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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lnoc Feb 04. 2018

자극과 권태의 사이에서,
<우리도 사랑일까>

Take This Waltz

우리도 사랑일까 (Take This Waltz)(2011)
감독: 사라 폴리
출연: 미셸 윌리엄스, 세스 로건, 루크 커비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마고와 루빈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를 보기 전에
왓챠플레이에서 내 취향에 맞을 거라며 추천해 준 영화. 한국어 제목이 좀 아쉽다. 영화는 참 담백한데 식상한 로코제목같은 느낌. 그치만 영화를 보고나니 이렇게 직설적으로 정확하게 표현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감상
전반적으로 재미있었다. 내가 싫어하는 바람이야기 (뭔 책이건, 영화건 빠지질 않는) 이지만 이를 통해서 사랑과 관계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다. 처음 만났을 때의 짧고 강렬한 설렘 뒤에 감당해야 하는 지루함과 권태. 그 사랑과 관계가 어떻게 유지되는지에 대한 이야기. 

긴 연애와 긴 결혼은 다른 것 같다. 연애는 언젠가 끝날 수 있는 관계이고 '권태'로 인한 헤어짐이 가능한 관계이다. 결혼은 '권태'를 이유로 끝날 수 없는 관계인것 같다. 그런 권태를 이겨내고, 어쩌면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또 사랑과 가족의 의미를 찾는 것이 결혼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어딘가에 익숙해지기 마련이고, 권태는 누구에게나 찾아오곤 한다. 나는 그 권태를 잘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일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관심과 사랑을 바랄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서로 익숙해 지면 자연스레 표현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점점 줄어드는 관심과 사랑이 때론 서운하더라도 믿음과 편안함 그런 것들로 충분히 채워질 수 있는 그런 사람인지 스스로 잘 모르겠다. 그런 일들을 자꾸 겪으면서 마음이 힘들고, 머리아프기 싫으니깐 .. 자꾸 누구 만나기도 싫고, 그렇게 한달 한달 일년 이년 지나간다. 이제 마음이 조급하지도 않다.

영화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새 것도 결국 헌 것이 돼. 헌 것도 처음에는 새 것이었지

새 것의 반짝임은 언젠가 빛을 읽는다. 새 물건은 처음에 소중히 다루어 지고, 자주 쓰이고, 아껴진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처음 보다는 막 다뤄지고, 눈길을 덜 받고, 겉 모습도 낡아가고, 당연한 것이 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처음의 그 반짝임에 눈이 멀어 잠시 그 사실을 망각하고 언제나 새것 처럼 반짝일 것이라는 착각에 쉽게 빠진다. 사랑이라는 감정도 그렇고 어떤 물건도 그렇고 처음의 반짝임만이 소중한 것은 아닐텐데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무르익고, 손때가 타서 어느 것 과도 바꿀 수 없는 상태가 더 소중할 수 있는데 그 사실을 쉽게 잊는다.

얼마전에 본 매기스 플랜 (Maggie's Plan)이 떠오른다. 이 영화와 비슷한 주제와 느낌을 가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살짝 가벼운 느낌과 일상적 장면들, 그리고 적절한 음악들. 우리도 사랑일까에 비하면 대체 윤리 의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자기의 감정만을 좇는 사람들이 가득한 영화였지만.


영화 매기스 플랜 (출처 네이버 영화)

사랑의 반짝임과 그 쾌락만 좇았을 때 찾아오는 것은 개인적이건 타인에 영향을 미치건 결국 불행한 결말일 뿐이다. 쉽지 않지만 이성적으로 옳은 판단이 필요하며, 옳은 판단을 위해 스스로를 잘 알기 위한 끊임없는 경험과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여러 경험과 만남이 필요하다는 거고.

