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olnoc Jun 20. 2018

웹툰 원작을 모르고 본, <여중생A>

원작을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여중생A (Student A, 2018)

브런치 무비패스 #5

감독 이경섭

주연 김환희, 수호, 정다빈, 유재상

영화 <여중생A> 스틸컷

영화를 보기 전에 사전정보를 잘 찾아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영화 제목만으로 어떤 이야기일지 감이 잘 오지 않아서 영화를 보기 전 간단한 검색을 해보았다. 그러면서 이 영화가 웹툰 원작이며, 외로운 소녀의 성장기를 그려낸 이야기라는 정보 정도 알고 영화를 보게 되었다.


사실 이제까지 웹툰 원작의 영화가 만족스러웠던 기억은 거의 없다. 웹툰은 작가의 그림체와 딱 맞아 떨어지는 섬세한 스토리 라인, 독자가 스스로 상상해내는 등장인물들의 대사 톤 등이 재미를 복합적으로 만들어 낸다고 생각한다. 또한 웹툰에서는 각 편에서 작가가 담아내려는 이야기의 덩어리가 있고 그 호흡을 따라가며 몰아보기도 하고, 기다려서 보기도 하는 재미가 있는데 그런 웹툰이라는 형식을 두시간 남짓한 시간에 현실의 배우와 현실의 배경에서 영화로 그려내는 일은 좀처럼 쉬운 일일 것 같지 않다. 그래서 웹툰 원작의 영화들이 늘 실망스러웠던 것 같다. 그런 이유로 영화를 보기 전 약간의 걱정이 되긴 하였으나 이 영화는 웹툰을 보지 않은 채 보게 되었으니 괜찮지 않을까 라는 약간의 기대와 함께 보게 되었다.


결론적으로는 좋은 메시지가 있었던 한편 웹툰을 보지 않았다 하더라도 느낀 당황스럽고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 내용 스포가 있습니다

영화 <여중생A> 스틸컷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이유는 사람이라는 좋은 메시지

죽고 싶어하는 미래와 재희는 다른 사람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되었을 때 비로소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는다. 서로에게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고, 누군가를 돌보고 싶어지게 되는 것은 혼자는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이 발전시켜온 생존 본능이라 생각하고 있다. 참 아름다운 감정이지만, 참 이기적인 감정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때로는 남을 위해 희생하고, 때로는 나 자신의 사회적 생존을 위해 끝없이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인간을 청소년의 모습을 통해 그림으로써 아직 성장중이기에 좀 더 솔직한 인간 본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끝없이 대립하고 미워하지만 결국엔 다시 유대를 가지고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으로 말이다.


미래가 쓴 소설-미래의 생활-사라진 원더링 월드의 관계가 좀 더 연관성 있었더라면

극중에서 미래가 쓰는 여우와 A의 소설과 '원더링 월드'라는 게임 속 캐릭터와의 대화가 꽤나 비중있게 나온다. 소설이 미래의 상황과 마음을 반영하는 도구라면 게임은 미래가 현실의 외로움을 달래고 소속감을 느끼는 공간이다. 소설과 미래의 외로운 현실과 원더링 월드의 세계가 좀 더 개연성 있고 입체적으로 그려졌으면 어땠을 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소설은 미래의 현실을 너무 그대로 반영하는 듯 했고, 원더링 월드는 내가 게임을 하지 않아서인지 크게 공감이 가지 않았다. 또 현실과 게임 속에서 전혀 연관없다고 생각하는 캐릭터를 같은 배우가 연기하고 있었는데 혹시 어떤 의도가 있었다 하더라도 영화를 보는 내내 혼동스러웠다.


좀 더 슬펐더라면 어땠을까

영화는 어떤 학생이 자살하는 듯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영화 초반 미래를 향한 따돌림과 가정폭력은 참 먹먹하고 안타까웠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공감되지 않는 개그코드와 게임캐릭터가 나오는 등 전체적인 분위기를 종잡을 수 없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또한 갑자기 연극이나 판타지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는데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는 내 감정도 뚝뚝 끊어지는 느낌이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처음과 같이 무거웠더라면,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희망과 사랑이라는 삶의 씨앗을 조금씩 발견해가는 잔잔한 전개였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든다. 슬플 때는 그냥 한 없이 슬프고 싶다.


어색한 연출과 연기는 의도된 것이었을까

의도된 것인지는 몰라도 중간중간 배우가 대사를 약간 어색하게 친다거나 내용이 잘 이어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도서관에서 미래와 백합이 사이를 오가는 태양를 그린 장면이라거나 미래가 난을 들고 협박하는 장면, 갑자기 태양이의 손을 잡는 백합의 모습에서 그렇게 느꼈다. 웹툰의 멈춰진 장면 단위의 형식을 영화로 옮겨보려 하는건가? 싶어서 신선하다가도 그래서인지 잘 이해되지 않는 장면들도 여럿있었다. 그런 연출이 장면을 다소 비현실적이고 기묘하게 느끼도록 했지만 자연스럽게 잘 쓰였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




영화를 보면서, 그리고 리뷰를 작성하면서 드는 생각은 웹툰을 어서 보고 싶다는 것이다. 원작에서 그리고 싶었던 미래의 모습은 무엇인지, 영화에서 어떤 점이 달라진 것인지 확인해봐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위안부 '관부재판'에 관한 이야기, <허스토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