크게 욕심부리지 않고 심플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혼자라서 이야기할 사람 없어서 가끔 좀 심심하고 외로운 건 사실이었다.

헌데 누구랑 같이 있으면 의견조율도 해야 하고 불편한 점도 생긴다.

그냥 혼자여도 좋고 누가 같이 있어도 좋고 어떤 상황이든 그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다는 걸 생각하니

혼자인 지금을 즐기게 되고 더 감사하고 자유로운 느낌이었다.

세상 모든 게 100%는 없고 그냥 주어진 조건에서 감사하는 게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 여행이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 


https://youtu.be/vXuc_UOPM-g


작가의 이전글 나이 먹고 결혼을 못?안?한 건 이유가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