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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마드 노을 Sep 22. 2023

네가 잘된 게 빡친다


얼마 전에 예전회사의 동기오빠한테 전화가 왔다. 잘 지내냐, 뭐 하냐 하며 내 근황을 물어왔다.


'잘 지내죠. 일안 해요. 백수입니다~' 했더니 '아씨 개 부럽다야! 나도 졸라 그만두고 싶다!'라는 대답이 돌아와서 웃음이 났다. 나도 저러고 다녔는데 싶었다.


한참 회사 욕을 실컷 하더니 본인이 산 아파트가 몇억 올랐는데 대출을 많이 받아서 이자내기가 너무 버겁다는 이야기를 했다. 외벌이에 애기가 둘인데 대출금이자까지 올라버리니 월급이 하나도 안 남는다며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아니 백수인 내가 아파트 몇억 오른 이 사람을 위로해 주는 게 맞는 건가 싶었지만, 아파트가 몇억 올랐어도 당장 회사생활이 힘든 건 맞으니까 힘내라고 위로를 해줬다.



예전에는 남이 잘된 이야기에 부럽기도 하고 질투가 나기도 하고 그를 따라갈 수 없는 내 현실에 나 스스로가 무너지기도 했던 것 같다. 한 겨울에 여름 이불을 덮은 것처럼 한없이 움츠러들었다. 그 감정은 창틈으로 스미는 외풍처럼 내 안으로 찔러들어왔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아무리 난방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엔 천정의 곰팡이처럼 마음에 뿌리내려서 조바심으로 얼굴을 바꾸고 나를 숨 막히게 했다.



만약 내가 남이 잘된 거에 샘난다면 그건 내 삶에 대한 집중력과 자존감이 물러졌기 때문이며, 욕심이 불러온 불만족 때문이다. 


한 겨울에 자존감이라는 따듯한 이불을 덮지 않은 것도, 부정적인 생각이 들어오는 틈을 막지 않아서 내 머릿속을 온통 자격지심의 한기로 가득 채운 것도 다름 아닌 나였다. 외부의 일은 내가 어쩔 수 없는 것인데 나는 그저 추운 겨울바람을 탓하며 월동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걸 이제 깨달았다.


그리고 모든 걸 다 가질 수 없으며, 남이 누릴 수 없는걸 내가 누리는 경우도 많다는 것 또한 알게 됐다. 나는 남들이 몇억짜리 아파트가 있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며, 그 아파트를 유지하기 위해 대출금이자를 벌고 있는 노고는 간과했다. 매일 죽어라 출근하는 동기오빠는 백수인 나를 진심으로 부러워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몇 억 오른 아파트는 물론 부럽지만, 그 아파트를 사기 위해 다시 회사를 다니고 싶진 않았기에 점점 '너는 너, 나는 나' 마인드가 가능해지는 것 같다.


매서운 한겨울의 추위에서 나를 지키는 방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는 지금,

네가 잘된 게 빡쳤던 과거의 나내게 빡시게 집중하며 내 인생을 사는 나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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