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요약
총 82편의 편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소설은 당시 괴테와 같은 젊은세대가 공통적으로 겪었던 운명의 이야기이자 영혼의 초상이며, 그들이 앓고 있던 마음의 병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공감의 서사'이다. p202
25세 베르테르가 한 마을로 이주와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한다. 어느 파티에 가는 길에 만나게 된 로테에게 베르테르는 첫 눈에 반한다. 그 둘은 대화를 통해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베르테르는 로테와 아주 잘 맞는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로테는 이미 알베르트라는 약혼자가 있는 상태. 베르테르는 그럼에도 로테와 잘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는다. 하지만 로테는 그를 계속 밀어내고 베르테르는 좌절을 겪게 된다. 더불어 자신의 처지와 비슷하다고 생긴 청년이 저지른 살인을 도우려 했지만 많은 사람들의 비난에 직면하게 된다. 로테도 마음 한 켠에 베르테를 두고 싶어하지만 그 마음이 알베르트와의 관계를 끊어낼 만큼 크지 않다. 베르테르는 로테를 여러번 찾지만 로테는 계속 베르테르를 피하려 한다. 베르테르는 좌절감을 느끼고 자신의 사랑을 완성시킬 수 있는 것은 오직 죽음 뿐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알베르트에게 총을 빌려 자신의 방에서 자살을 하는 것으로 생을 마감한다.
감상
결국 베르테르는 자살을 택함으로써, 신분 질서와 이성 중심주의, 윤리적 심급 등 '문화의 카르텔'이 준엄하게 실현되는 '감옥' 같은 세상을 등진다. 자연의 품처럼 따뜻한 열정을 키워내려 했던 베르테르에게 현실의 온도는 너무도 차가웠기 때문이다. p204
어떤 내용의 리뷰를 써야할지 잘 모르겠다. 엄청 유명하고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준 소설이라지만 정말 단순하게 보면 임자가 있는 여자를 사랑한 한 감성적인 남자의 연애 감정과 수 많은 희망과 절망을 겪고 그 사랑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 자살한 단순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다소 무식해보이고 무례한 리뷰가 될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여러가지 생각을 두서없이 적어보려 한다.
고전을 읽는 이유
나 그대 이제 이별 고하려는 데.. 내 입술이 얼음처럼 붙어버리면.
나 그대를 차마 떠나려는데. 내 발길이 붙어서 뗄수가 없으면..
- 발길을 뗄 수 없으면, 베르테르 OST-
한때 '고전 읽기' 가 유행이었다. 뭐 .. 그 필요성에 대해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세상에 재미난 읽을 거리는 넘쳐나고 시간은 제한되어 있다. 그리고 고전은 다소 뻔할거라는 편견이 있고 잘 읽히지 않아서 집어들기가 쉽지 않았다. (사실 책 읽기를 참으로 싫어했던 나이다) 그리고 이전에 읽었던 '그리스인 조르바'도 그닥 재미있지 않았고, 그때의 사상이나 사회분위기가 좀 불편하기도 해서 고전읽기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더욱 공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일단 뮤지컬OST때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먼저 소설에 대해 찾아보게 되었고, 급기야 책을 한 번 훑어나 보려 서점에 발걸음을 하게 되었다. 책이 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상당히 얇은 책이었다. 그리고 슬쩍 본 내용이 편지 혹은 일기 형식이라 읽기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얼마간의 고민의 시간을 거쳐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참 재미있게 읽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베르테르의 아주 상세한 상황과 감정의 묘사였다. 어쩜 저렇게 구구절절 자기의 생각을 글로 적어놨나 싶었다. 그리고 계속 들었던 생각은 240여년 전인데도 사람이 생각하는 방식은 똑같구나였다. 사람의 눈빛 한 번, 건네오는 말에 한 번 착각하고 설레는 사람 마음, 이상한 소문들을 내는 사람들과 그 소문에 받는 마음의 상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밀어낼 수 밖에 없는 마음 그런 것들 말이다. 서로 다른 상황에서도 비슷하게 생각하는 것, 그리고 그런 마음과 결정들이 가져오는 결과를 바라보고 느끼도록 하는 것이 고전을 가치있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베르테르라는 인물을 제 3자 입작에서 바라보며 누구나 한 번쯤 사랑으로 인해 느꼈을 마음의 동요를 조금은 객관적으로 바라보도록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르테르, 어차피 다 지나갈 일이야.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야. 모두가 그래.' 라고 독자들이 베르테르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런 과거와 개인을 소통하게 한다는 점이 고전을 의미있게 하는 것 같다.
