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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마드 노을 Aug 18. 2023

회사가 싫다, 사람이 밉다

사회생활 잠정중단하고 최소한의 인간관계속에서 지내는 이유

출근하고 퇴근하고 매일매일 바쁘고 정신없는 날이 지나갔다. 

어느 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건조하고 메마른 장작깨비 같았다. 

눈동자에 영혼이 없었고 활기를 잃은 지 오래였다.



업무는 쉴 틈 없이 이어졌다.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는 게 소원이었다. 항상 기본 두 가지 이상의 일을 병행했다. 

너무 힘들 땐 잠시 화장실로 도망가서 조각휴식을 취했다.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유일하게 띄어쓰기 한숨을 뱉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마저도 오래 자리를 비우면 또 누가 찾을까 봐 지레 쫓기듯 스스로를 자리로 끌어 앉혔다. 



다들 잘만 하는데.. 잘만 사는데.. 

나만 모자란 기분이었고 나만 불평불만에 가득 찬 것 같았다. 심리적 외톨이였다. 


망할.. 내가 떠나야지 이런 거지 같은 거. 

이를 갈며 또 일을 했다. 



일도 일이지만 인간관계 스트레스는 상상이상이었다. 

회사에서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집까지 꽁꽁 싸갖고 와서 혼자 아파했다. 지밖에 모르고 자기 잇속 차리는 거에 도가 튼 약삭빠른 인간들이 회사엔 참 많았다. 같이 있는 자체도 싫었는데 일적으로 엮이기라도 하면 정말 고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나쁜 인간들은 또 잘 먹고 잘 살았다. 신이 있긴 있나. 열받아서 눈물이 났다. 누군가에게 상처받고 혼자 우는 게 너무 싫었다. 지는 것 같아서 자존심이 상했다. 그 인간은 내 생각도 안 할 텐데 나만 괴롭고 힘든 것 같아서 억울했다. 그런데도 너무 속상하고 힘들어서 혼자 몰래 울었다. 그렇게 울고 나면 그래도 좀 시원했다. 그렇게 상처는 아물었다 벌어졌다를 반복했다. 낫질 않았다. 그나마도 나은 상처엔 흉터가 깊게 남았다. 


신경 끄려 할수록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은 더 선명하게 내 안에 가득 찼다. 이럴수록 나만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을 다스리는 게 쉽지 않았다. 머리로는 이러지 말자 스스로 타이를수록 내 마음의 청개구리는 제멋대로 울어댔다. 


모든 인간이 다 나와 맞을 순 없다. 나 스스로도 마음에 안 드는 게 많은데 너무 당연한 일이다. 

회사에서는 더더욱 그렇다는 걸 잘 알면서도 이런 당연한 부분까지도 이해하고 넘기기 어려울 만큼 나는 너무 지쳐있었다. 



물론 날 좋아해 주고 다독여주며 도와주시는 분들도 많았다. 내 상황이 최악은 아니고 긍정적인 부분도 많은데  좋지 않은 것들에만 몰두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쉴 새 없이 쌓이는 일과 인간스트레스로 인해 이런 부정적인 생각이 깊어졌다. 


계속 이런 식으로 살아야만 한다면.. 이런 삶의 반복이라면...? 

생각만 해도 현기증이 났다. 아찔하고 견디기가 힘들었다. 쉬는 날에도 사람을 만나는 게 싫었다. 대인기피증 같기도 했고 그냥 인간한테 질려서 그런 것 같기도 했다. 



나는 결국 퇴사를 했고 현재는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미니멀한 인간관계 속에서 지내고 있다. 

가끔 외롭고 답답할 때도 있지만 사람들 속에서 힘들었던 때를 생각하면 후련한 마음이 든다. 많은 사람을 만나지 않고 돈 벌 수 있는 일이 분명 있을 것이고, 넓은 인간관계가 꼭 정답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단지 돈을 위해 바쁘게 일하고 사람을 많이 상대하는 것이 나에겐 너무 벅차다는 걸 알았다는 자체로도 큰 성과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조금씩 내게 맞는 삶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메마른 장작깨비는 그 어떤 것보다 활활 탈 준비가 되어있는 존재니까 나도 내 성향대로 삶을 만들어가다 보면 타오르듯 밝고 따뜻한 빛을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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