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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lnoc May 17. 2018

자, 친구와 여행을 떠나자!
<트립 투 스페인>

The Trip to Spain

트립 투 스페인 (The Trip to Spain, 2017)

브런치 무비패스 #3

감독 마이클 윈터바텀

출연 스티브 쿠건, 롭 브라이든

영화 '트립 투 스페인'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를 보기 전에

‘트립 투 스페인’ 제목만으로도 설레는 영화였다. 스페인으로의 여행 이라는 제목을 가진 영화라니. 그 내용이 어떤 인물과 사건의 영화이건 설레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전 시리즈였던 ‘트립 투 잉글랜드’나 ‘트립 투 이탈리아’를 보고 이 영화를 봤더라면 영화가 더 재미있고, 이해가 쉬울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충분히 웃었고, 공감했고, 영화 속 그들을 한껏 부러워 할 수 있었다.


요약

두 친구인 스티브 쿠건과 롭 브라이든이 일상에서 떠나 스페인 도시 곳곳을 여행하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실없는 농담속에 인생을 이야기하는 영화


감상

왜 여행을 떠나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한다. 나도 그렇다. 나도 여행을 좋아한다. 새해가 되면 가장 먼저 하는 일 중 하나는 달력을 보고 일년의 여행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사실 여행을 다녀온다고 해서 인생의 엄청난 큰 교훈을 얻는다거나, 많은 것을 배운다거나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여행을 통해 아주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휴양지에 다녀온다 하더라도 수 시간의 비행과 시차를 견뎌야 할 때도 있다. 이렇게 감수해야 하는 것이 많고, 일상에 비해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여행을 왜 떠나는 것일까.


여행을 왜 떠나는지 묻는다면 다양한 답변이 있겠지만 공통적으로 수렴되는 이유는 ‘낯섦’을 경험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경험이라는 것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보고, 먹고, 새로운 곳에서 잠을 자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를 즐기는 것이 아닐까.


여행에서 겪는 ‘낯섦’이 다른 것은 새로운 지역에서 ‘이방인’으로서 그 새로움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일상에서 겪는 새로움이란 때론 적응해야 할 부담이기도 하고, 일상의 평온함을 흔드는 피하고 싶은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행에서 겪는 대부분의 새로움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게 되고 어쩌면 책임감을 내려놓고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대상이기 때문에 더욱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행을 한 번 떠나면 자꾸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생각이 드는게 아닐까.


친구와 함께 겪는 낯선 감정

그 낯선 감정도 마음 맞고 말이 통하는 친구와 함께라면 그 즐거움이 몇 배가 된다. 트립 투 스페인에서 두 주인공의 여행이 더 즐거워 보이는 이유도 그래서일 것이다. 그들의 대화에서 풍경에 대한 감탄, 여행지에 대한 감상,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일부만을 보여준다. 대부분이 여행지이기 때문에 하는 이야기가 아닌 가벼운 농담이고, 일상의 이야기고, 늘 가지고 있던 자신의 생각이다.


스티브 쿠건과 롭 브라이든은 영화 속에서 끝없이 수다를 떨고 실없는 농담을 주고 받는다. 때로는 그들의 개그를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었다. 하지만 정말 친한 친구 둘이 떠난 여행을 바라보는 것 같아서, 마음 속의 무거운 짐들을 잠시 모르는 척 미뤄두고 여행하는 모습이 공감가서 부러운 한편 흐뭇한 마음으로 그들의 여행을 따라갔던 것 같다.


나의 많은 이야기를 알고 있는 친구와 떠났던 여행이 생각난다. 여행지로 떠나는 비행기에서 현실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고, 떠난 여행지에서는 가족, 연예인, 친구, 썸남, 애인, 음식, 영화, 다른 여행지 같은 일상에서도 흔히 할 법한 수다로 5박6일을 채웠던 기억이다. 그 여행에 대한 기억과 특별함을 채우는 것은 함께한 사람이다. 그리고 대화가 끊이지 않는 상대와 함께라면 더할 나위없이 훌륭하다. 그 여행지가 어디건.


여행 뒤의 쓸쓸함

그렇게 여행의 ‘멋짐’으로 마무리 될 것 같은 영화는 이상하게도 스티브 쿠건의 외로움과 고난을 그리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자신이 마신 물도, 차의 기름도 떨어지고, 전화통화도 되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이 이전까지의 영화 전개와 달라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친구와 함께했던 여행이 유독 화려하고, 즐거운 추억으로 떠오른다. 결국 이토록 고통스럽고, 외롭고, 절망스러운 것이 인생이지만 친구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이기에 달콤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려는 것 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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