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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lnoc Feb 23. 2018

사는 법에 대한 이야기,
<리틀 포레스트>

Little Forest

브런치 무비패스 #1 리틀 포레스트(Little Forest)

감독 임순례

출연 김태리, 류준열, 진기주, 문소리


꽃 파스타를 보며 미소짓는 혜원 (영화 '리틀 포레스트' 스틸컷, 출처:네이버 영화)


벌고 쓰는 법 말고 사는 법에 대한 이야기

사는 방법은 한 없이 편리하게 변해간다. 스마트폰으로 집안의 모든 기기를 제어하고 마음만 먹으면 모든 음식을 집안으로 배달시킬 수도 있다. 그런 편리함이 조금은 과하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그렇게 편해져서 절약한 시간동안 우리는 대체 얼만큼의 생산적인 일을 더 할 수 있는 것일까. 


영화는 농사를 짓고, 그 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집을 손질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영화에서는 당연한 일상이지만 도시의 삶에서는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일들이다. 도시의 사람들은 우리가 먹는 식재료가 어디에서 오는지 언제 씨를 뿌려야 식물이 잘 자라나는지 알지 못한다. 그저 과일을 '살' 뿐이고, 비닐봉지에 싸인 재료를 꺼내 '요리'할 뿐이다. 집에 문제가 생기면 비용을 지불하고 사람을 불러 수리를 맡긴다. 농사와 집수리 같은 손이 많이 가는 일들에 대해 도시 사람들은 좀처럼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것 말고도 바쁜 일들은 이미 너무 많고, 즐길거리도 넘쳐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흙으로 지붕을 고치기 위해 쪼그려 앉은 혜원의 모습을 보며 "아..나는 살아가는 방법을 정말 모르는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재배하고, 요리하고, 집을 다듬는 기본적인 의-식-주에 관하여 내가 주체적으로 할 줄 아는 일이 정말 없구나. 문제가 생기면 그저 돈을 지불하고 해결하는 꼼수만 늘어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살아가는 것 만큼 생산적인 일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방법들에 조금씩 관심을 가지고 배워가야겠다.  혜원이가, 재하가 그런 것 처럼.


밭 한 복판에 선 혜원 (영화 '리틀 포레스트' 스틸컷, 출처:네이버 영화)


혜원은 왜 그토록 열심히 농사를 지었던 걸까

영화 초반 혜원이 서울에서 먹던 플라스틱에 담긴 차가운 편의점 도시락과 고모의 밥상 그리고 직접 만든 뜨끈한 수제비 한 그릇이 대비된다. 


혜원은 서울에서 노력에 비해 얻는 것이 없다. 준비하던 시험에서는 낙방하고, 냉장고에는 말라 비틀어진 식재료들만 놓여 있고, 아르바이트도 좀 처럼 쉽지 않다. 최소한의 식생활조차, 커피한 잔의 여유조차 느낄 수 없는 팍팍한 일상. 반면 고향에서의 일상은 무척 정직하면서도 풍요롭다. 일하는 만큼, 뿌리는 만큼 거둔다. 대자연이 내리는 시련도 노동으로 이겨내고, 그러면 그 만큼 자신의 몫이 돌아온다. 


혜원은 마치 서울에서 찾지 못했던 그런 풍요로움, 손에 잡히는 성취감을 움켜쥐려는 듯 자신도 모르게 끊임 없이 생명을 키워내고 맛과 향과 손맛이 풍부한 음식을 요리한다. 그런 모든 행위들은 자신의 무너진 자존감을 되찾고 쓸모있는 인간임을 증명하기 위한 처절한 움직임이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 혜원을 한없이 사랑스러우면서도 안쓰러운 감정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막걸리한잔에 웃는 혜원, 재하, 은숙 (영화 '리틀 포레스트' 스틸컷, 출처:네이버 영화)


결국엔 사람

너무나 단호하게도 '도시 예찬론자'인 나 이다. 도시를 사랑하는 이유는 물질적 풍요로움 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리틀 포레스트의 혜원과 그의 친구인 재하와 은숙을 보면서 도시를 사랑하는 이유가 내 사람들이 이 곳 도시에 풍요롭게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나의 자존감을 존중하는 사람들, 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이 곳에 적당한 거리를 이루며 살고 있다는 것이 내가 사는 이 도시를 사랑하게 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든든한 뿌리같은 속 깊은 재하와 늘 다가와 말을 걸고 변덕을 부리기도 하는 바람같은 은숙이 있어서, 그리고 엄마의 손길과 기억이 자리하고 있어 혜원의 리틀 포레스트는 더욱 풍요롭고 늘 머물고 싶은 곳이 되었을 것이다. 머물고 싶느냐 아니냐를 결정하게 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그저 예쁜 배우 김태리 (영화 '리틀 포레스트' 스틸컷, 출처:네이버 영화)


싱그럽게 예쁜 김태리 배우

몸빼를 걸쳐도, 막 머리를 감고 나와도, 추리닝을 입혀놔도 이쁜, 매력적인, 눈을 뗄 수 없는, 욕마저도 찰지게 하는, 이름마저 태리인 김태리. 1시간 40분 동안 김태리를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황홀한 김태리의 리틀 포레스트. 태리의 "야 꺼져봐"는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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