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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lnoc Feb 04. 2018

상처 받고 다시 치유 받고,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부러진 날개 회복하기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Silver Linings Playbook, 2012)

감독: 데이비드.O.러셀

출연: 브래들리 쿠퍼(팻), 제니퍼 로렌스(티파니)

사람으로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되나

감상
팻(브래들리 쿠퍼)는 아내의 외도로, 티파니(제니퍼 로렌스)는 남편의 죽음으로 힘든시간을 보낸다. 팻의 친구와 티파니 언니 부부의 초대로 두 사람은 만나게 된다. 팻은 접근금지처분으로 인하여 그의 아내에게 접근하지 못하고, 티파니는 그런 팻에게 아내에게 편지를 전해줄테니 댄스대회에 함께 출전할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다시 상처를 주고, 치유하고, 치유받기도 하는 그런 과정을 그린 영화.


영화를 보다가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다. 영화 속에서 티파니는 자신이 직장의 모든 남자와 잤다는 사실 때문에 잘렸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팻의 부모님도 걱정할 정도로 티파니는 동네에서 평판이 좋지 않은 여자이다. 팻은 편지를 전해주기 위해 티파니를 찾아가고 부모님은 그런 팻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 티파니를 쉽게 보고 껄떡대던 다른 남자들과 똑같이 보았던거겠지. 그러던 와중에 또 다른 남자가 찾아와 티파니를 찾는다. 그때, 팻은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하고 티파니는 벽 뒤에서 이 이야기를 듣는다. 

그저 즐기려는 여자도 많지만
티파니는 날개 꺾인 새처럼 아프고 슬퍼서 방황했던 거에요
부러진 날개가 다 붙어가는데 당신이 이러면 덧난다구요
똑똑하고 섬세한 여자니까 길거리 여자 취급하지 마요


누군가 나를 위해 이런 이야기를 거침없이 한다면 바로 마음이 흔들릴것 같다. 아마 티파니가 팻을 사랑하게 된 시점도 이때가 아닐까 싶다. 내 상처받은 마음을, 내 아이같은 행동에 숨은 내면을 알아보는 사람은 쉽게 찾아 보기 힘든 것. 비슷한 고통을 겪은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그런 감정이 아닐지 싶다. 너무나 여린 팻, 티파니. 그리고 서로를 알아 본 그 둘.


팻은 와이프에게 편지를 전하기 위해 티파니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춤 연습에 몰두한다. 팻은 연습 내내 못마땅한 스탠스를 취하지만 적어도 내 눈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열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 영화에서 팻과 티파니를 포함하여 팻의 아버지와 동료, 친구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등장인물들이 몇 있다. 아마도 인간이라면 하나쯤 가지고 있을 불안을 조금은 과장하여 보여주려는 것은 아니었을 지. 그렇게 누구나 불안하고 취약한 점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또 사람 안에서 해소해 나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인상적인 티파니의 대사. 너무나 여린 그녀.


남들을 위해 별걸 다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텅 빈 기분이에요
항상 이런 꼴나요 내가 원하는 건 얻질 못해요


또 인상적이었던 팻 아버지의 대사. 왜 같은 사람임에도 사랑하는 방법은 제각각이라 서로를 이해하기 어렵게 하는건지.


이글스를 핑계로 널 귀찮게 하는 것도 같이 시간을 보내려는 거야

평소 풋볼경기에 광적으로 집착하던 팻의 아버지는 그의 친구와 풋볼경기와 팻과 티파니의 댄스경기 점수를 가지고 내기를 한다. 티파니는 팻에게 애정을 느끼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하지만 당황스럽게도 경기당일 팻의 와이프가 경기장을 찾고 팻이 그에 흔들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티파니는 혼란을 느낀다. 아마 팻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또 다시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티파니는 팻을 밀어내려고 한다. 마음 아프게도 일부러 팻을 불안하게 하고 모진말을 내던진다. 


이런것이 밀당인가. 밀당이란 서로 덜 상처받고 덜 자존심 상하기 위해 취하는 방어기제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 그냥 좀 상처받으면 어떻고 자존심 상하면 어떤가. 그냥 깔끔하게 얘기하고 빠르게 상처받는게 나은 나에게 이런것은 늘 어렵다. 답답하고. 영화에서의 밀당은 보고만 있는 것인데도 답답해.


팻은 와이프와 대화를 나누지만 긍정적인 태도로 다가오는 와이프와는 달리 팻은 다소 중립적인 감정으로 그녀를 대한다. 그리고 이 장면에서 짠하게 나오는 Misty .. 옮겨가는 사람의 마음. 이런 둘의 모습을 보고 티파니는 자리를 떠나지만 팻은 티파니를 찾고, 주변 사람들도 어서 그녀를 잡으라며 부추긴다. 티파니를 조심하라는 이전 태도와 달라진 것이다. 역시 사람으로 받은 상처 사람으로 치유하는 장면.

팻과 티파니는 오랫동안 행복할 수 있을까


떠나는 티파니를 붙잡고, 팻은 너무나 담백하고 멋지게 고백하고, 애써 그를 밀어내려던 티파니는  진심어린 그의 고백에 마음을 연다. 또 어떻게 변해갈지 모르는 것이 사람의 관계이지만 둘은 아주 행복한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데이빗 O. 러셀이라는 감독을 알게 된 것과 제
니퍼 로렌스가 나온 영화를 처음으로 보게 되면서 이 두 영화인을 너무나 좋아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내가 영화에서 제일 좋아하는 주드로-나탈리 포트만 커플 이후로 가장 좋아하는 조합이 된 브래들리 쿠퍼-제니퍼 로렌스 커플. 정말 예쁘고 너무 섹시하다.

사실 나도 사람, 특히 남자를 잘 믿지 않는다. 영화속에서도 현실에서도 남자는 왜들 그렇게 바람을 피는 건지. 지금의 나는 상처-상처-상처-상처 라서 남자들을 점점 더 믿지 않게 되었다. 마음이 곪아버린것 같아. 주변 사람들의 남자친구들도 그렇게 미덥지 않고 길거리를 다니면서 보이는 커플들도 그렇게 행복해 보이지만은 않을 정도니까 상태가 좀 심각한 것 같다. 이 영화에서는 사람으로 받은 상처, 사랑으로 받은 상처를 또 사람으로, 사랑으로 극복한다. 나도 결국에 나의 이 불신과 상처들을 극복할 방법은 또 다른 사람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티파니가 그런 상처가 두려워 계속 팻을 밀어냈던 것 처럼 또 다시 사람에 뛰어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믿어봐야지. 

주관적 평점 & 한 줄 감상
★★★★★
사람과, 사랑 속에서 반복되는 상처와 치유의 반복을 잔잔하게 그린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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