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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lnomnon Dec 17. 2020

 방배 산책클럽의 서막

은비대장 맞이하기 1

2018년 11월 어느날, 몇 년째 팔로우하면서 불편한 마음으로 좋아요만 누르던 유기견 단체 '행동사' 계정에 겨울 단기 임보 맞이 포스팅이 눈에 들어왔다.


1년이 끝나가는 11월 말쯤이 되면 그동안의 흥청망청했던 나날을 되돌아보며 어떻게든 그 해를 의미있게 만들어야 해야하지 않을까 조바심이 들곤 하는데, 그러한 심리와 맞아 떨어지는 시기 적절한 포스팅을 만나고 만 것이다. 며칠동안 계속 들어가 보면서 하나 둘씩 임시보호로 떠나가는 아이들을 응원하며 또 남은 아이들의 얼굴을 살펴보며 불편한 마음으로 보내다 눈에 들어온 '은비' 라는 이름의 얼굴이 반으로 정확히 나뉜 점박이 강아지.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하는 반반이 얼굴에 마음을 빼앗겨버렸네


사실 '개 주인'은 변덕스러운 내 진로탐색중에서도 어렸을때부터 변하지 않고 간직해온 오랜 꿈이었다. 어렸을때 오빠 친구네 강아지 새끼를 얻어 잠시 키우다가 외갓집으로 떠나보낸 후 20년이 넘도록 섣불리 개와 함께하지 못했다. 개의 특성에 대해 알아 가면서 올바른 '개 주인'이 되는것이 얼마나 힘든것인지 깨닫게 되면서, 독립한 1인 가구이자 매일 출근하는 회사원 나부랭이로, 사람이 좋고 술이 좋아 일주일에 3번은 밤거리를 헤매이는 나는 자격이 없는 인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날도 친구들과 술을 마시면서 자연스레 요즘 근황을 이야기 하다가 임시보호 포스팅과 은비 사진을 보여줬다. 허구헌날 개 얘기만 하는 나였기에 그날도 친구들이 날 부추기기도 했고, 나 자신 또한 술기운으로 어쩐지 행복회로를 돌리면서 자신감이 벅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래 몇 년동안 고민 할 만큼도 했고, 유기견 강아지들이 겨울에 춥고 밤에 사람도 없는 쉼터에서 지내는것 보다는 좁지만 따뜻한 우리집에서 겨울동안 지내다 좋은 주인 찾아주는 일이 얼마나 뿌듯하겠어? 단기간 이라면(최소 3개월의 기간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소문난 게으름뱅이에 주정뱅이인 나라도 아침 저녁 산책시키며 돌볼 수 있을거야. 지금이 아니면 대체 언제 하겠어!'


이미 부풀어오른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어느새 임시보호신청서를 써서 전송을 하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약간의 숙취와 함께 출근해서 사무실에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행동사 봉사자분이었다. 숙취로 흐릿한 기억을 되살리며 간밤의 호기로웠던 나는 어디로 갔는지 얘기를 나눌수록 덜컥 겁이 났다. '내가 진짜 할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물려야 하나?'

단체측에서는  마리라도 가정으로 보내는게 귀한 기회이기 때문에 일을 속전속결로 행했고, 바로  주말에 (통화 했던게 수요일 쯤으로 기억한다.) 강아지를 우리집으로 보내려 . 비록 임보긴 하지만  달간  위주의 삶을 바로 며칠 뒤에 시작하려고 하니 앞이 깜깜해져서 우선 집에 강아지 용품이나 먹이 등이 전혀 준비되지 않았음을 전달하고, 준비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여  다음 주말로  10 간의 시간을  뒤에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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