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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lnoc Feb 04. 2018

그리운 착한 감성 멜로,
후아유

뭐하러 사람을 샅샅이 알려고 해요?

아유 (2002)
감독: 최호
출연: 조승우(지형태/멜로), 이나영(서인주/별이)


영화 '후아유' 포스터. 밀레니엄 느낌이 물씬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를 보기 전에
지금으로부터 무려 16년 전인 2002년 개봉한 영화. 후아유라는 영화가 있다는 것은 오래도록 알아왔지만 봐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들지 않았다. 원래 한국 영화는 잘 보지 않을 뿐더러 애매하고 어설플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영화는 더 잘 안보기도 해서.

때마침 올레티비 영화 리스트에서 발견하게 되어 덥썩 보게 된 영화.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은 앞서 구구절절 말한 영화에 대한 편견을 모두 잊을 정도로 너무 좋았다. 굳이 외국영화와 비교하자면 이터널 썬샤인처럼 잔잔하고 담백한 착한 감성으로 보게 되는 영화. 요즘처럼 쉽게 자극적이고 격한 사랑이 아니라 착한 감성, 진심을 담은 느린 감성 (당시에는 가장 빠르고 새로운 방법이 었는지도 모르겠다) 으로 촉촉하게 다가온 영화였다. 다시 보고 싶을 정도로 기대에 비해 매우 차고 넘쳤던 영화. 후회할 영화는 선택하지 않는다는 배우 조승우의 인터뷰 내용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그런 영화였다.


나 그대 마음 몰라 두려운 것 뿐이죠


요약 (스포 있음)
게임 기획자 형태는 2년동안 준비해온 아바타 채팅 게임의 런칭을 앞두고 있다. 게임 베타테스트 중 만난 '별이'라는 캐릭터가 같은 건물인 63빌딩의 수족관에서 근무하는 인주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의도적으로 접근한다. 현실에서의 인주는 매우 차갑고 배타적이지만 온라인에서의 별이는 자기 이야기도 잘하고 다정다감하다. 이런 별이의 상반된 모습을 보고 형태는 호감을 느낀다.  별이 또한 자신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오고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멜로에게 조심스러운 호감을 느낀다. 별이는 게임속 멜로에게 자신이 듣지 못하고 그래서 자신을 설명해야 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어렵다는 이야기까지 털어놓는다. 멜로는 온라인 속의 관계이므로 자신을 가볍게 생각할것이라는 별이에게 진심을 담은 노래를 부른다. 멜로는 별이에게 만날 것을 제안하고, 두 사람은 자리에 나타나지만 서로 만나지 못한다. 현실에서 인주는 수족관을 그만두고 형태는 사무실을 옮기게 된다. 떠나는 날 형태는 인주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잘 되어가는 듯 하지만 온라인에서의 별이는 멜로에게 만날 것을 제안한다. 이 사실에 형태는 혼란스러워 하지만 자리에 나가 자신이 온라인에서의 멜로였음을 밝힌다. 이에 속았다고 생각한 인주는 화를 내며 혼란스러워 하지만 이내 형태를 받아들인다.

'인주'역의 24세 풋풋한 이나영 (출처 네이버 영화)


감상
좋은 영화다. 그때의 밀레니엄 감성도, 쉽게 사랑하지 않는 내용도, 약간은 찌질한 회사원 역할의 조승우도, 뻔하지 않은 방식으로 어둡지만 예쁜 이나영도, 게임의 공간-현실의 공간 두개의 세계에서 사랑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내용도. 그리고 그 시절에는 가장 '힙'했을 테지만 지금 보기에 촌스러운 밀레니엄 분위기를 한껏 돋워준 CRT모니터, 두쪽 스피커, DDR, 엽기, 아바타, 라이코스, 델리스파이스, 롤러코스터의 음악들. 뭔지 모를 좋은 기운과 추억속에 둘러싸여서 기분 좋은 추억 여행을 한 느낌이다. 2002년에 약 27살 이면 .. 지금은 40대 초중반일텐데 회사에서 만날 수 있는 30대 후반-40대 초반 분들과의 대화에서 느껴졌던 그때의 감성을, 그들의 젊은 시절을 '아주 살짝' 엿본 기분이랄까.

15년 전 게임 기획자
2002년이면 내가 너무 어릴때라 '게임 기획자'가 뭘 하는 사람인지, 그 당시 어떤 느낌의 직업을 가진 사람인지 알기는 어렵다. 영화에서 그려진 게임 회사는 지금 보아도 상당히 개방적이고 젊은 분위기로 꾸며져 있다. 오픈 된 공간, 컴퓨터로 가득찬 공간, 모두가 볼 수 있는 회의 공간. 물론 그 당시에 게임을 실제로 기획했던 사람들이 보기에는 말도 안되는 호화로운 분위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영화 속에서는 게임 속의 공간을 가장 새로운, 앞서간 그런 모습으로 그리고 싶었던 것이라 추측해본다. 

종종 게임 내의 공간이 그래픽으로 보여지는데 지금 보면 너무너무너무 촌스럽지만 나름대로 정감가고 의미있는 효과들로 가득했다. 진실게임이라거나 나무 아래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라거나. 나무 아래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는 얘기하는 사람이 일어나 이런 저런 제스처를 취하기도 하고 '푸하하하하' 이렇게 입력하면 배를 잡고 웃기도 하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디테일하고 지금도 유효한 재미있는 효과들이라 생각한다.

츤데레 회사원 조승우

'지형태'역의 풋풋한 조배우 (출처 네이버 영화)


회사원 조승우라니 .. 어릴적이라 풋풋하고 지금보다 마르고 그런 느낌인데다가 센척을 하기도 하고, 매우 능글맞기도 하고, 자기 일에도 자긍심이 매우 강한 캐릭터. 뭔가 대사나 .. 연기가 오그라들고 어색한 부분이 있기는 했는데 민망하다가도 귀엽네 하고 넘어가줄 수 있을 정도. 그리고 츤데레츤츤하지만 상당히 낭만주의적이고 즉흥적인 면들이 캐릭터를 더 순수하게 보이도록 했던 것 같다. 매우 찌들어 있지만 갑작스레 찾아온 사랑에 순수해지고마는 그런 캐릭터.

난 너를 원해 냉면보다 더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조승우의 세레나데를 하이라이트로 꼽는 데 동의할 것이라 생각한다. 진짜 청춘미 뿜뿜하는 그 당시 자신이 할 수 있는 진심 표현을 최선을 다해 해내는 느낌. 특히 별다른 배경음악과 인위적인 느낌 없이 기타 반주에 쌩목, 쌩라이브였기에 그 느낌을 날것으로 잘 살린 것 같다. '윤종신의 환생 - 긱스의 짝사랑 - 나미의 유혹하지 말아요'를 메들리로 부르는데 정말 .. 너무 너무 좋다. 가사도 그렇고 그 장면의 분위기도 그렇고.


https://www.youtube.com/watch?v=H2NLn3ldS_w&feature=youtu.be


주관적 별점 & 한 줄 감상
★★★★☆
찌질한 착한 감성이 사랑스러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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