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폭력 사례
한 해 하고 반 서촌을 다녔다. 너도나라 세미나를 매주 서촌에서 가졌다. 세미나가 열리는 홍건익 가옥으로 향하는 길에는 궁중족발이 있었다. ‘부동산 계급사회’와 ‘진보와 빈곤’을 읽으면서 토지공개념을 공부했다. 그렇지만 정작 궁중족발 안에는 들어가 본 적이 없다. 조금 취했을 때 감쌀 때 폐허가 된 궁중족발 건물 앞에서 잠시 아릿한 표정을 지었을 뿐이다. 함께 대학에 입학한 친구 하나는 학교를 그만두고 궁중족발의 투쟁에 함께했다. 강제집행에 맞서 스크럼을 짜고 사회의 악습에 당당히 맞섰다. 내가 발제문 따위를 끄적이는 동안.
모두가 운동가가 될 수는 없다. 모두가 광장에 나설 수는 없다. 학자도 필요하다. 나는 학자가 되고싶다. 그런데, 이 말들이 안일하고 용기 없는 나를 정당화 하는 말은 아니었을까. 궁중족발과 관련된 기사와 소식을 접할 때마다 못내 감추어둔 쓰라린 마음이 드러났던 건 부끄러워서가 아니었을까. 착잡한 자본주의의 폭력 사례를 써내려가면서 나는 어찌 살아야 될랑가 모르겠다.
서울 종로구 체부동 212번지. 궁중족발이 있다. 2009년 봄 김씨 사장 부부가 서촌일대서 9년간 모은 돈으로 연 가게다. 권리금과 보증금 시설 투자비가 각각 3000만원에 임대료가 263만원이다. 5년이 흐르고 서촌 붐이 일기 시작했다. 궁중족발은 리모델링에 3500만원을 투자했다. 7년이 흐른 2016년 건물주가 바뀌었고, 새 건물주 이씨는 보증금을 1억원으로 임대료를 120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했다. (나가라는 말을 돌려한 것과 같다.) 엉망인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계약갱신요구 기간이 5년이기에 그 이후에는 건물주가 임차인을 쫒아내도 아무 문제가 없다. 갈 곳 없는 사장 부부는 나갈 수 없다 했고, 12번의 철거 강제집행이 시작되었다. 이씨는 용역 직원을 고용했고 강제철거 와중에 김씨의 왼손 손가락 네 개가 부분절단되는 끔찍한 사건도 일어났다. 1년간 온갖 폭력과 폭언에 시달리던 김씨는 망치를 들고 건물주 이씨를 찾아가 휘둘렀다. 현재는 2심에서 징역 2년의 판결이 난 상태다.
한편 건물주 이 씨는 태성빌딩을 48억원에 매입해 70억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2년만에 수십억의 차익을 남긴다.더하여 이씨는 빌딩을 여러개 소유한 수백억대 자산가라고 한다.
자본주의 하에서 일어나는 폭력은, 가진자의 횡포로 일어난다. 건설과 투기의 욕망이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와 존중을 잡아먹는다. 법과 제도만이 이 횡포를 멈출 수 있지만, 우리안의 근본적인 인식 또한 변화해야 함은 물론이다.
* 2019.4.4 김동춘 교수의 <정치사회학> 수업 과제로 제출한 글입니다