예민한 감성왕 베르테르
단 한번의 눈길에 사로잡힌 내맘. 내 사랑 로테 그대 나의 사랑.
나 그대에게 이 마음 전하리라. 두려워 말어 결정된건 없어.
- 두려워 말어, 베르테르 OST -
베르테르 .. 너무 예민하고 감성적이다. 읽으면서 안쓰러울 정도. 로테에게 향하는 감정을 표현할 때 뿐만 아니라 신분의 한계로 부당한 대접을받았을 때의 반응도 참 예민하다. 베르테르는 끊임없이 노력한다. 알베르트라는 약혼자가 있고, 그녀의 마음에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그녀를 불쑥 찾아가고 바라본다. 사실 조금 입장을 바꿔서 내가 로테라고 생각하면 좀 무서웠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마을 사람들이 보는 눈이 있고, 알베르트는 베르테르가 자신에게 그런 마음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사려깊게 그를 받아주기 위해 노력한다. 결혼은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제도였으므로 베르테르의 존재로 인해 그 거대한 벽이 흔들릴까봐 로테는 두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알베르트를 사랑한다.
로테는 베르테르를 단호하게 끊어내지 않는다. 베르테르가 친구로 남아주기를 바란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장면 아닌가?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는 네가 친구로 좋아. 친구로 있어 줄 수 있어' 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다시 생각해보니 로테가 너무 이기적인 것 같기도하고 .. 완벽한 사랑 알베르트와 완벽한 소울메이트 친구 베르테르까지 가지고 싶어했으니깐. 참 연애감정이란 남녀문제란 영원히 풀지 못할 어려운 숙제인가보다 (라는 상투적인 표현을 써본다).
로테라는 거대한 자석산
쇠붙이들은 우리 가슴의 심장처럼 쉽게 뜨거워지는 것들이어서
잊고 있었던 자신의 정열이라도 되살아나 불처럼 타오르는 줄 알고 요란한 아우성을 질렀습니다
-자석산의 전설, 베르테르 OST-
베르테르의 OST에서 특히나 저 대사를 좋아한다. "쇠붙이들은 우리 가슴의 심장처럼 쉽게 뜨거워지는 것들이어서.." 비유가 참 무서우면서도 동화적이라는 생각. 너무 뜨거워져 버린 베르테르의 몸과 마음을 이루고 있던 쇠붙이들은 로테라는 거대한 자석산으로 이끌려버린다. 그리고 정신과 육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너무나 황폐해져 버렸다. 로테의 잘못이 아니다. 베르테르의 잘못 역시 아니다. 로테가 크게 거부한다 했어도 멈출 수 있는 베르테르의 마음이 아니었을테니까.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자석산'들을 만나는 것 같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하나의 자석산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더 강력한 자석산이 더 약한 자석산의 쇠붙이들을 끌어가기도 하고 때로는 '앗 아가기도' 하면서 서로 사랑과 상처를 주고 받는지도 모른다. 한편으론 요즘 세상에 베르테르가 만난 거대한 자석산이 존재할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순정' 을 바쳐서 조건 없이 한 눈에 반하는 사랑이 가능할까 라는 그런 의문.
사랑이라는 모든게 우습게 느껴지는 요즘의 '나'이다. 그런 나에게도 '자석산' 같은 사람이 있을까. 있었으면 좋겠기도 하고, 없었으면 좋겠기도 하다.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래도 사랑은 있다, 나는 남들과 조금 다른 사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어리석은 기대 때문이고, 없었으면 좋겠는 이유는 나의 자석산이 나를 앗아갈 뿐인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자신이 없다. 사람을 제대로 알아볼 자신이. 책 리뷰가 사랑에 대한 회의로 끝나버렸네.
베르테르의 감정상태는 예기치 못한 사이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고, 행복과 절망이 지배하는 사랑의 감정에 혼돈스러워하는 그리고 그 와중의 끊임없이 이성의 끈을 잡으려고 노력하는 그의 행동과 생각들을 바라보며, 때론 나의 모습을 비추어보게 되고, 때로는 마음 속으로 응원하고 위로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 마음을 잡아끄는 그의 나약함이 자신의 모습 같아서 이렇게 오랜 세월 사랑받는 캐릭터가 되었는가보다.
물론 쉽지는 않겠죠, 하지만 어렵지도 않아요.
사랑하는 순간만큼은 행복하니까요.
-사랑을 전해요, 베르테르OST-
한 줄 리뷰 & 주관적 별점
★★★★☆
영원히 풀지 못할 인류의 숙제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