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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lnoc Nov 17. 2018

소설 / 달과 6펜스

정신적인 삶만을 사는 그의 생활 방식에는 어딘지 인상적인 데가 있다


달과 6펜스 (The Moon and Sixpence) - 서머싯몸

달과 6펜스 - 서머싯 몸

1. 계기

달과 6펜스 소설에 대해서는 여러 매체를 통해 종종 들어왔다. 여러 음악의 영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책을 읽어 봐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것은 여름이 시작되던 지난 6월에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 도서전에서였다. 정확히 기억 나진 않지만 책의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한 부스가 있었는데 그 중 한 그림이 달과 6펜스 관련된 내용이었다. 책의 내용을 전혀 모름에도 그림에서 느껴지는 야생의 분위기가 좋았고 내용을 전혀 유추할 수 없게 하는 책의 제목에 나도 모르게 끌렸다. '달'이라는 단어는 왠지 모르게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 길로 민음사 부스에서 달과 6펜스 책을 구입하였고 올 해 여름이 저물어갈 때 즈음 책을 읽었다.


2018 국제도서전에서 만난 달과 6펜스

2. 요약

달과 6펜스는 한 중년 사내가 달빛 세계의 마력에 끌려 6펜스의 세계를 탈출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 p310

폴 고갱의 생애에 영감을 받아 쓰여진 책. 증권 중개인으로 부유하게 살아가던 찰스 스트릭랜드가 갑자기 아내와 아이를 떠나 파리에서 그림을 그리며 살아간다. 그의 예술적 천재성을 알아본 더크 스트로브가 그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한다. 하지만 찰스는 그림 이외의 모든 것이 무관심 할 뿐이다. 찰스는 파리를 떠나 야생의 섬 타히티로 향한다. 그의 예술적 광기는 그 섬에서 빛을 발한다.


3. 감상

정말 좋았다. 이야기에 빨려 들어간다는 느낌이 무엇인지 오랜만에 느끼게 했던 책.

책을 읽었던 장소가 휴양지여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책의 남은 부분을 서울에서 마저 읽었는데 좀 지루한 느낌이 들었으니까. 책도 장소를 타는건가?


사실 책을 다 읽은 지 한 달 쯤 지났기 때문에 왜 좋았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역시 리뷰는 읽고난 직후에)

100년도 더 전에 쓰인 소설임에도 인간사 다 거기서 거기라는 듯 이야기하는 내용과 독백 덕분에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책을 읽었던 타이밍이 유럽여행 직후라서, 고갱 그림을 실제로 보고 온 지 얼마 안된 시점이라서 좀 더 공감하며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대학생 시절 학예사를 잠시 준비했던 적이 있었다. 그 때 서양미술사를 집중적으로 공부했었다. 아무래도 가장 비중을 두어 공부한 부분이 르네상스, 인상주의, 모더니즘이었다. 인상주의의 내용에서 고갱의 내용은 아주 일부에 불과했었다. 그리고 그의 그림을 보고 느꼈던 그 때의 생각은 "뭐, 좀 특이하네? 요즘에 그려진 그림 같네? 타히티에 실제로 살았었다고? 좀 이상한 사람인가보다. 그 때 타히티라는 섬은 어떻게 알고 갔을까" 정도 였던 것 같다.


이 소설이 고갱의 생애를 그대로 그려낸 것은 아니다. 그 것은 이 소설의 뒷 부분에 붙여진 해설에서 좀 더 상세히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멀게만 느껴졌던 그의 생애를 조금은 가까운 거리에서 상상해 볼 수 있었다. 그 점이 재미있었다.

혹시 서양미술사를 공부하고 있다면, 고갱에 대해 조금이나마 궁금하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물론 이 책은 요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남성우월주의적 묘사 때문에 보기 불편한 지점이 아주 많다.

나도 그런 부분에 무척이나 예민해서 보기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았지만, 아주 오래전에 쓰여진 책이라는 점을 어느 정도 감안하고 읽어나간 것 같다. 이야기의 전개가 워낙 흥미롭고 눈에 장면장면이 그려지는 듯한 묘사 덕분인 것 같다. 같은 이유로 그리스인 조르바를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너그럽게 읽었다는 점은 좀 이해하기 어렵지.


사람은 누구나 세상에서 홀로이다. 각자가 일종의 구리 탑에 갇혀 신호로써만 다른 이들과 교신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신호들이 공통된 의미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그 뜻은 모호하고 불확실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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