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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lnoc Jun 10. 2018

경영 / 지적자본론

아무리봐도 제목을 참 잘 지었다 이 책은

지적자본론-마스다 무네아키

지적자본론 - 마스다 무네아키

책을 읽기 전에
지적자본론.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어떤 내용인지 추측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옆의 부제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라는 글을 보고는 더 내용을 알기 어려웠다. 나는 디자인을 전공했다. 하지만 스스로를 "디자이너"라고 부르지 않고 "회사원"이라고 부른다. 

내가 나 스스로를 디자이너라 부르지 않는 이유는 첫 째, 그냥 조금 오그라든다. 회사원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 이상의 특별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은데 이상하게 '디자이너'라는 말은 묘하게 특별한 일을 해야할 것 같은 느낌이다. 둘 째,  디자이너라면 창의적이고 시각적으로 '좋은' 무언가를 내놓아야 할 것 같은데 내가 하는 일은 문서로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내 손을 거쳐 만들어진 무언가가 시장에 나오더라도 크게 자부심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게 회사라는 업무 과정 때문인지, 내 역량의 한계인지, 내 자신감 부족 탓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내 것 같지가 않다. 그저 일을 일로 대할 뿐이다. 그래서 유사 디자인 업무를 해오고 있음에도 스스로를 디자이너라 부르지 않는다.

디자이너인 나도 스스로를 디자이너라 부르지 않는데,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 하는 이 책. 그래서 약간은 의구심을 품은 책을 읽기 시작했었다. 그리고 책을 읽고난 지금은 그가 디자이너라는 직업이름이 내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더할 수 있다면 스스로를 좀 더 자신있게 디자이너라고 부를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책은 쉽고 재미 있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디자이너란 '기획자'에 가까운 듯 했고, 어느 기업에 소속되어 일을 하건, 개인 사업을 꿈꾸건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으면 좋을 책이었다.

요약
츠타야 서점 창업자 마스다 무네아키가 이야기하는 기획자(디자이너)로서의 마음가짐과 경영철학

감상

지적자본이 얼마나 축적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 그 회사의 사활을 결정한다.

UX관련 학과에서 4년 정도 공부했고, 4년 째 일을 하고 있다. 그 기간동안 늘 우선시 했던 것은 '사용자' 혹은 '고객'이었다. 너무 오랜 기간동안 듣고 이야기 하다보니 식상하고 때론 지루하기도한 단어였다. 그래서 관련된 업무를 UX디자이너로서의 마음가짐이 아니라 점점 일로 대하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사람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앞으로 무엇을 원하게 될 지 찾아내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위해 디자이너들은 정말 많은 사용자 조사를 한다. 인터뷰를 하기도 하고 무작정 관찰하기도 한다. 실제로 사용한 데이터 로그를 파악하기도 하고 테스트용 제품을 수없이 만들어보며 어떤 것을 더 좋아할지 테스트한다. 그것이 내가 하는 일이다. 수 없이 많은 엑셀문서와 포스트잇 속에서 어떻게든 'insight'라는 것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럴때면 어느 순간 현타가 찾아온다.

"이런 방법들이 정말 사용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찾는 데 도움이 되는 걸까"
"어쩌면 방법론은 기업에 대한 소유권이나 결정권이 없는 일반 직원들이 상사를 설득하기 위해 만든, 혹은 여러 사람이 효율적이고 이성적인 방법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도구로서의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들로 머리가 어지럽다가도 다시 마음을 잡는다.

"그래 .. 책상에 앉아서만은 아무것도 찾을 수 없겠지"
"사용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은 가치가 있어 .. (내가 질문지를 잘 만들긴 한걸까 .. 이 사용자는 얼마나 솔직하게 나에게 말해주고 있는 걸까 라는 의심과 함께)"


그렇게 듣게된 사용자의 목소리를 실제 제품에 적용하는 '양산'의 과정은 훨씬 험난하다. 내 위로 여러 단계 형성되어있는 상사들은 그들의 경험을 반영하여 좋다, 싫다는 의견에 더해 온갖 새로운 안들을 쏟아낸다. 이것이 내 생각과 반할 경우 아주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평범한 직원입장에서 처음 정리한 생각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쉽지 않다. 그냥 상사가 하라는 대로 진행해버리면 마음 편하겠지만 담당자 입장에서 우려되는 여러 후폭풍과 그리고 이상하게도 꺾을 수 없는 고집 때문에 머릿속이 쉽게 복잡해진다. 어지럽게 엉켜있는 여러 안들 사이의 장점을 취하고 적용하기 힘든 안들은 요리조리 피해가고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들을 아주 그럴듯 하게 거절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여러 유관부서와의 전쟁같은 협의의 과정을 거쳐 겨우 어느 한 부분이 고쳐진 모습을 보면 뿌듯한 마음보다는 너덜너덜 지친 내 마음만 다시 바라보게 된다. 이런 과정을 일개 직원들이 항상 유지하기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쉽게 일하는 사람으로 점점 변해가게 된다.

한 기업에 대한 소유권이나 결정권이 없는 사람들이 '고객 가치'를 지속적으로 추구해갈 수 있는 동기를 가지기란 쉽지 않다.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늘 가지게 되는 딜레마가 아닐까 싶다. 금전적인 보상도 가치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직원들의 그런 '순수한 동기'를 유지하도록 하는건 직원 개인에게 '자율성'과 '결정권'을 부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나에게 중요한 결정권이 주어진다고 생각하면 무지하게 부담스럽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열심히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츠타야의 직원들이 받는 챌린지도 상당할 것 같다. 직원 개개인에게 '제안능력'과 '실행능력'을요구하는 생각과 추진력이 확고한 CEO라니 채용하려는 직원의 스타일도 평범한 회사와는 좀 다를 듯 하다. 

책을 읽으면서 쭉 들었던 생각은 요즘들어 일을 일로만 생각했었는데 좀 더 자긍심을 가져봐야겠다는 것이다. 그런 생각이 나를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하고 좋은 결과물을 내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당연하지만 잊고 있었던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보면 자꾸만 작아지고 있던 자신감도 점점 다시 살아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

역시 사람은 돈 만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보다. 스스로에 대한 동기부여와 성취감이 몸과 마음을 즐겁게 움직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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