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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lnoc Mar 20. 2018

사랑이라는 판타지,
<지금 만나러 갑니다>

Be with you

브런치 무비패스#2 지금 만나러 갑니다 (Be with you, 2018)

감독 이장훈

출연 손예진, 소지섭, 고창석, 김지환

손예진과 소지섭이 부부라는 것에서부터 판타지인지 모른다

예전에 내가 알고 있던 사랑

영화를 보는 내내 어쩐지 진부한 느낌이 계속 들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영화 속 두 주인공이 사랑하는 모습이 내가 '예전에' 알고 있던 사랑의 모습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예전, 그러니까 연애를 한 번도 해본적이 없던 10대 때는 남녀의 사랑이란 영화 속 손예진과 소지섭이 모습이라고 생각했었다. 단 한 순간도 서로를 잊지 않고, 모든 행동은 사랑스럽기만 하며, 간지러운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주고 받을 수 있는 그런 관계. 사랑을 넘어 결혼도 그런 모습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내가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모습은 이전과 많이 다르다. 영화 속 부부의 모습은 매우 단단해 보이는 한편 불안하다. 그런 순애보적인 사랑을 잘 믿지 않거니와 변해갈 때의 실망과 상처를 겪어보았기에 그런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 영화는 나에게 판타지였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고 사랑 하나만을 선택한 순수한 사랑이야기라는 것이 그저 현실과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혼, 불륜 등 결혼이 자극적인 소재가 주를 이루는 요즘 드라마와 영화들 틈에서 이 영화는 '착한 정통 멜로'를 표방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이 영화는 멜로라기보다 판타지이다. 그것도 현실과 아주 먼 판타지 멜로이다. 이런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판타지라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내가 세상에 많이 찌들었구나 싶어 어쩐지 서글프다.


소지섭과 손예진이 한 영화에

배우를 보기 위해 영화를 본다는 것

많은 사람들이 배우의 연기를 믿고 영화를 선택한다. 사실 나는 좋아하는 배우의 다양한 모습과 연기를 지켜보는 즐거움을 안지 얼마 되지 않았다. 소지섭과 손예진 모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훌륭한 배우지만 그들의 연기와 그들의 삶에 대해서 크게 관심가진 적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영화를 보면서 이 배우들에게 이 영화가 가지는 의미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소지섭은 당황스러울 정도의 코믹하고 약간은 모자라 보일 정도의 순정적인 연기를 펼친다. 그 연기가 생각보다 잘 어울려서 놀랐다는게 반전. 손예진은 정말 예뻤다. 그 모습이 너무 비현실적이라 영화가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질 지경이었으니까.


두 배우는 이 영화를 왜 선택하게 되었을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장르가 '정통 멜로' 였기 때문 아닐까. 예전에는 영화 소재로 흔했던 이런 이야기들이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옛날 이야기로 향수 느껴지기도 하고, 오랜 연기경력을 가진 두 배우가 다양한 역할을 돌고 돌아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시나리오를 선택한게 아닐까 하고 상상해 본다.


그래도 조금은 아쉽다

사실 영화는 뻔하고, 진부하다. 최근 개봉한 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촌스럽달까. 좀 더 이야기가 담담했다면, 영화의 배경이나 의상, 인물설정이 좀 더 현실적이고, 건조했다면 이야기의 판타지스러움이 부각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래도 봐야하는 이유가 있다면 정말 멋지고 예쁜 두 배우를 볼 수 있다는 것 (예쁘고 잘생긴 사람을 보는 것은 늘 즐겁다!), 잊고 있던 순수한 감성들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뻔한 멜로지만 요즘 잘 볼 수 없어서 신선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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