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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마드 노을 Jun 28. 2024

경복궁에서 무료 왕체험하기 : 내가 왕이 될 상인가?


6월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 경복궁 관람을 다녀왔다.

너무 더웠지만 그 덕분에 빠른 시간 안에 알차게 보고 나올 수 있었다.


(좌) 광화문  (우) 근정문


경복궁에서 보이는 인왕산은 정말 아름답다.

인왕산을 걸치고 있는 광화문을 지나 흥례문, 근정문을 지나면 경복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근정전에 갈 수 있다.



광화문 뒤쪽에서 바라보면 광화문과 현대식 건물이 어우러져서 과거와 현재 속에 공존하는 듯한 기묘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광화문은 입장료가 없기 때문에 누구나 무료로 과거체험을 할 수 있으니 정말 신비롭고 너그러운 곳이다.








경복궁 무료해설을 듣기 위해 기다렸는데 뜻밖에 초등학생들 무리와 함께 다니게 되었다.

나는 선생님 내지는 학부모의 나이가 되어버렸지만, 아이들과 같이 다닌 덕분에 학생으로 돌아가서 현장학습을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해설사님께서 '임진왜란이 몇 년에 일어났을까요?', '한글이 창제된 학문연구기관이 어딘지 아는 사람?' 등 역사에 관한 질문을 많이 하셨는데 학생들이 대답을 너무 잘해서 정말 깜짝 놀랐다.

(연도까지 아는 건 진짜 인정이다! 덕분에 나도 외웠다 ㅋ)






<왕의 길>


경복궁의 정전인 근정전은 어떤 건물보다도 웅장하고 위엄이 있다.

근정전으로 가는 돌길은 세 갈래로 나눠져 있다.

가운데길이 양 옆 길보다 넓고 높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왕이 다니던 길이라고 한다.

해설사님께서 '왕이 되고 싶은 사람은 가운데길로 걸어보세요.'라고 하셨다.



나는 아이들이 너도나도 가운데길로 갈 거라고 예상했는데,

설명을 듣던 한 학생이 "왕은 머리 아플 것 같아. 나는 왕 싫어." 하더니 가운데 길에서 내려온다.

아니, 초등학생이 벌써 그 사실을 눈치챘다니! (역시 요즘 아이들은 똑똑하다.)


왕은 못되어도 소신 있게 살 재목은 되는 것 같다.

지식은 물론 현명함까지 겸비한 학생들을 보니 마음이 든든해진다.






<왕의 시선>


세종대왕께서 근정전에서 근정문을 바라보시며 정사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셨다고 한다.

나도 근정전에 서서 왕의 시선을 따라가 봤다.


근정전에서 바라본 근정문


왕은 천하를 내려다본다는 우월감도 있었겠지만 부담감이 상당했을 것 같다.

남들과 같은 곳에 서 있어도 한 단계 위를 바라보며 더 깊은 생각을 했어야 했을 테니 말이다.

사람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동시에 주변을 살피고 경계해야 되니 너무 외롭지 않았을까 싶다.


세종의 시선에서 묵직한 책임감이 느껴지면서 왕좌가 그다지 탐나는 자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나도 왕이 될 상은 아닌 것 같다.









경복궁은 오래되어 보이는 나무들이 많고 궁궐모습이 자연과 잘 어우러져서 볼수록 편안했다.

(가운데) 경회루의 모습/ 경복궁 모든 건물의 기와, 벽, 무늬 하나하나가 다 너무 멋있다


경복궁의 백미로 꼽히는 경회루를 보고 있으니 그 아름다움과 웅장함에 압도된다.

이런 멋진 곳에서 살았던 조선의 왕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슬쩍 들지만, 잘 관리된 궁궐을 편하게 관람하고 있는 지금의 내 팔자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내가 왕이 될 상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즐거운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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