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우리 할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쓸 수 있었더라면 이라는 뒤늦은 생각
모모요는 아직 아흔살 - 무레 요코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을 읽기 얼마 전 사랑하는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할머니의 장례를 함께하며 할머니의 지인과 내가 잘 모르던 가족분들을 만났다. 우리 할머니도 친구가 있었고, 어렸을 적부터 함께 커온 형제 자매가 있었다. 나에게는 할머니였지만 우리 할머니도 나와 같은 나이를 겪으셨고, 어린시절과 청춘과 신혼과 중년을 겪으셨을 텐데 돌아가신 다음에야 나는 할머니의 지난 세월을 궁금해하고 있었다. 왠지 귀여움이 느껴지는 책이었지만 책을 집어든 내 마음은 다소 무거웠다. 내가 하지 못한 일을 한 작가가 부러웠고, 아흔살에도 씩씩한 모모요가 부러워서였다.
요약
작가 무레요코의 아흔살 할머니의 에피소드와 그녀의 인생에 관한 에세이
감상
왜 이리도 나이에 예민한걸까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자기 자신을 나이 안에 가두고, 타인을 나이안에 가둬버린다. 특히 자신이 나이로 상대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때 그렇다. 어리면 어리다고 쉽게 여겨지고, 나이가 많으면 상대적으로 뒤쳐진 사람 취급을 당하기 일쑤다. 타인의 시선보다 더 치명적인 것이 자신을 나이안에 가두어 버리는 것이다. 나조차도 무언가 배워볼까, 도전해 볼까 했을 때 나의 나이를 떠올리고, 어떤 일을 성취해 내었을 때의 내 나이가 몇 살 일지를 계산한다. 그리고 나이를 핑계로 포기하고 쉽게 포기해버린는 일도 많다.
모모요는 ‘아직’ 아흔살. 우리는 서른이라는 나이에도 ‘벌써’라는 단어를 쉽게 사용하는데 ‘아직’인 아흔살이라니
제목답게 에세이 속의 모모요는 나이가 무엇이냐는 듯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가고 싶은 곳을 가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버린다. 나는 운이 좋게도 지금까지 속했던 대부분의 조직에서 어린편에 속했다. 대부분의 경우 나이가 어리다는 것은 유리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결코 어린 나이가 아닌 지금 (누군가는 아직 어리다고 할 수 있겠지만) 무언가 도전해 보고 싶은 일이 머릿 속을 스칠 때, 나도 모르게 나이와 엮인 생각을 한다. “그런 일 해보기에는 나이가 많지”, “요즘 애들이 생각하는 건 좀 다른 것 같아”, “그 일을 시작하게 되면 결혼을 못하지 않을까” 같은 생각들이다. 그리고 잠시 꿈꾸어 보았던 어떤 도전적인 일들은 스르르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내 용기가 나이에 대한 계산을 이기지 못하면 새로운 도전은 시작되지도 못한 채 끝이 난다.
나이라는 것은 시간의 흐름이다
한 살, 두 살 이라는건 사람을 구분하기 위해서, 계산을 쉽게 하기 위해서 사람이 붙여 놓은 숫자일 뿐일지 모른다. 오래되었기에, 나이가 많기에 더욱 가치 있는 것들이 있다. 오래된 나무, 고서적, 가죽가방 같은 것이 있겠다. 새 것이기에 좋은 것들도 있다. 새 옷, 화장품, 새 펜 같은 물건들 인 것 같다. 그렇다면 사람은 나이가 들 수록 가치 있는 쪽이 아닐까. 똑같은 경험과 기억을 가진 사람은 없으며, 손때에 길이 드는 가구처럼 세상의 때에 각자의 나름대로 다듬어진 중요한 한명한명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나이가 많다고 생각보다 놀랄게 아니라 더 많은 경험적 자산을 지닌 개인으로 여겨졌으면 좋겠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