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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우석 소장 Jan 14. 2019

딸에게는 아빠의 '노력'이 통하지 않는다

딸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키워라

세상에는 분명 노력만으로는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있다. 그리고 아빠가 딸을 키우는 일이 바로 그중 하나다. 아들로 태어난 아빠에게 딸이라는 존재는, 단지 이해하기 어려운 여성의 특성을 가졌기 때문에 키우기 힘든 것만이 아니다. 성인과 어린아이라는 관점의 차이까지 존재한다. 아빠에게 어린 시절이란 이제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 옛날이야기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심지어 같은 여성인 엄마조차도 쉽게 어린 딸의 성향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아빠에게는 이것이 보통 일이 아닐 수밖에 없다.   

  

딸은 분명 모든 여성에게서 비슷하게 나타나는 특성을 상당히 많이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까지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딸을 정확히 파악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결국에 세상 모든 사람이 각각의 보석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누구 하나 똑같은 사람이 없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유대인 속담에 ‘100명의 아이가 있으면 100개의 생각이 있다’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우리 딸에게도 나름의 개성 넘치는 성향과 잠재력이 있고, 최종적인 아빠의 육아 목표는 바로 그런 딸의 본질까지 파악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혹시, ‘딸 하나 키우는데 그렇게 신경 써야 하는 것이 많은 거냐’라고 생각되는가?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도 ‘베니스의 상인’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자기 자식을 아는 사람이야말로 지혜로운 아버지다.’     


하지만 만약 아빠에게 딸을 행복하게 키워내는 일이 마치 고행처럼 느껴진다면 그건 즐거움이 아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직접 겪어보고 나면 누구든 ‘육아는 결국 아빠에게 힐링이 된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더라도, 일단은 겪어보고 싶은 마음이 선뜻 들기 어렵다면 결국 죽을 때까지 딴 나라 이야기로 남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 세상에 어려운 걸 그냥 쉽게 만들 수 있는 재주를 가진 사람은 없다. 포기하거나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능력과 시간은 정해져 있다. 같은 기회비용으로 더 나은 결과를 얻는 방법 중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것은 바로 관점을 바꾸는 것이다. 단순히 생각을 바꾸면 더욱 강한 의지를 가질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강한 의지로 더욱더 열심히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은 더더욱 아니다. 만약 의지로 모든 것을 이루어낼 수 있다는 거짓말이 사실이라면, 매년 늘어만 가는 금연 희망자들이 오늘도 담배를 사러 편의점에 가야 하는 일은 진작에 없어졌을 것이다.


먼저 아빠의 마음이 동해야 한다


육아하는 일은 절대 억지 춘향이 되면 안 된다. 딸을 더 구체적으로 알아가고 친해지는 것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껴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상적인 육아란 어떤 것인지에 관해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아빠가 자신을 대할 때 지금 사용하고 있는 것이 머리인지 가슴인지, 아무리 어린 나이라 해도 딸은 본능적으로 그것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빠의 마음이 얼마나 절실한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아빠 자신이 알고 딸이 안다.      


지금 당신이 생각하는 육아는 어떤 모습인가? 가능하면 피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숙제 같은 일인가? 아니면, 비록 몸은 힘들지만 누가 하지 말라고 하지 말라고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져도 어떻게든 경험하고만 싶은 즐거운 시간인가? 육아를 단지 노력으로 이어간다면 언젠가는 분명 생계 전선과는 또 다른 전쟁터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놀자! 아빠육아연구소에 상담을 의뢰하는 내담자 중 육아의 스트레스가 부부간의 깊은 갈등으로까지 이어진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렇지 않아도 쉽지 않은 인생이 안팎으로 스트레스로 뒤덮이게 된다면 도대체 어디로 피할 수 있단 말인가? 가정은 다른 가족뿐만 아니라 아빠 자신에게도 힐링이 될 수 있는 마음의 베이스캠프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전적으로 육아를 대하는 아빠의 마음에 달려있다. 마음이 자체 동력이 되어 이끌게 되는 노력의 결과는 분명 천지 차이가 될 것이다.     


다음의 세 가지 질문에 스스로 답해보는 시간을 통해 자신의 현재 위치를 점검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1. 우리 딸에게 육아는 왜 필요한가?
2. 우리 딸에게 아빠의 육아는 왜 필요한가?
3. 우리 딸에게 필요한 아빠는 왜 꼭 나여야만 하는가?    

 

위 질문들은 필자가 강연을 통해 아빠들과 소통할 때 항상 나누는 질문들이다. 어떤 질문에도 정해진 답이란 것은 없으니 편하게 답해보길 바란다. 단, 어떤 질문에라도 명확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자신만의 답을 찾을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고민해보길 바란다. 차를 목적지까지 움직이기 위해서는 먼저 차의 시동을 걸어야 한다. 이 질문들이 딸을 훌륭하게 키우고자 하는 아빠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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