캐릭터
영화는 여자주인공인 마고 (미셸 윌리엄스), 그녀의 남편 루빈 (세스 로건), 그리고 앞집으로 이사온 대니얼 (루크 커비) 세 명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세 명의 캐릭터 모두 성격이 뚜렷하고, 어찌보면 너무나 이상해 보이는, 또 어찌보면 사람을 깊게 알았을 때만 보이는 그런 미묘하게 어려운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각 캐릭터별로 들었던 생각을 적어보고 싶다.


마고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출처 네이버 영화)


마고 대니얼이 무엇이 가장 두렵냐고 물었을 때 마고는 이렇게 대답한다. "I'm afraid of being afraid". 쓰잘데기 없는 걱정이지만 어쩐지 공감이간다. 마고는 이렇게 망설이고 미래에 대해 두려워하는 감정을 가지고 있음과 동시에 상당히 충동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남편을 깊이 사랑하면서도 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마음을 어쩔줄을 모른다. 예능에서 이효리가 "바람 피울까봐 결혼이 걱정 됐다는" 발언이 떠오르는 캐릭터이다. 

마고는 영화 내내 애정결핍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랑을 갈구한다. 남편 루빈이 일 관련 전화통화를 하고 있을 때도 끊임없이 장난을 치며 관심받기를 원한다. 마고의 바람을 남편 탓으로 돌리는 것은 아니지만 마고의 남편이 좀 더 마고의 감정을 예민하게 알아차리고 사랑을 표현하는 사람이었더라면 서로가 더 행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루빈 어떤 면에서 조금은 무관심하고 무뚝뚝하지만 내 기준으로 이 정도 남자는 정말 섬세한 사람이다. 와이프 마고를 정말 사랑하는게 느껴진다. 특히 헤어지기로 결심하고 마고가 목욕 중 찬물을 뿌리던 장난을 다시 하면서 "수십년 동안 매일 이 장난을 했다고 고백하려 했다" 고 얘기하는데 너무나 속이 상했다. 둘 만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나중에 그 사람이 놀라는 모습을 상상하며 그런 행동을 해왔다는게 애잔하고 슬펐다. 어쩌면 그런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마고를 잡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루빈이 마고에게 좀 더 솔직했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루빈도 마고에게 조금의 권태를 느끼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서로의 감정과 모습을 덮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수단으로 짓궂은 말장난을 해왔는지도 모른다. 결혼 기념일에 이런 서로의 상태에 대해 좀 더 이야기 했더라면 (결혼 기념일에는 루빈이 잘못했다. 항상 특별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일상적인 대화가 필요한 것이고 그래서 서로에 대한 질문이 필요한 것이다. 다 알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관계는 진전되지 않는다.) 권태로운 감정을 좀 더 이용하고 그래서 관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대화가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안타깝다.

대니얼 나쁘다. 하지만 매력적인거 인정. 이런 사람들 있다. 건드려서는 안될 사람 약점 파악해서 괜히 툭툭 건드리는 사람. 물론 마고가 유혹에 약한 사람이기도 하고 괜한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 대니얼이 애매하게 행동하지 않았더라면 마고-루빈 부부는 이별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마고와 대니얼의 영화 이후의 삶은 어땠을까. 마고는 사랑의 권태와 허무라는 진리를 깨달았다. 대니얼은 여러 장면에서 보이듯 충동적이고 모험을 즐긴다. 누구나 예상하겠지만 마고와의 관계가 그래 오래갈 것 같지 않다. 나쁜남자.

영상&음악
영화의 색감, 기법 (초점이 흔들리는 장면, 마고-대니얼 관계의 변화를 짧은 시간에 함축적으로 담아낸 장면, 수영장 씬, 마고-루빈의 침실 탑뷰, 놀이기구 씬 등), 음악 모두 좋았다. 전체적으로 잔잔하면서 다채로워서 보는 내내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남겨진 마고, 그러게 잘 견디지 그랬어요 (출처 네이버 영화)


주관적 별점 & 한 줄 감상
★★★★★
관계의 어려움..흔들리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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